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미국에 6대 조건 제시…기존 MOU보다 강화
“美 무기 감소 영향”…패트리엇 미사일 1700기 미만
‘공습 위협→보류’ 번복하는 트럼프에 ‘TACO’ 감지 분석도
전문가들 “단기간 내 합의 가능성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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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앞바다 호르무즈 해협에 컨테이너선과 기타 상선들이 정박해 있는 가운데 한 남성이 서프보드 위에 앉아 있다. [A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최근 오만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대한 협의를 마친 이란이 미국에 해협 재개방의 선결 조건 6개를 요구하며 협상 문턱을 높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공습 위협을 가했다 이를 보류하는 일을 반복하자, 이란이 ‘타코’(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선다) 패턴을 감지해 ‘배짱’을 부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전쟁의 ‘출구’를 찾고 있다고 판단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렛대로 최대한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 등 다수의 외신에 따르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선결 조건으로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와 ▷주변 지역에서의 미군 철수 ▷지난달부터 미군이 감행한 공습으로 인한 자국의 피해 배상 ▷동결자금 해제 ▷대(對) 이란 제재 전면 해제 ▷자국의 동맹세력에 대한 공격 중단 등 6개 사항을 요구했다. 조건없는 동결 자금 해제 등은 까지 지난 6월에 양국이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에 명시한 합의 내용보다 더 나아간 요구 조건이다.
이란이 제시한 6대 조건은 지난 6월 양국이 양해각서(MOU)에 반영된 내용과 대체로 유사하다. 하지만 이란이 미국에 이런 조치들을 선제적으로 이행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자국의 양보와 동시에 시행할 것을 요구하면서 오히려 협상 문턱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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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핵심 방공 체계인 패트리엇 미사일. [게티이미지] |
미 CNN 방송은 9일(현지시간) 이란이 협상 조건을 오히려 강화한 것은 미국을 상대로 한 협상에서 자신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란이 협상 조건을 강화한 배경에는 미국이 대이란 군사 작전으로 전력을 빠르게 소모한 탓에 핵심 방공 체계인 패트리엇 미사일 재고가 줄어들었다는 ‘약점’이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이란을 겨냥한 군사 작전으로 핵심 방공 체계인 패트리엇 미사일 재고가 1700기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NYT는 중동전쟁 이전으로 미사일을 재건하는 데 2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미국 CNN 방송 역시 지난 미군의 탄약 재고 현황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요격미사일 재고가 전체의 20% 수준까지 감소했다고 지난 4일 전했다. 이로 인해 미군 수뇌부 내부에서 현재 무기 재고가 위험 수준까지 감소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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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서 내리고 있다. [AFP] |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규모 군사 공격을 여러 차례 경고하고도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는 점도 이란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으로 지목된다.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을 ‘타코’로 판단, 위협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NYT는 이란 지도부가 트럼프의 위협에도 버티는 것에 대해 “‘세계의 아킬레스건’을 발견했다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란이 트럼프의 위협에 꿈쩍도 않고 오히려 협상 문턱을 더 높이면서, 종전 합의를 이끌어내기는 더욱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연합군최고사령관은 “이란의 새로운 요구가 트럼프 행정부의 선택지를 좁히고 있다”며 “이란이 자신의 패를 과신하고 있으며 강경파가 주도권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단기간 내 합의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의 직접 협상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과 협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중재국를 통한 메시지 교환은 하고 있다면서도 “미국이 MOU 위반 행위를 멈추고 위반 사항에 대해 배상할 때까지는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전쟁 이전에는 이란이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호르무즈 해협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지만, 전쟁을 거치면서 해협 통제권은 핵 문제만큼 중요한 ‘레드라인’으로 떠올랐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과 이란과의 협상 과정에서 ‘무력 충돌→대화 국면’의 패턴이 연이어 반복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 수는 줄어든 상태다. CNN은 최근 일주일간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선박은 평시의 10분의 1 수준인 하루 평균 약 12척에 불과할 정도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