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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인공지능(AI) 성장주를 둘러싼 ‘피크아웃’ 우려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기업들이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내놓고 있지만 주가는 오히려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다.
시장의 눈높이가 이미 크게 높아진 만큼 단순한 ‘어닝 서프라이즈’만으로는 주가의 추가 상승을 이끌기 어려워진 것이다. 성장주가 다시 주도권을 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분간 가치주와 방어력이 높은 종목을 함께 가져가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키움증권이 발간한 ‘성장주로의 로테이션 지연’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미국 2분기 어닝시즌에서 실적을 발표한 기업 가운데 약 80% 이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문제는 양호한 실적이 주가 상승으로 직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어닝시즌에 앞서 실적 전망치가 지속해서 상향된 데다 인공지능(AI) 관련 대규모 설비투자(CAPEX)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를 두고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관심이 단순한 투자 규모에서 투자 회수 시점과 수익화의 가시성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 증시를 주도했던 반도체주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가운데 소프트웨어·서비스와 IT 하드웨어·장비 업종은 주당순이익(EPS) 서프라이즈가 클수록 실적 발표 당일 주가 반응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IT 하드웨어·장비의 경우 두 지표의 상관계수가 0.9를 웃돌았다.
반면 반도체 및 반도체 장비 업종은 평균 EPS 서프라이즈가 약 16%로 세 그룹 중 가장 높았지만 평균 주가 반응은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AMD와 웨스턴디지털, 샌디스크 등이 시장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고도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재원 연구원은 “향후 반도체 업종의 추가적인 실적 모멘텀과 주가 재평가를 위해서는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의 CAPEX 투자가 실질적인 수익 창출로 연결될 것이라는 신뢰가 형성되며 관련 경계감이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들어 글로벌 증시의 색깔도 달라지고 있다. 상반기에는 반도체와 메모리 등 AI 밸류체인의 비중이 높은 한국과 일본이 상대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인 반면 중국과 영국은 뒤처졌다. 그러나 7월 들어 이러한 흐름이 반전됐다.
AI 밸류에이션 부담과 메모리 경쟁구도 변화 등이 부각되면서 상반기 상승 폭이 컸던 시장을 중심으로 차익실현이 나타났고, 자금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시장과 가치주로 이동했다. 중국에서는 경기부양 기대와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되면서 자유소비재와 소재 업종이 반등을 주도했다. 영국 역시 기술주 비중이 낮은 대신 에너지와 은행 등의 비중이 높은 지수 구성이 방어력을 발휘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비슷한 순환매가 나타났다. IT 업종의 지수 상승 기여도가 줄어든 자리를 금융·에너지·산업재 등이 메웠다. 특히 동일가중 지수가 시가총액 가중 지수를 웃돌면서 소수 대형 기술주에 집중됐던 상승세가 다른 업종으로 확산되는 모습도 관찰됐다.
8월 들어 성장 스타일이 저점을 높이는 흐름이 일부 나타나고 있으나 이를 곧바로 성장주의 추세적 귀환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최 연구원은 “방향성 측면에서는 성장 스타일로의 전환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으나, 이를 추세적인 강세로 판단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지금은 성장주에 공격적으로 베팅하기보다 가치·방어주와 성장주를 동시에 담는 ‘바벨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AI 투자를 둘러싼 피크아웃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장주로의 급격한 로테이션을 기대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최 연구원은 “최근 주요 IT 기업들이 양호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시장에서는 미래 성장성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경계감의 핵심은 대형 하이퍼스케일러들의 CAPEX 투자가 실질적인 수익으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이라고 짚었다.
이어 “관련 우려가 가시적으로 완화되기 전까지는 견조한 펀더멘털에도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된 성장주와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변동성 방어가 가능한 가치주를 함께 편입하는 바벨 전략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 구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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