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반기 든 네타냐후 “하마스 무장 해제 안 하면 가자지구서 안 나간다”

지난해 12월 미국 플로리다의 마라라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회담을 마치고 기자회견하는 모습. 이스라엘은 최근 가자지구와 이란 전쟁 등의 국면에서 미국과 균열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평화위원회가 제시한 하마스의 무장해제안을 거부한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이스라엘 총리실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각료회의에서 “명확히 말하자면, 이스라엘은 15개항의 문서를 거부한다”며 “이스라엘방위군(IDF)은 하마스가 무장을 해제할 때까지 (가자지구에서)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의 무장해제란 중화기와 소형 무기 등을 모두 해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미국과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라고 말한 뒤 “미국 측이 여러 가지를 제안했는데, 일부는 수용 가능하지만 일부는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존립과 이스라엘 시민의 안보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문제에 대해 가장 중요한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며 “내가 총리로 있는 한 팔레스타인 국가는 가자지구는 물론 ‘유대와 사마리아’(요르단강 서안)에도 세워지지 않을 것이다, ‘파타스탄’도, ‘하마스탄’도 안 된다”라고 분명히 했다.

이는 이스라엘은 물론 팔레스타인까지 국가로 인정하는 ‘두 국가 해법’에 대한 거부 입장을 재확인 한 것이다. ‘두 국가 해법’은 중동 지역의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영국과 프랑스 등 서방의 여러 국가들도 지지하고 있는 방안이다.

네타냐후 총리의 이날 발언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평화위원회와 하마스 사이에 이뤄진 무장해제 합의를 수용할 수 없다는 기존 이스라엘 내각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4일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에게 초안을 보냈지만 동의하지 않았다”며 하마스가 무장해제를 해야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 철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일에는 이스라엘 총리실 대변인이 트럼프 행정부에 이와 관련해 ‘심각한 안보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날 거부한다고 언급한 15개항 합의안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이 동의한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평화 구상’ 20개 항과는 다른 문건이다. 평화위가 제안한 15개항은 하마스의 무장 해제 시작과 함께 이스라엘이 공습을 중단하고 가자지구에서 병력 철수를 시작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 전쟁 종전에 이어 하마스의 무장해제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안을 반대하고 나선 것은 오는 10월 치러지는 이스라엘 총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지율 하락으로 고심중이고, 지지층 결집을 위해 이란 전쟁 종전이나 하마스 무장해제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택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