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분석]정의선·김동관 날벼락? …절세 지배구조 파고든 ‘주가 누르기 방지법案’[홍길용의 화식열전](908회)

이훈기 의원 대표로 여당 의원 10여명 발의
상속·증여세법 개정안 핵심내용 집중 분석
비상장사평가법 활용해 상장사 저평가 방지
자회사·손자사 가치도 실제가치로 반영토록
정부 세법개정안 보완 넘어 반전도 가능할듯
사실상 증세…입법 과정서 재계 반발 불가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 제출한 상속증여세법 일부 개정안, 일명 ‘주가 누르기 방지법’의 상세 내용이 공개됐다. 계열사를 다수 거느린 최대주주의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는 내용이다. 비상장사에 적용했던 주식 가격 평가방법을 상장사에까지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최대주주가 직접 지배하는 회사의 자회사와 손자회사 가치도 비상장사 평가방식으로 계산해 반영하도록 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일 정부 세제개편안에 반영된 ‘주가 누르기 방지’ 내용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일 국회에 제출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여당 안)의 골자는 세 가지다.

① 최대주주 등이 보유한 상장주식의 1주당 시가 평가액(기준일 전후 4개월 평균)이 1주당 세법상 순자산가치의 80%보다 낮으면 비상장주식 평가방식을 적용한다.
② 평가한 액수가 1주당 세법상 순자산가치의 80%에 못 미치면 순자산가치의 80%를 평가액으로 한다.
③ 최대주주가 직접 보유한 상장 회사뿐 아니라 그 회사와 특수관계인이 최대주주 등에 해당하는 하위 상장회사 주식에도 같은 평가방식을 적용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세법상 순자산가치다. 상증세법 시행령에 기준이 정해진 세법상 순자산가치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회계장부의 자본총계와 다르다. 자산은 시가평가를 원칙으로 하고 부채는 세법상 인정되는 범위에서만 차감한다. 영업권 등도 별도 평가 대상이다.

세법상 순자산가치는 회계상 순자산과 상당한 차이가 날 수 있다. 보유주식이나 부동산의 세법상 평가액이 장부가보다 높거나 영업권이 가산되는 기업은 세법상 순자산이 회계상 자본총계보다 더 커지기 쉽다. 분모인 순자산가치가 커지면 주가의 상대적 저평가 정도도 깊어진다. 시장에서 통용되는 회계상 PBR이 0.8배를 웃도는 상장사의 주가도 세법상 순자산가치의 80%에는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더 큰 파장은 다단계 지배구조에서도 실질가치가 일관되게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 만든 ③번이다. 지금까지 상장사는 상속 증여 대상이 되는 회사의 주식 가치만 반영했다. 세법상 순자산가치를 평가해야 하는 비상장사처럼 보유한 지분의 가치를 다시 계산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상장사 주식 가치도 세법상 순자산가치로 따지게 되면 보유한 상장 자회사나 손자회사의 가치도 이에 따라 다시 계산해야 한다. 지배구조 아래쪽에서부터 값을 다시 계산해 위쪽 회사의 순자산가치에 차례로 반영하되, 각 단계에서 세법상 순자산가치의 80% 아래로는 평가액이 내려가지 못하도록 하방을 막은 구조다. 낮은 값은 끌어올리고, 그렇게 높아진 값은 다시 상위회사로 전달된다.

국내 상당수 대기업집단은 21세기 들어 인적·물적분할 등 지배구조 개편으로 지배회사와 사업회사를 분리해왔다. 최대주주가 지배하는 회사를 통해 다른 회사들을 지배하는 다층 구조가 많다. 이번 법안이 시행되면 저평가된 하위 상장회사의 가치가 상위 지배회사의 승계가치까지 낮추는 고리를 끊을 수 있다.

현행법과 정부안이 상속·증여 대상 상장주식이라는 ‘상자 바깥의 가격표’를 주로 봤다면, 여당안은 상자를 하나씩 열어보는 것도 아니고 상자째 들어 그 안에 든 하위 상장회사들의 값까지 다시 매기겠다는 접근인 셈이다.

챗GTP 도움으로 만든 이미지입니다.


한화, 현대차, 삼성, SK 등 대부분 세금 늘 듯

실제 사례로 살펴보자. 최대주주가 고령이어서 승계 준비가 필요한 한화그룹과 현대차그룹이 좋은 예다. 김동관 부회장과 정의선 회장은 김승연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의 그룹 지배회사 지분을 상속 또는 증여 받아야 한다.

㈜한화 주가는 현재 8만3800원으로 회계상 자본총계를 기준으로 한 PBR은 약 0.6배다. 하지만 세법상 순자산가치로 PBR을 계산하면 수치가 더 내려갈 수 있다.

㈜한화는 한화생명 43.24%, 한화솔루션 36.15%, 한화에어로스페이스 32.18%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가 상장사이기 때문에 그동안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가 급등해도 이를 시가로 인식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한화가 세법상 순자산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시가로 반영되어야 한다. 2025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분의 장부가액은 1조5002억원이지만 같은 시점 공정가치는 15조6160억원으로 차이가 엄청나다. 또 한화생명·한화솔루션처럼 회계상 순자산가치로도 PBR이 0.8배 이하인 상장회사들은 시가가 세법상 순자산가치의 80%에도 못 미친다면 비상장주식 평가방식이 적용되고, 그 평가액도 낮을 경우 순자산가치의 80%가 하한이 된다.

