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도 이긴 겨울왕국…롯데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 가보니 [르포]

부산·영남 400만 세대 대상 온라인 전용 센터
英 오카도 ‘물류 자동화 로봇·AI’ 국내 첫 적용
최대 3.5만 상품 취급…식료품 기준 국내 최대
“완벽한 품질로 제시간 배송…100% 콜드체인”


7일 오후 부산 강서구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 내부의 상품 저장고인 ‘하이브’의 상단에서 봇(bot)들이 토트(보관상자)를 실어 나르고 있다. 봇들은 머신러닝 기반의 로봇 팔 OGRP 주변으로 토트를 옮기고, ORFP는 고객 주문서에 맞춰 물품을 선별한다. [롯데마트·슈퍼 제공]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낮 최고 기온이 36도를 기록한 7일 부산 강서구. 롯데마트의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 내부는 한겨울을 방불케 했다. 냉장 구역은 1~5도, 냉동 구역은 영하 25도로 유지됐다. 냉동 상품을 보관하는 ‘오토 프리저’ 구역에 가까워지자 한층 더 차가운 냉기가 느껴졌다.

상품 저장고인 ‘하이브’ 상단에서는 바퀴가 달린 직사각형 모양의 봇(bot)들이 마치 일벌처럼 쉴 새 없이 식료품이 담긴 토트(보관상자)를 실어 날랐다. 3D 프린터로 제작된 봇들은 축구장보다 큰 공간에 펼쳐진 격자무늬 레일을 초속 4m로 경쾌하게 가로질렀다. 토트가 향하는 곳은 로봇 팔 모양의 OGRP 주변이다. 머신러닝 기반인 OGRP는 고객 주문서에 담긴 물건을 선별해 배송 토트로 옮겨 담는다.

이날 냉장 구역 하이브에서 가동된 봇은 120여대로, 최대 300대까지 운영할 수 있다. 사람이 장시간 작업하기 어려운 오토 프리저 내부에서도 동일한 ‘하이브 앤 봇’ 시스템이 적용된다. 오토 프리저는 대형마트 매장의 2배 이상인 4000여개 냉동상품을 운영할 수 있다. 상온 상품을 제외한 냉장·냉동상품만 1만여개까지 운영할 수 있다.

배송 상품이 담긴 토트는 5도로 유지되는 출하 공간에서 대기 후 순서대로 배송차량에 실린다. 배송차량 역시 냉장·냉동설비를 갖췄다.

차우철 롯데마트·슈퍼 대표는 이날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에서 열린 오픈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한 콜드 시스템을 이용해서 신선식품을 완벽한 품질로 제시간에 고객에게 배송한다”며 “다른 어떤 물류센터에서도 보지 못한 완전한 콜드체인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 강서구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의 전경. [롯데마트·슈퍼 제공]


英 오카도와 합작…로봇·AI 총집약 최첨단 물류센터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은 롯데마트와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의 합작으로 탄생한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다. 연면적 4만㎡(약 1만2000평) 규모로 최대 3만5000개의 상품을 취급할 수 있다. 식료품 기준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센터 운영 인력은 200여명에 불과하다. 경쟁사 온라인 물류센터의 절반 수준이다.

이를 가능케 한 건 최대 1000대의 로봇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오카도의 최첨단 물류 자동화 기술이다. 고객 주문부터 배송까지 온라인 장보기의 모든 과정을 제어하는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이 적용된 국내 첫 사례다. 지난 2022년 11월 양사의 파트너십 체결 이후 3년 7개월 만에 정식 운영을 시작했다.

