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호 부위에 대한 재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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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앤브레드 제공] |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우리는 미각과 후각이 아닌 가격표로 맛을 판단해 버리곤 한다.
비싼 음식은 자연스럽게 맛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실제 입맛에 꼭 맞지 않더라도 높은 평가를 내린다. 반대로 저렴한 음식은 아무리 훌륭해도 ‘미식’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데 인색하다. 하지만 미식은 가격이 아니라, 결국 자신에게 가장 큰 만족과 행복을 주는 맛을 찾는 일이다.
물론 비싼 음식이 대체로 높은 만족감을 주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경험이 때로는 편견이 되기도 한다. 충분한 가치를 지녔음에도 가격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외면받는 음식들이 있다. 지금은 목살보다 비싼 가브리살과 갈매기살도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대표적인 비선호 부위였다. 값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소고기도 다르지 않다. 흔히 “버릴 부위가 없다”고 하지만, 한국인이 선호하는 부위는 안심·등심·채끝·살치살·갈비살 정도로 압축된다. 나머지 부위는 가격이 저렴해도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어쩌다 먹는 한우인 만큼 익숙한 선택을 하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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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한우 다이닝 본앤브레드(Born & Bred)의 정상원 대표는 그 인식을 바꾸고 싶어 한다. 이름조차 낯선 부위에도 충분히 미식의 가치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소고기의 비선호 부위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습니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부위는 안심, 등심, 채끝, 갈비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지나치게 평가절하되고 있습니다. 최상급 한우조차 상당 부분이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보섭살이다. 소 엉덩이 부위인 설도의 일부로, 농기구 ‘보습’을 닮아 이름 붙었다. 한우 보섭살은 100g에 4000~7000원 정도로 안심보다 최대 6배 저렴하다. 지방은 적지만 식감과 육향, 풍미가 뛰어나 스테이크로도 손색없는 부위다.
“보섭살은 담백하면서도 식감과 풍미가 뛰어난 부위입니다. 기름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해 다이어트에도 잘 맞습니다. 물론 안심이나 등심이 훌륭한 부위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보섭살보다 5~6배 비싼 만큼 그 정도의 만족감을 주느냐고 묻는다면 쉽게 답하기 어렵습니다. 가격과 맛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 대표는 비선호 부위의 재평가가 소비문화는 물론 한우 가격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한우 가격 상승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선호 부위 쏠림도 큰 원인입니다. 비선호 부위가 한우 한 마리의 60% 이상을 차지합니다.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되면 선호 부위의 가격 부담도 자연스럽게 낮아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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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철학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정상원 대표는 한국 한우 유통의 중심인 서울 마장동에서 태어나고 자란 ‘마장동 키드’다. ‘Born & Bred’라는 이름 역시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자신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1978년부터 한우 유통업을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좋은 한우를 접했고, 20대에는 새벽 경매부터 발골, 정형, 유통과 경영까지 직접 배우며 한우 산업을 몸으로 익혔다.
본앤브레드를 시작한 이유도 좋은 한우를 가장 좋은 방식으로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거칠고 낙후된 이미지의 마장시장을 일본 츠키지시장처럼 미식과 관광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좋은 소고기를 어디에서 사야 하는지 모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최고의 한우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마장시장도 단순한 축산시장이 아니라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미식 공간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현재 본앤브레드는 숯불구이뿐 아니라 우드파이어, 짚불 훈연, 육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한우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적인 셰프와 미식가, 국내외 유명 인사들이 찾는 한우 레스토랑으로 자리 잡은 이유다.
정 대표가 가장 기억하는 손님은 예상 밖의 인물이었다.
“면바지에 운동화 차림으로 오신 외국 손님이 계셨습니다. 얼굴도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로스차일드 가문의 인사였습니다. 식사를 마친 뒤 ‘인생 최고의 음식이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 한마디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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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원 대표는 한우의 가장 큰 강점으로 ‘밸런스’를 꼽는다.
기름맛이 지나치지 않고, 감칠맛과 육향, 식감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한우만의 매력이라는 것이다. 그는 높은 마블링이 곧 최고의 고기라는 공식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마블링이 많다고 무조건 좋은 고기는 아닙니다. 1++ 등급이라고 해서 모두 최고의 맛을 내는 것도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름맛과 육향, 식감이 균형을 이루는 밸런스입니다.”
그는 한우의 품질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확신한다. 문제는 품질이 아니라 시스템이라고 진단한다.
“와규와 한우를 비교하면 일본 축구와 한국 축구를 떠올립니다. 좋은 선수를 갖고도 시스템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것처럼, 한우 역시 세계 시장에서는 시스템의 한계가 있습니다. 생산비가 높고 생산량이 적은 데다 유통 구조도 복잡합니다. 무엇보다 유통의 투명성을 높여야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한우의 세계화는 단순히 한국식 숯불구이를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고도 강조한다. 그는 홍콩에서 2년간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현지 요리에 한우를 접목했고, 좋은 반응을 얻었다.
가격은 시장이 매긴 숫자일 뿐이다. 정상원 대표는 그 숫자에 가려진 한우의 진짜 가치를 보여주고 싶어 한다. 이름조차 낯선 보섭살 한 점이 안심보다 더 깊은 감동을 줄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언젠가 세계의 미식가들이 ‘와규’와 나란히 ‘한우’를 최고의 소고기로 기억하게 만드는 것. 마장동에서 태어난 정상원 대표가 꿈꾸는 미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