“병뚜껑 못 열기 시작했다면”…노년 건강 가늠하는 ‘위험 신호’ 뭐길래

[연합]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손아귀 힘인 ‘악력’만 측정해도 노인의 건강 상태와 노쇠 위험을 가늠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악력이 떨어진 노인의 상당수가 근감소증을 함께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간단한 악력 측정이 건강 이상을 조기에 발견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질병관리청은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활용해 65세 이상 노인의 근감소증 유병 현황과 악력 저하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연령이 높아질수록 근감소증 유병률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 유병률은 65~69세 4.4%, 70~74세 7.5%, 75~79세 9.4%, 80세 이상 26.9%였다. 특히 80세 이상에서는 약 4명 가운데 1명이 근감소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분석에서는 악력이 노쇠를 예측하는 중요한 신호라는 점도 확인됐다. 나이가 들수록 평균 악력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악력이 기준치보다 낮은 노인의 85.0%는 근감소증을 함께 가지고 있었다. 반면 악력이 정상 범위인 노인에게서는 근감소증이 확인되지 않았다.

악력 저하는 악력계를 이용해 측정하며, 남성은 28.0㎏, 여성은 18.0㎏ 미만일 경우 저하 상태로 판단한다.

악력이 낮은 노인은 신체 기능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서도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65~74세 전기 고령층에서는 악력 저하군의 우울장애 유병률이 14.3%로, 정상군(2.0%)보다 7배 이상 높았다. 음식을 씹는 데 불편함을 호소한 비율 역시 악력 저하군이 37.7%로 정상군(24.1%)보다 높게 나타났다.

75세 이상 후기 고령층에서는 신체활동 감소도 두드러졌다. 악력이 낮은 노인은 걷기 운동을 하지 않는 비율이 64.4%로 정상군(54.1%)보다 높았고, 저작 불편을 겪는 비율도 42.0%로 정상군(32.6%)을 웃돌았다.

박기수 경상국립대 의대 교수는 “악력 저하는 근감소증을 비롯한 다양한 노쇠 위험 요인이 함께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라며 “평소 관심을 갖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노쇠를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면 건강한 노년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부모님을 뵐 때마다 손을 맞잡으며 악력의 변화를 살펴보고, 식사나 활동량, 기분 변화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악력을 유지하려면 규칙적인 근력운동과 충분한 단백질 섭취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손아귀 힘은 단순히 손의 근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전신 근육량과 신체 기능을 반영하는 지표인 만큼, 평소보다 병뚜껑을 열기 어렵거나 물건을 자주 떨어뜨리는 등 변화가 느껴진다면 건강 상태를 점검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