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여전히 믿는 건 반도체…투자업계 “상승여력 충분, 더 간다”

주요 반도체株 전고점 대비 반토막
개미 ‘저가 매수 기회’ 반도체 쇼핑
證 “설비 투자 확대·장기계약 주목”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고점 대비 반토막 수준까지 급락했지만, 개인투자자의 반도체 사랑은 여전히 뜨겁다.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대거 순매수에 나서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데이터센터 운영사)’의 설비투자 확대 기조와 장기공급계약(LTA) 등을 근거로, 이번 하락이 사이클의 끝이 아닌 강세장 속 조정이란 진단이 잇따른다.

7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이달 들어(조회일 기준 3~6일) 서학개미(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의 주요 시장 순매수 상위권에는 반도체 기업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미국에서는 마이크론테크놀로지(2151억원), 샌디스크(2103억원), SK하이닉스 ADR(1377억원)이 순매수 5위권에 나란히 포진했다.

홍콩에서는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상품(XL2CSOPHYNIX)이 순매수 3위(27억원)에 올랐다. 일본에서는 반도체 전공정 제조장비 기업 도쿄일렉트론(15억원)과 실리콘 웨이퍼·반도체 장비를 영위하는 알에스테크놀로지스(8억원)를 비중 있게 담았다. 중국 증시에서는 대표 반도체 장비업체 중미반도체(AMEC)가 순매수 3위(10억원)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 상황도 비슷했다.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 1·2위는 SK하이닉스(4조1680억원)와 삼성전자(3조6970억원)였고, 6위에는 한미반도체(530억원)가 이름을 올렸다.

개인투자자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저가매수 심리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19일 기록한 장중 최고점 37만4500원 대비 6일 종가(23만500원)가 38.45% 낮은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전고점 대비 49.95% 떨어져 사실상 반토막이 났다. 일본 키옥시아(56.75%),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29.76%), 샌디스크(46.54%) 등도 유사한 흐름이다.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반도체 시장의 슈퍼사이클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아마존, 메타 등 빅4 하이퍼스케일러 가운데 3곳이 최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연간 설비투자(CAPEX) 가이던스를 상향했다.

한상원 토스증권 연구원은 “CAPEX에 대한 경영진의 발언은 기존보다 더 긍정적으로 변했다”며 “지난 분기에도 가이던스가 상향됐지만,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등이 주된 이유였다면, 이번에는 컴퓨팅 수요가 공급을 앞서고 있다는 것이 투자의 핵심 이유로 거론됐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LTA를 통해 공급 조절 능력을 높이고 있어 과거보다 사이클의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용희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 5곳과 5년 단위 LTA를 체결했고, LTA 물량은 향후 증설될 D램, 낸드 캐파의 60~70%를 차지해 과거 사이클마다 반복됐던 공급 과잉과 급격한 판가 하락 위험을 구조적으로 낮출 것”이라며 “현 구간은 추가 하락 위험보다 실적 성장에 따른 상승 여력이 큰, 손익비 측면에서 매력적인 진입구간으로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 역시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대한 낙관론을 유지했다. 컴퓨팅 수요 가속과 2030년까지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공급 부족을 감안하면 이번 메모리 사이클은 이전보다 더 강하고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티모시 모 골드만삭스 전략가는 “메모리 업종의 높은 가격 결정력과 수익성이 현재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