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누르기 막자면서…” 이소영 의원이 정부 세제개편안에 뿔난 이유[나유정]

정부안, 장기 저PBR 기업만 선별…원안은 PBR 0.8 미만 일괄 적용
국세청 심의·예외조항 신설…원안은 객관적 기준으로 자동 적용
정부 “인위적 주가누르기 방지”…이소영 “실효성 없는 무용지물”
11월 국회 심의 앞두고 ‘주가누르기 방지법’ 설계 놓고 정면 충돌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챗GPT를 활용해 제작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같은 회사인데 비상장일 때는 상속세를 100원 내는데, 상장하면 20~30원만 낸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주가누르기 방지법’을 발의한 이유다. 상장기업 최대주주가 상속·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게 유지하는 유인을 없애고, 그 과정에서 고착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자는 것이 법안의 출발점이었다.

정부도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지난달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는 상장기업의 인위적인 ‘주가누르기’를 막기 위한 세법 개정안이 담겼다. 정부는 “PBR(주가순자산비율)이 장기간 과도하게 낮게 유지된 주식의 평가방식을 개선해 인위적인 주가누르기를 방지하겠다”고 설명했다. PBR은 회사 주가가 가진 실제 재산(순자산)에 비해 몇 배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지를 나타낸 지표다. 쉽게 말해 1 미만이면 회사를 당장 다 팔아 정리한 돈보다 주식 가격이 더 싸게 거래되는 상태를 뜻한다.

그런데 정작 법안을 처음 고안한 이 의원은 정부안을 두고 “아이디어 자체를 무색하게 만든 법안”, “실효성이 없는 무용지물”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목표는 같지만 제도 설계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1300개에서 100개로…적용 대상이 너무 줄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챗GPT를 활용해 제작


정부안과 이소영 의원안의 가장 큰 차이는 적용 대상이다.

이 의원안은 단순하다. 최대주주가 보유한 상장주식의 평가액이 순자산가치의 80%보다 낮으면 새로운 평가방식을 적용한다. PBR이 0.8 미만이면 이유를 따지지 않고 적용하는 구조로, 기업이 왜 저평가됐는지 조사하지 않고 객관적인 숫자만 기준으로 삼는다.

반면 정부안은 여러 단계를 거친다. 업종별 PBR 하위 기업 가운데 장기간 저평가 상태가 이어진 기업을 추린 뒤, 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가 실제로 ‘인위적인 주가누르기’가 있었는지를 심의해 최종 적용 여부를 결정한다. 모든 저PBR 기업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주가를 낮춘 것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이 의원은 이 지점 때문에 정부안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원안은 PBR 0.8 미만 상장사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국내 상장사의 절반 수준인 약 1300개 기업이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반면 정부안 기준을 적용하면 업종별 하위 기업이 12반기(6년) 이상 저평가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이후 국세청 심의까지 통과해야 하는데, 과거 데이터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실제 대상은 100개 안팎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가운데 최대주주가 개인인 기업은 더 적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도대체 누가 이 법을 적용받게 될지 모르겠다”며 “결과적으로 적용 대상이 전혀 없을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또 정부안은 13반기 가운데 12반기 이상 저평가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기업이 중간에 두 차례만 기준을 벗어나도록 주가를 관리하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며 “절세 효과가 보장된다면 이 정도 관리는 기업 입장에서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국세청 심의와 할증률도 논란 …“오히려 주가누르기를 권하는 법”


이 의원이 두 번째로 문제 삼는 것은 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다. 정부안은 장기간 저평가 기업으로 분류되더라도 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가 해당 저평가가 경영권 승계를 위한 ‘인위적인 주가누르기’인지, 외부 요인 때문인지를 판단한 뒤에야 과세 대상이 된다. 정부는 정상적인 저평가 기업까지 규제하지 않기 위한 안전장치라는 입장이다.

반면 이 의원은 현실적으로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췄다는 사실을 국세청이 입증하기 쉽지 않다고 본다. 그는 “실제 총수의 주가누르기는 장기간 배당을 억제하거나, 불투명한 내부거래를 하거나, 자본을 비효율적으로 배치하는 등 여러 방식으로 이뤄진다”며 “기업이 ‘업황이 좋지 않았다’고 주장하면 국세청이 이를 반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의 결과를 둘러싼 행정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하며 “결국 국민 세금으로 소송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평가 방식도 비판 대상이다. 정부안은 ‘주가누르기’가 인정되면 평가기준일 전후 2개월 평균 주가의 130%와 최근 6개월~6년 6개월 평균 주가 가운데 가장 높은 금액을 상속·증여세 과세 기준으로 삼도록 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30% 할증으로는 주가를 정상화할 유인이 생기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PBR이 0.1인 기업이라면 정부안을 적용해도 과세 기준은 0.13 수준에 그친다. 기업거버넌스포럼 분석에서도 정부안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코스피 기업들의 평균 PBR은 0.27배 수준으로, 여기에 30%를 더해도 0.35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공정과세도 아니고 주가를 올릴 유인도 제거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이 가장 강하게 비판하는 대목은 정부안이 오히려 장기적인 저평가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 제도는 상속·증여세를 계산할 때 평가기준일 전후 2개월, 총 4개월의 평균 주가를 반영한다. 반면 정부안은 최근 6개월뿐 아니라 1년, 2년, 3년, 4년, 5년, 6년, 6년 6개월 평균 주가 가운데 가장 높은 금액도 함께 반영하도록 설계됐다.

이 의원은 “최근 6년 반 동안 주가가 한 번이라도 높게 형성되면 그 가격이 과세 기준이 될 수 있다”며 “승계를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오히려 장기간 주가를 낮게 유지하는 것이 절세에 유리한 구조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가누르기를 막는 법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주가누르기를 권하는 법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적 안정성 문제도 제기했다. 헌법상 조세법률주의를 언급하며 “세금은 법률로 명확하게 정해져야 하고 납세자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안은 ‘PBR 0.8 미만’이라는 객관적인 기준만 두고 있지만, 정부안은 ‘주가누르기’라는 불확정 개념을 사용하면서 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과세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며 “국세청의 재량이 개입되는 만큼 향후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 “정상적인 저평가 기업까지 규제할 수는 없다”


물론 정부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재정경제부는 모든 저PBR 기업을 일률적으로 규제할 경우 경기 침체나 산업 구조 변화 등으로 정상적으로 저평가된 기업까지 과세 강화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세제개편안 브리핑에서 “인위적인 ‘주가누르기’를 방지하기 위해 PBR이 장기간 과도하게 낮게 유지된 주식의 평가방법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장기간’, ‘인위적’이라는 요건을 넣은 것도 정상적인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라는 설명이다.

결국 이번 논쟁의 핵심은 ‘주가를 누른 기업만 골라 규제할 것인가’, 아니면 ‘주가를 누를 유인 자체를 없앨 것인가’에 있다. 정부는 정상적인 시장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일부 기업만 선별하겠다는 입장이고, 이 의원은 선별 과정이 복잡해질수록 제도는 유명무실해질 것이라고 맞선다.

세제개편안은 오는 11월 국회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상속·증여세 개편을 넘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세제의 방향을 둘러싼 논쟁도 국회에서 본격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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