현재 김승연 회장이 보유한 ㈜한화 11.33% 지분의 시장가치는 약 6690억원이다. 이 가치가 시가라고 가정하면 현행법은 여기에 20%의 최대주주 할증률을 적용한 8030억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매긴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적용하면 일괄 할증은 적용하고, 대신 PBR 0.8배 미달에 따른 30% 할증만 적용해 8700억원에 대해 세금을 부과한다

하지만 여당안을 적용하면 평가액은 더 커질 수 있다. 보유자산을 세법 기준으로 다시 평가해 ㈜한화의 순자산가치가 크게 높아지고, 현행 시가가 그 순자산가치의 80%에도 미치지 못하면 비상장주식 평가방식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의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그래도 세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은 크다. 현대차그룹 최대주주 상속・증여의 핵심은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이고, 이들 세 회사의 회계상 PBR은 모두 0.8배 안팎이다. 하지만 세법상 순자산가치를 기준으로 다시 계산하면 모두 80% 하한선을 밑돌 가능성이 크다.

현대모비스의 2025년 별도재무제표상 자본총계는 30조6071억원이다. 현대모비스가 보유한 현대차 지분 22.36%의 장부가액은 3조8802억원이지만 2025년 말 시장가치는 13조5744억원이었다. 2025년 말 시장가치를 단순 적용하면 현대차 지분 한 곳에서만 장부가 대비 약 9조6942억원의 평가 차이가 발생한다.

당장 승계 이슈는 없지만 삼성그룹과 SK그룹으로 시야를 넓히면 상황은 더 극적이다. 올해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회사들도 새 평가기준으로는 ‘주가 누르기’ 사정권에 들어갈 수 있다.

이재용 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대 주주(지분 43.06%)이자 삼성전자·삼성생명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이다. 올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주가가 급등하면서 삼성물산 주가도 크게 올랐고, 회계상 PBR은 0.9배 수준이다. 그러나 보유 지분가치가 크게 불어나면서 세법상 순자산가치의 80%에는 한참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SK는 최태원 회장이 지배하는 ㈜SK가 SK스퀘어를 통해 SK하이닉스를 지배한다.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등하면서 SK하이닉스 지분 20%를 보유한 SK스퀘어 주가 역시 수직 상승했다. 회사가 스스로 공표하는 순자산가치(NAV)는 7월 27일 기준 270조5000억원이지만 시가총액은 약 144조원으로 그 53.5% 수준에 그쳤다. 세법상 순자산가치가 NAV에 근접한다고 보면, 주가가 급등한 회사조차 새 기준의 80% 문턱을 한참 밑돈다고 봐야 한다.

절세형 지배구조 약점 드러내…논란도 클듯

여당안은 지주회사의 세법상 순자산가치 할인율 상한선을 사실상 20%로 정하는 효과를 낸다. 밸류업 정책과 자사주 소각으로 순자산대비 시가 할인율이 빠르게 축소되는 올해 같은 국면에서도 국내 주요 지주회사는 여전히 PBR이 0.8을 밑돌고 있다.

이번 법안은 비상장사가 주력 상장사를 지배하는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행법에서도 비상장주식은 세법상 순자산과 순손익가치를 바탕으로 평가한다. 보유한 상장주식은 시가만 따져 순자산에 반영됐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상장 자회사 시가가 세법상 순자산가치의 80%에 못 미칠 경우 순자산가치의 80%를 가치로 평가한다. 비상장사 가치도 이전 보다 높이 평가될 가능성이 커졌다.

물론 여당안은 최대주주 주식 평가액에 20%를 더하던 할증평가를 상장·비상장 가리지 않고 모두 폐지했다. 최대주주 상장주식을 상속세 물납 대상에도 포함했다. 실현되지 않은 경영권 프리미엄에 일률적으로 세금을 매기지 않고, 현금 마련이 어려우면 주식으로 낼 길을 열어준 것이다. 관건은 순자산가치 하한으로 오르는 평가액이 할증 폐지 효과보다 큰 지다.

아직 법안이고, 국회 논의 과정에서 내용이 수정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재계는 반발이 거셀 가능성이 크다. 법 개정의 출발점은 최대주주의 ‘주가 누르기’를 막자는 것인데, 세법상 순자산이라는 새 잣대는 주가를 누른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를 가리지 않는다는 논리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상장주식의 상속·증여 평가는 전세계적으로 시가(始價)가 대세라는 점도 재계에서는 활용할 만하다.

하지만 한국 증시에서 회사나 최대주주가 시가를 눌러왔다는 의심은 오랜 기간 제기돼 왔다. 오죽하면 정부도 관련 세제를 개편에 나설 정도다. 해외에서 시가 평가가 보편적이라고 해도 한국적 상황에서 문제가 있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장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