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채 발행 축소 가능성…연준의장 지원사격
국채금리 오르면 주담대 금리↑, 트럼프에 부담
“적자·부채 우려 지속…효과 제한적”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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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6월 3일 미 상원 재정위원회 청문회에서 2027 회계연도 재무부 예산안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최근 잇따른 정책과 발언을 통해 미국 장기 국채 금리 상승을 막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최근 미 재무부가 엔화 가치 부양을 위해 ▷일본 정부와 외환시장에 공동으로 개입한 것부터 ▷장기 국채 발행 축소 가능성을 시사 한 것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까지 일련의 행보가 모두 미 장기 국채 금리 상승 저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9일(현지시간) 월가 트레이더와 시장 전략가들 사이에서 베선트 장관과 미 재무부가 장기 금리 상승을 억제하려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가장 먼저 최근 단행된 미·일 외환당국의 엔화 가치 부양 공동 개입을 사례로 들었다. 일본이 엔화 방어를 위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대거 매도할 경우 장기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는 만큼 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이다.
일본은 1조달러가 넘는 미국 국채를 보유한 세계 최대 미국채 보유국 가운데 하나다.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 일본 정부가 엔화를 사들이는 데 필요한 달러를 확보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에 포함된 미국 국채를 매각할 수 있다. 이 경우 미국채 가격이 떨어지고 반대로 금리는 올라 미국 장기채 시장의 불안을 키울 수 있다.
실제로 베선트 장관은 일본이 미국 국채를 매각하지 않고도 시장 개입에 필요한 달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연준의 해외·국제통화당국(FIMA)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 기구 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FIMA 레포는 외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연준에 담보로 맡기고 달러를 빌릴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일본 입장에서는 미국채를 시장에 직접 팔지 않고도 엔화 매입에 필요한 달러를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해외 중앙은행들의 미국채 투매가 시장 불안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베선트 장관은 4일 CNBC 인터뷰에서도 FIMA가 도입된 이후 채권시장 규모가 커진 만큼 연준이 한도 확대를 검토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FIMA와 통화스와프의 목적에 대해 미국 경제를 보호하고 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미국으로 넘어오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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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1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자리에 ‘할 일 : 일본 엔화 50억~100억 달러 매입’이라고 쓰여진 종이가 놓여있다. 미국과 일본 정부가 이례적으로 엔화 가치 부양을 위해 공조한 것도 미국이 장기 국채 금리 급등을 막기 위해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로이터] |
블룸버그는 재무부의 최근 국채 발행 계획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고 전했다. 재무부는 지난주 분기 국채 발행 계획 성명에서 기존의 ‘향후 잠재적인 증가(increases)’라는 표현 대신 ‘향후 잠재적인 변화(changes)’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시장은 이를 장기 국채 발행량을 줄일 가능성을 열어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채권은 공급이 줄면 가격이 오르고 금리는 하락하는 구조다. 따라서 장기채 발행을 축소하면 최근 급등한 장기 금리 상승세를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미국의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달 31일 연 5.28%까지 치솟으며 2007년 이후 약 19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장기 금리 상승은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기업 자금조달 비용을 끌어올리는 만큼,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도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미국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기준금리보다 장기 국채 금리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낮추더라도 장기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가계가 체감하는 차입 비용은 충분히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 회사채 금리 역시 미국채 금리를 기준으로 결정되는 만큼 기업들의 자금조달 부담도 커진다.
베선트 장관이 최근 워시 연준 의장을 공개적으로 두둔한 것도 장기 국채 금리 상승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워시 의장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 물가 안정 원칙을 재확인했지만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힌트를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시장의 실망이 커졌고, 이후 장기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이후 베선트 장관은 4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이 연준 발언에 대한 ‘해독(detox)’ 과정이 필요하다며 워시 의장을 적극 옹호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재무부의 이런 노력만으로 장기 금리 상승을 억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기채 발행량을 줄이더라도 막대한 재정적자가 이어지는 한 다른 만기의 국채 발행을 늘려 자금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기채 공급 조절이나 해외 투자자의 미국채 매도 방지는 단기적인 수급 개선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정부부채 증가에 대한 시장의 우려 자체를 없애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피비 화이트 UBS 미국 금리전략 책임자는 “재무부가 장기 국채 금리의 추가 상승을 막기 위해 활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의지가 있다는 점은 분명히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