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원로들 “이름도 못 부르면 싸우자는 것”
“공식 국호 쓴 남북합의서만 100건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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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평화통일고문회의 위원들과 차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7일 북한을 정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으로 부르는 방안과 관련해 “통일부가 끌고 갈 일이 아니라 공론화가 먼저”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관련 정책에 신중한 접근을 주문한 지 이틀만으로, 속도 조절에 나선 모양새다.
정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평화통일고문회의 원로 차담회에서 “업무보고 과정에서 공론화한 뒤에 하겠다는 말이 빠져서 마치 통일부의 방침이 정해진 것처럼 보도됐다”며 “선(先) 공론화, 국민 여론의 성숙을 거치겠다는 설명을 드렸는데 이 부분이 바로잡혔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 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남북 상호 존중과 호혜 협력을 위한 실천 조치로 북한의 공식 국호 부르기를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구상의 ‘첫걸음’으로 보고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보고받은 뒤 “표현에 꼬투리가 잡혀 정쟁으로 휘몰아 들어가면 원래 하고자 했던 데에서 오히려 나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며 “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통일부는 이에 정부가 호칭 사용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원로와 시민단체의 공론화 과정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이날 차담회에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이재정·임동원·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임헌영 국립한국문학관 관장, 함세웅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이사장이 참석했다. 원로들은 대체로 북한 호칭을 ‘조선’으로 바꾸는 데 지지 의사를 밝혔다.
김대중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임동원 전 장관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이후 채택된 남북합의서에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함께 명시돼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조선이라는 말을 쓰자는 것이 새로운 것처럼 느껴지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국민의 생각을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전 장관도 “1991년 이후 정식 국호를 쓴 남북합의서가 100건이 넘는다”며 “문서로는 그렇게 써놓고 이제 말로 좀 하자는데 왜 이렇게 겁을 내나”라고 말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불렀던 사례를 들며 “유구한 전통인데, 서로 별명을 부른다는 것도 아닌데 그것을 못 하겠다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싸우자는 얘기밖에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장관은 다만 “지난 1년 동안 노력한다고 해왔지만 북은 여전히 강고하다”며 “남북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평화공존 시대를 열기 위해 분투하고 있지만 아직 바늘구멍조차 막혀있는 상황이어서 답답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