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럭셔리 콘도' 시장 뜨겁다...1,000만달러 이상 초고가 콘도 가격 5.2% 상승

산불·보험료 급등에 관리 부담 없는 '락앤리브' 선호 확산

베벌리힐스 아만 펜트하우스 2억달러 거래 추진…LA 콘도 기록 새로 쓸 듯

아만 베벌리힐스 콘도의 외관<아만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입었던 로스앤젤레스(LA)에서 럭셔리 콘도 시장이 빠르게 살아나고 있다. 대저택을 선호하던 LA의 전통적인 주거 문화에도 변화가 나타나면서 관리가 편하고 보안과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초고가 콘도로 자산가들이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닷컴(Realtor.com)에 따르면 최근 3개월 평균 LA 지역의 500만~1,000만달러 가격대 콘도는 스퀘어피트당 중간 리스팅 가격이 전년 동기보다 2.3% 상승했다. 특히 1,000만달러 이상 초고가 콘도의 경우 5.2% 올라 상승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이는 LA 전체 콘도 시장의 흐름과는 정반대다.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LA 메트로 지역 전체 콘도의 리스팅 가격과 스퀘어피트당 가격이 모두 전년 대비 하락하고 있으며, 재고나 단독주택 시장보다 하락세도 상대적으로 크다.

판매 기간에서도 일반 콘도와 초고가 콘도의 차이가 뚜렷하다. LA 지역 전체 콘도는 시장에 매물로 머무는 기간이 1년 전보다 6일 늘어난 반면 1,000만달러 이상 초고가 콘도는 상황이 다르다. 통상 저가 콘도보다 거래에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리는 초고가 콘도들이 올해 7월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균 54일이나 빨리 계약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LA에서 콘도는 부유층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주거 형태가 아니었다. 수영장이 딸린 단독주택이 전형적인 'LA 라이프'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나 산불과 보험료 급등, 대형 주택의 관리 부담 등이 맞물리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여기에 호텔 수준의 편의시설과 보안, 프라이버시까지 갖춘 브랜드 레지던스가 늘면서 부유층이 콘도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특히 집을 장기간 비워도 관리 걱정이 없는 '락앤리브(lock-and-leave)' 생활 방식이 부유층 사이에서 새로운 주거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센추리시티 '파크 엘름'…대저택 팔고 콘도로

파크엘름 레지던스 앳 센추리 플라자의 쌍동이 빌딩<홈페이지 캡처>

대표적인 사례가 센추리시티의 '파크 엘름 레지던스 앳 센추리 플라자(Park Elm Residences at Century Plaza)'다.

영국의 억만장자 루벤 형제가 개발해 2021년 완공한 이 단지는 동일한 형태의 44층짜리 쌍둥이 타워로 구성됐다. 북쪽 타워에는 143가구, 남쪽 타워에는 약 130가구가 들어서 있다.

파크 엘름 분양을 이끈 소더비스 인터내셔널 리얼티에 따르면 최근 판매가 활발하게 이뤄져 지난 7월에는 침실 3개를 갖춘 27A 유닛이 1,070만달러에 거래됐다.

매입자는 LA 지역 주민으로 넓은 단독주택에서 규모를 줄여 콘도로 옮긴 사례였다. 여행을 더 많이 하면서 주택 유지·관리나 장기간 집을 비울 때의 보안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콘도를 선택했다고 한다.

특히 산불이 고급 콘도 수요를 자극한 요인으로 꼽힌다. 산불로 주택이 피해를 입은 뒤 임대주택에 임시 거주했던 일부 고객들은 오히려 간편한 주거 생활의 장점을 경험한 뒤 콘도로 옮기는 것을 선택했다는 게 중개업자의 말이다.수천 스퀘어피트 규모 대저택의 계단을 오르내릴 필요가 없고 도어맨이 상주하며, 문제가 발생하면 관리 직원에게 연락할 수 있는 데다 수영장 관리인이나 정원사를 따로 고용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산불 이후 급등한 주택 보험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독주택의 연간 보험료로 5만~10만달러를 부담하던 것에 비하면 파크 엘름의 월 관리비는 스퀘어피트당 약 1.50달러이며 보험료도 포함돼 있다. 고급 건축 기준 덕분에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273가구 이상이 비용을 분담할 수 있다.

텍사스와 플로리다 등 세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에 주 거주지를 두면서 사업이나 가족 방문, 여가 등을 위해 LA에서 몇 달씩 머무는 부유층이 세컨드홈 개념으로 콘도를 구입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베벌리힐스 펜트하우스 '2억달러' 거래 추진

LA의 한 럭셔리 콘도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다운타운 전경<adobestock>

LA에서는 기록적인 초고가 콘도 거래도 잇따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인 '아만 베벌리힐스(Aman Beverly Hills)'의 펜트하우스가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매입자에게 무려 2억달러에 팔리는 거래가 추진되고 있다.거래가 최종 성사될 경우 LA 콘도 시장의 종전 최고가 기록을 압도적으로 경신하게 된다. 기존 기록은 센추리시티 '더 센추리(The Century)'에서 거래된 3,920만달러였다.

아만 펜트하우스는 28층 타워의 최상층 2개 층을 차지하며 실내 공간만 1만6,810스퀘어피트에 달한다. 여기에 1만4,265스퀘어피트의 야외 공간과 전용 수영장, 루프톱 테라스까지 갖추고 있다. 타워 옆에는 객실 78개 규모의 아만 호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또 지난 7월에는 유명 고급 콘도인 시에라 타워스(Sierra Towers)의 7,400스퀘어피트 규모 침실 3개짜리 펜트하우스가 3,600만달러에 거래됐다. 매입자는 캐나다 미디어·출판업계 상속녀 테일러 톰슨으로 알려졌다. 시에라 타워스는 샌드라 불럭, 코트니 콕스, 케이티 페리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거주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 밖에도 로즈우드 레지던스 베벌리힐스(Rosewood Residences Beverly Hills), 8899 베벌리 불러바드, 만다린 오리엔탈 레지던스 베벌리힐스 등에서 1,000만달러가 넘는 펜트하우스들이 잇따라 시장에 나오고 있다. 이명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