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휴식은 ‘의무’, 작업중지는 ‘권고’...노동자, 쉴 권리 어디까지[나유정]

33도 이상은 2시간마다 20분 휴식 의무
폭염 작업중지는 노동부 행정지침…“권고라 실효성 부족”
노동 장관 “중대재해 발생시 사업주 예방조치 소홀로 판단”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노동자 보호를 위한 폭염 대응 기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현행 제도는 ‘휴식은 의무, 작업중지는 권고’로 구분돼 있어 현장에서는 기준을 혼동하거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행 제도는 폭염 대응을 크게 사업주의 보건조치 의무 노동부의 작업중지 지침 노동자의 작업중지권 등 세 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가장 강제력이 있는 것은 사업주의 보건조치 의무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사업주는 체감온도 31도 이상인 작업장에서 2시간 이상 작업이 이뤄질 경우 냉방·통풍장치 설치·가동, 작업시간 조정, 휴식시간 보장 가운데 하나 이상의 조치를 해야 한다.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이면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부여해야 한다. 이는 권고가 아니라 법령에 따른 의무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챗GPT를 활용해 제작


반면 폭염 시 작업중지는 법령이 아닌 노동부 행정지침에 따른다.

기상청이 폭염중대경보를 발령하면 노동부는 건설현장 등에 작업중지와 작업계획 수립 등을 권고한다. 지난 4일 서울 전역에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되자 노동부는 전국 지방고용노동관서를 통해 건설현장에 작업중지 보고체계를 가동하고 이행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다만 이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가 아니라 노동부의 행정지침이다. 법적 의무가 아닌 권고 성격이라 강제력이 없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폭염 작업중지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최근 MBC 라디오에 출연해 “폭염 작업중지는 권고에 그쳐 사용자들이 이행 여부를 자체 판단하고 있다”며 “유럽처럼 일정 기온 이상에서는 특정 작업을 법으로 중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지난 4일 해당 지역의 고용노동관서들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건설현장에 ‘폭염중대경보 발령 시 폭염 작업중지 보고체계’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동부지청 제공]


노동부는 권고라고 해서 실효성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도 틀린 말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폭염 작업중지 권고를 따르지 않은 상태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가 예방조치를 소홀히 한 것으로 판단될 개연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부 권고를 따르지 않았을 때 책임은 오롯이 사업주가 감당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김 장관은 현장에서는 법령에 앞서 사업주 지시가 강하게 작동하는 만큼 단순한 권고로만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노동당국은 노동자 개인에게 보장된 작업중지권도 있다고 강조한다. 물론 임금 손실이나 불이익 우려 때문에 현장에서 이를 적극 행사하기는 쉽지 않다는 비판이 존재하지만, 산업안전보건법 제52조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근로자가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사업주는 근로자가 합리적인 이유로 작업을 중지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 다만 폭염이 곧바로 ‘급박한 위험’에 해당하는지는 개별 작업환경에 따라 판단될 수 있다.

한편 기상청은 다음 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10일 36도, 11~14일 35도, 15~16일 34도로 예보되는 등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장 체감온도는 이보다 더 높을 가능성이 큰 만큼, 노동자들은 체감온도 31도 이상에서의 사업주 보건조치 의무와 33도 이상에서의 휴식 보장, 폭염중대경보 발령 시 노동부의 단계별 작업중지 지침 등 자신에게 보장된 권리와 사업주의 의무를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연일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작업자들이 보호장구를 착용한 채 제초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