부지 확보와 건축 등에 약 2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졌다. 오카도는 현재 미국 크로거, 일본 이온 등 전 세계 11개국 14개 주요 유통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100% 콜드체인·AI 추천 배송…“신선한 혁신 시작”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식료품 거래액은 2019년 약 17조1700억원에서 2025년 약 52조3000억원으로 연평균 20.4%씩 성장했다. 이 중 농축수산물 온라인 거래액의 연평균 성장률은 25.5%에 달한다. 하지만 식품의 온라인 거래액 비율은 가전(55%), 가구(50%), 화장품(41%) 등과 비교해 낮은 28%다. 상품 변질이나 오배송, 배송 지연 등이 장벽으로 꼽힌다.

롯데마트는 100% 콜드체인과 차별화된 배송 시스템으로 한계를 넘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상품 입고부터 배송까지 신선도를 유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입고된 상품은 ▷디켄트 스테이션(검수) ▷하이브(상품 저장고) 또는 오토 프리저(냉동 하이브) ▷작업자 피킹 ▷최종 포장 ▷배송 권역별 이동 등 절차를 거쳐 배송 준비를 마친다. 모든 과정은 상온·냉장·냉동 상품 구역으로 나뉘어 최적 온도가 유지된다. 규격이 다르거나 고중량 상품은 사람이 분류하는 피킹 스테이션을 거친다.

핵심 구역인 하이브는 구역에 따라 8~21단으로 운영된다. 별도의 중간층을 두는 메자닌 구조와 달리 별도의 독립 층별 구조다. OSP 알고리즘이 머신러닝을 통해 계절과 날씨 등 변수를 반영한 수요를 예측하고, 봇이 상품 위치를 상시로 재배치한다. 출고 우선순위 상품을 상단에 배치해 선입선출하는 방식이다.

배송은 2시간 단위로 하루 최대 13회차, 24시간 내내 실시된다. AI 배차 알고리즘이 실시간 도로 상황을 반영해 복잡한 환경에서도 정시 배송이 가능한 최적 경로를 설계한다.

배송 권역은 부산과 영남권 내 400만세대다. 부산과 창원, 김해는 센터에서 직접 배송을 시작한다. 내년 배송 거점인 ‘스포크’를 통해 대구, 울산 등 인근 대도시로 권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처리할 수 있는 주문은 하루 최대 3만3000건으로, 연매출 기준 96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롯데마트는 약 한 달간 안정화를 거쳐 5년 내로 센터 가동률을 극대화하는 목표를 세웠다. 6년차인 2032년에는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재우 롯데마트 온라인사업단장은 “(오카도의 기술과) 30여년간 마트·슈퍼를 운영한 역량과 노하우가 만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며 “온라인 장보기의 신선한 혁신을 롯데가 부산에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영하 25도에서 냉동상품을 저장하는 ‘오토 프리저’ 내부에서 봇들이 토트를 옮기고 있다. [롯데마트·슈퍼 제공]


“지속 가능한 미래형 물류센터 모범 사례로”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설계한 방재 시스템도 적용됐다. 일반 물류센터보다 4배 이상 많은 방수량의 ‘조기진압형 스프링클러(ESFR)’를 갖췄고, 소방용수 1000톤을 확보했다. 하이브 외곽을 따라 아연합금 강판으로 제작된 토트를 배치해 화재 확산을 방지했다. 화재 시 소방대원이 외부에서 직접 방수할 수 있는 소방 방수창도 설치했다.

옥외 주차장에는 시간당 1900㎾ 규모의 태양광 발전 설비가 설치됐다. 연간 전력 생산량은 약 2400㎿h로, 센터 전체 전력 사용량의 15%에 해당한다. 이는 연간 1000톤 이상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를 갖는다.

이 밖에도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은 운영 및 배송 인력 2000여명을 지역에서 채용할 계획이다. 지역 유망 업체를 적극 발굴하고 로컬 상품 소싱을 확대해 영세 상인들의 판로 개척을 돕는 상생 모델을 세웠다. 차우철 대표는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자동화 기술뿐 아니라 친환경 경영과 안전 관리, 지역 일자리 창출을 바탕으로 부산과 영남권 고객에게 신뢰받는 지속 가능한 미래형 물류센터의 모범 사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