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견제 ‘관세+최저수입가격’ 이중장벽…韓 태양광 ‘반사이익’ 얻나

美 폴리실리콘 파생상품 관세 부과
잉곳·웨이퍼·태양전지까지 규제 확대
中 저가품 덤핑 차단…“美산업 재건”
한화큐셀·OCI 美생산기업 수혜 기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폴리실리콘 수입 조정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와 태양광 산업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을 겨냥해 파생제품에는 15%의 관세를 부과하고, 원료와 잉곳·웨이퍼에는 최저수입가격(MIP)을 설정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중국산 저가 공세 차단에 나섰다. 또 같은 날 ‘원정 출산’으로 태어난 아기에게 미국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와 태양광 산업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파생제품에 15% 관세를 부과하고 원료에는 최저수입가격(MIP)을 도입하면서 국내 태양광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생산기지를 보유한 기업에는 중장기적으로 기회가 될 수 있지만, 해외 생산기지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기업에는 수익성 악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포고령에 서명했다. 포고령은 폴리실리콘 파생제품에 15%의 관세를 부과하고, 원료 폴리실리콘에는 1㎏당 21달러, 잉곳과 웨이퍼에는 1㎏당 100달러의 최저수입가격을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태양광 전지에는 와트당 0.22달러가, 태양광 모듈에는 와트당 0.38달러가 각각 MIP로 설정됐다.

이번 조치는 중국산 저가 제품의 덤핑을 차단하고 미국 내 반도체·태양광 공급망을 육성하기 위한 조치다. 실제 미국의 폴리실리콘 및 그 파생상품 생산 능력은 크게 떨어진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고문에서 “전 세계 폴리실리콘 생산 능력에서 미국의 점유율은 2005년 50%에서 2024년 2%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의 반도체 웨이퍼 제조 점유율은 1990년 37%에서 2024년 10%로 감소했고, 태양광 부문의 경우 태양광 잉곳, 웨이퍼, 셀 등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는 미국 정부가 중국이나 중국의 우회 수출 경로로 지목된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생산된 폴리실리콘 파생제품에 대해 기존에 부과하던 고율 관세에 추가로 15%의 관세를 물게 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조치는 미 동부시간으로 120일 뒤인 오는 12월 4일 오전 0시 1분부터 발효된다. 실제 발효 시기를 4개월 뒤로 늦춘 건 오는 9월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과 11월 중간선거 일정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해당 시점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물가 상승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과 중국과의 허술한 무역 협상으로 씨름하는 상황에서 11월 중간선거와 9월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중 정상회담이 끝난 뒤”라고 짚었다.

아울러 포고문은 미 상무장관에게 미국 내에서 폴리실리콘 원료뿐 아니라 잉곳, 웨이퍼, 전지 생산에 대한 투자에 인센티브를 주기 위한 프로그램을 수립할 권한도 부여했다.

미국에 폴리실리콘 관련 제조시설을 짓는 기업에 이번 조처에 따른 관세 부과 없이 수입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포고문에는 미국 내에서 제품을 생산할 시설을 신축, 개보수, 확장하겠다는 약속, 2029년 1월20일까지 공사를 시작하겠다는 약속 등이 기업으로부터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에 따라 실제 관세 조처가 발효되기까지 4개월 동안 미국 내 투자 계획이 있거나 이미 생산시설을 투자한 폴리실리콘 관련 업체들은 미 상무부와 관세 면제를 위해 다방면으로 접촉이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은 이번 규제가 공급망과 수익성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며 대응 전략 마련에 나섰다.

OCI홀딩스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회사는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생산한 폴리실리콘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일부 고순도 제품은 최저수입가격인 1㎏당 21달러를 웃도는 가격에 거래돼 규제를 피할 가능성이 있지만, 가격이 낮은 제품군은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시장에서 판매 전략과 제품 포트폴리오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화솔루션도 단기적으로는 원재료 가격 상승 부담을 안게 된다. OCI홀딩스의 폴리실리콘 등을 활용해 미국에서 태양광 제품을 생산하는 만큼 폴리실리콘 가격이 오르면 셀과 모듈 생산 비용도 함께 높아질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완제품 가격 경쟁력이 일부 약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장기적으로 한화솔루션이 오히려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번 조치가 폴리실리콘뿐 아니라 잉곳과 웨이퍼 등 태양광 공급망 전반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조지아주에 구축한 태양광 통합 생산기지 ‘솔라허브(Solar Hub)’를 통해 잉곳, 웨이퍼, 셀, 모듈을 생산하고 있는 한화솔루션은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이 높은 만큼 관세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을 수 있다. 반면 해외 생산에 의존하는 경쟁사들의 비용 부담은 커질 가능성이 있다.

박승덕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 대표는 “백악관의 결정은 미국 태양광 제조 산업의 현재 상황을 고려한 조치”라며 “폴리실리콘부터 완제품 패널까지 미국 전역에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공동 목표를 달성하는 데 균형을 맞춘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결정은 전국 공장에 투자된 수십억달러와 창출된 수천 개의 일자리를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향후 더 많은 투자와 일자리 창출, 혁신을 위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신뢰할 수 있고 저렴하며 안전한 에너지에 대한 수요는 어느 때보다 높다”며 “미국 태양광 제조업체들은 이러한 수요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에 이어 태양광 소재까지 보호무역 기조를 확대하면서 향후 공급망의 미국 내 이전 압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시장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들은 현지 생산 확대 여부와 공급망 재편 전략을 놓고 대응 방안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정부도 이번 포고령의 세부 내용을 검토하며 업계와 대응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서지연·한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