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하원 가져온다”…미 민주당, 하원 탈환 대비 트럼프 주변 ‘저인망식 조사’

애플·구글·테슬라 등 빅테크 기업 줄줄이 조사 선상에
미 민주 첫 임기 탄핵 실패 교훈…“이번엔 증거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에서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에서 내리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미국 민주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다수당 탈환을 노리며, 향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할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대대적인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정치·사업적으로 이해관계와 얽힌 기업들을 상대로 자료를 확보해 향후 탄핵까지 이어간다는 포석이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4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 하원의 민주당 고위 인사들과 상임위원회 보좌진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이해관계와 연결된 기업 등으로부터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청문회와 소환장, 자료 제출 요구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로 하원을 장악하게 되면 조사 권한을 활용해 행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을 본인이나 측근, 정치 후원자들의 이익을 위해 활용했는지 파헤친다는 구상이다.

민주당의 이런 접근은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1기 때와는 다른, 신중한 대처다. 로이터는 이를 두고 첫 임기 때의 교훈 때문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중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하원에서 두 차례나 탄핵소추를 당했지만 두 번 모두 상원에서 부결돼 대통령직을 유지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는 섣부른 탄핵 절차가 의회의 역량만 소모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신을 “당파적 공격의 희생자”로 포장할 수 있다는 ‘신중론’이 일고 있다.

민주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당 지도부와 상임위 관계자들의 구상에 대해 “우리가 이 일을 시작하는 목적은 탄핵이 아니다”며 “누구도 첫날부터 실패할 표결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를 통해 증거를 축적하고 이를 토대로 트럼프에게 책임을 묻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공화당은 하원에서 근소한 차이로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는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충분히 뒤집힐 수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이 11월 중간선거에서 다수당을 탈환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소환장을 발부하고 증언과 자료 제출을 강제하는 것은 물론 공개 청문회를 열고, 소환 등에 불응할 경우 의회 모독 절차를 밟을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하원 감독위원회와 법사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로버트 가르시아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 [AP]


민주당이 조사 대상으로 벼르고 있는 기업은 애플과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팔란티어, 블랙스톤, 블랙록, 테슬라를 비롯한 일론 머스크 소유 기업들로 전해졌다. 이들 기업은 정부와 계약 관계를 맺고 있거나 규제의 영향을 받고 있고 트럼프 행정부와 다양한 거래·접촉을 이어왔다.

다만 소식통들은 아직 최종 조사 대상 기업 명단이 확정되지 않았고 공식 조사도 시작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또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이 조사 대상이 될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로이터 역시 이들이 어떠한 불법 행위나 비위 혐의를 받고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2명의 소식통은 국토안보부(DHS)의 계약과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백악관 연회장 건설 자금, 기업 후원자, 이른바 ‘페이 투 플레이(pay-to-play·대가성 거래)’ 의혹 등을 들여다볼 것이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연계된 금융 투자수단도 조사 선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벤처캐피털 회사 ‘1789 캐피털’ 등 트럼프 일가와 연계된 기업에 투자한 해외 국부펀드 역시 조사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다.

민주당이 보낸 서한에는 미디어 기업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에 트럼프 행정부와의 거래와 추진 중인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거래에 관한 정보를 요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와 모회사 알파벳에는 지난해 9월 트럼프 대통령과 체결한 2450만달러 규모 합의와 관련한 정보 제출을 요구했다.

민주당 고위 보좌관은 “조사를 통해 탄핵 기준을 충족한다고 판단할 만한 증거가 발견된다면 우리는 주저하지 않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원 감독위원회와 법사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로버트 가르시아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은 “대통령 아들들의 주머니를 불려준 수상한 국방부 계약부터 트럼프의 수십억달러 규모의 가상자산 사업, 트럼프 후원자들을 위한 밀실거래까지”를 들여다볼 것이라며 “민주당이 11월 하원을 되찾으면 부패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