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상승·미국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에
자국 통화 방어 전력…외환시장 개입도 병행
![]() |
| 아시아 국가들이 이란 전쟁 장기화로 인한 불확실성과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 등을 대비해 달러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의 달러, 유로, 일본 엔화, 튀르키예의 리라화, 중국의 위안화 지폐의 모습 [로이터] |
아시아 국가들이 중동발(發) 불확실성과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을 대비해 ‘달러 확보전’에 나서고 있다.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을 직접 투입하는 대신, 기업의 해외 달러 자금 국내 환류를 촉진하거나 고금리 달러 예금, 외국인 채권 투자 유치 등을 통해 달러 공급을 늘리는 모양새다.
블룸버그 통신은 9일(현지시간) 한국과 인도, 인도네시아, 대만 등 아시아 주요국이 외환보유액 소진을 최소화하면서 자국 통화를 방어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 수단을 잇달아 동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동 지역 내 갈등과 미국의 고금리가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자, 기존의 금리 인상과 외환시장 개입을 넘어 해외에서 달러를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환율 방어에 나섰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두 달 동안 채권시장으로 16억달러(약 2조2000억원)의 외국인 자금을 끌어들였다. 대만은 자국 통화가 약세를 보일 때 수출기업들에 달러 매도를 유도하고 있다. 인도 역시 고금리 달러 예금을 앞세워 해외 거주 인도인들로부터 약 400억달러(약 56조6000억원)를 유치해 5월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던 루피화가 회복세로 돌아섰다. 각국이 외환시장에 보유 달러를 직접 풀기보다 민간과 해외 투자자의 달러를 자국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통화 방어 전략을 다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블룸버그는 “한국 역시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국내로 빠르게 들여오도록 유도하고 있다”면서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가 증가로 원화 가치 상승에도 힘이 실리면서 원화는 2022년 이후 가장 큰 월간 상승폭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글로벌리서치 아시아 외환·금리 전략 책임자인 클라우디오 피론은 “구조적으로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외환보유액을 최대한 보존하려는 것”이라며 “외환시장 안정을 지키는 동시에 국내 유동성을 유지해야 하는 필요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고 있다. 자금 유입을 유도하는 것이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 국가들이 외환보유액을 아끼려는 배경에는 중동발 유가 충격이 있다.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특히 중동산 에너지에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의 취약성이 커진 것이다.
최근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의 합의 가능성에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시아 통화의 약세는 여전히 이어지는 추세다. 블룸버그가 추적한 22개 신흥시장 통화 가운데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와 인도 루피화, 태국 바트화는 올해 가치가 가장 부진한 5개 통화로 집계됐다.
아시아 통화의 약세가 경제 기초여건에 비해 지나치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시아 국가들은 이란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과 미국의 관세전쟁의 여파 속에서도 상당한 무역흑자를 내는 데다 수출과 증시도 견조하기 때문이다.
김영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