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이 총에 맞았다”…대한민국을 충격에 빠트린 ‘그날의 진실’

영부인 저격 사건 최초 영화 ‘암살자(들)’
미스터리 후 진실을 쫓는 인물들의 추적
유해진·박해일·이민호 등 연기 앙상블
“남녀노소 모두 보기 좋은 추석 선물세트”
영화 ‘암살자(들)’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숨기려고 하는 자가 범인이다. 그런데 다들 숨기고 있잖아.”

1974년 8월 15일, 제29회 광복절 경축식.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던 생중계 현장은 갑자기 터져 나온 총성에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6발의 총성, 그리고 쓰러진 영부인.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트린 이 초유의 사건은 현장에서 용의자가 체포되며 급히 종결된다.

하지만 발견된 탄환은 단 4개. 나머지 두 발의 행방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았다. 서둘러 봉합된 사건 앞에서, 누군가는 다시 그날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모두가 보았지만, 누구도 몰랐던 그날의 진실은 무엇일까.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가장 충격적인 사건의 배후와 진실을 집요하게 쫓는 인물들의 이야기, 영화 ‘암살자(들)’이다.

52년 전 발생한 영부인 저격 사건을 최초로 다룬 영화 ‘암살자(들)’이 추석 개봉을 향한 여정의 닻을 올렸다. ‘8월의 크리스마스’(1998), ‘봄날은 간다’(2001), ‘덕혜옹주’(2016), ‘천문: 하늘에 묻는다’(2019) 등 시대와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온 허진호 감독의 신작으로, ‘천만 배우’ 유해진을 비롯해 박해일과 이민호 등 대한민국 대표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해 기대를 모은다.

배우 박해일이 10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암살자(들)’ 제작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허진호 감독, 이민호, 박해일, 유해진 [연합]


영화는 1974년에 벌어진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미스터리 추적극이라는 장르로 완성됐다. 충격적 실화를 ‘최초’로 영화화한다는 모험과 부담 속에서, ‘암살자(들)’은 단순한 사건의 재현을 넘어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인물들의 책임감, 그리고 1970년대가 가진 시대의 공기까지도 묵직하게 담아낸다.

허진호 감독은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용산에서 진행된 ‘암살자(들)’ 제작보고회에서 “작품을 처음 생각하고 10년이 지났다. 그만큼 쉽지 않은 이야기였다”면서 “하지만 계속해서 이 이야기가 다뤄지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자료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편향되지 않은 시선을 갖고 이야기를 풀어보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한국 현대사 초유의 사건을 시작으로 문을 여는 영화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숨겨진 배후를 파헤치려는 인물들이 결국 하나의 의문으로 향해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현장 경호 업무를 맡은 중부서 형사 ‘철구’, 신문사 사회부 부장 ‘재환’, 그리고 그날의 혼란을 목격한 신문사 신입 기자 ‘영일’이 그 주인공이다. 각자의 위치에 선 이들은 납득하기 어려운 정황과 공식 발표 뒤에 남은 단서들을 뒤쫓는다. 유해진과 박해일, 이민호가 각 캐릭터를 연기했다.

배우 유해진이 10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암살자(들)’ 제작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설 연휴에 개봉한 ‘왕과 사는 남자’로 한국 영화 역사상 최고 흥행을 이끈 유해진은 이번에 ‘철구’역으로 추석 관객과 만난다. 그는 “지금 마음으로는 ‘암살자(들)’도 그렇게 흥행했으면 좋겠지만, 그거는 또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면서 “이번 영화도 고생한 만큼 많이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철구는) 실제 사건을 목격한 인물로, 경찰 특유의 직감으로 사건에 의문을 갖고 발로 뛰는 캐릭터”라고 소개하며 “사건을 추적하면서 진실에 접근해 나갈 때의 감정들을 중점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박해일이 연기한 중견 기자 ‘재환’은 사건에 관련된 의혹을 직감으로 찾아가며, 서서히 진실에 다가가는 인물이다. 허 감독은 박해일에게 ‘진실을 향해 단단하고 노련미 있게 밀고 나가는 캐릭터’를 연기해달라 부탁했다. ‘암살자(들)’은 ‘덕혜옹주’ 이후 허 감독과 박해일이 10년 만에 호흡을 맞춘 작품이기도 하다. 박해일은 이번 영화로 4년 만에 스크린으로 관객을 만난다.

박해일은 “‘재환’은 사건 현장에 있지는 않았지만, 저격 상황을 생중계로 확인하고 취재해 나가는 인물”이라면서 “10년 만에 (나를) 찾아주신 감독님께 감사하고, 4년 만에 작품을 선보이게 돼 떨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 ‘암살자(들)’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영화 ‘암살자(들)’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영일’은 재벌집 막내아들이지만, 안정적 배경을 뒤로하고 진실을 향해 달리는 캐릭터다. ‘영일’을 연기한 이민호는 “어느 현장에서도 이제 막내 역할이 쉽지 않은데, 막내여서 좋았던 현장이었다”며 운을 뗐다.

그는 “영일은 굉장히 동적인 에너지를 가진 활어 같은 느낌이길 바랐다”면서 “가슴 한편에 채워지지 않은 무언가를 갈망하는 가운데, 재환을 만나 성장하고 단단해지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970년대란 시대는 영화의 또 다른 캐릭터로서 역할을 한다. ‘서울의 봄’(2023), ‘파묘’(2024) 등에 참여한 이모개 촬영감독을 비롯해 김병한 미술감독, 이성환 조명감독 등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제작진이 뭉쳐 70년대 특유의 분위기와 공기, 질감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박해일은 “세트보다는 실제 시대의 감각이 묻어있는 로케이션을 최대한 찾아내 현장감과 사실감 있는 장면을 담았다”면서 “현장이 주는 공간감과 사실감이 배우로서도 큰 도움이 됐다. 신문사 공간도 너무나 마법 같았다”며 소회를 전했다.

이례적으로 ‘괄호’를 사용한 ‘암살자(들)’은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감독은 “영화를 보면 괄호를 쓴 이유를 알게 될 것”이라며 배경에 대한 말을 아꼈다. 그는 “‘들’에 괄호를 붙임으로써 영화에 대한 호기심과 긴장감을 더 느낄 수 있게 했다”며 “영화를 보면 명확히 제목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0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암살자(들)’ 제작보고회에서 감독,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허진호 감독,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 [연합]


이날 현장에서 감독과 배우들은 영화 ‘암살자(들)’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을 부탁했다. 이들은 ‘암살자(들)’이 추석 연휴를 맞아 가족이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영화라고 입을 모았다.

박해일은 “과거의 사건을 기억하는 분들만이 아니라, 모르는 젊은 관객에게도 현대사의 주요 사건을 알려주는 영화”라면서 “호흡이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는 데다 배우들의 드라마도 있기 때문에 남녀노소가 모두 보기 좋은 영화”라고 강조했다.

이민호는 “(유해진이) ‘왕사남’ 이후 혈색이 좋아졌다”고 웃으며 “감독님의 혈색도 좋아지실 수 있게 많은 분이 오셔서 재밌게 봐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