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강바닥까지 폭파했다…살인폭염·가뭄에 결국 ‘초유의 조치’

루마니아, 원전 냉각수 확보 위해 강바닥 폭파
라인강 150년만 최저 수위…獨 GDP 최대 0.2%p 하락 전망
지난 3일(현지시간) 루마니아 정부가 아즈보아렐라 마을 인근 도나우강에 해군을 투입해 강바닥 수중 발파 작업을 하고 있다. [CNBC]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유럽을 덮친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산업과 물류, 에너지 공급망까지 뒤흔들고 있다. 유럽 경제의 핵심 수로인 라인강은 150년 만에 최저 수위를 기록했고, 원전 냉각수 확보에 비상이 걸린 루마니아는 강바닥을 폭파해 물길을 확보하는 초강수까지 꺼내 들었다.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CNBC 등에 따르면 올여름 유럽은 기록적인 폭염과 강수 부족, 알프스 적설량 감소가 겹치면서 주요 하천 수위가 급격히 낮아졌다. 기후변화로 폭염과 가뭄이 장기화하면서 유럽 경제 전반에 충격이 확산하고 있다.

장기간의 폭염으로 지난 4일(현지시간) 도나우강에 강바닥이 드러나고 있다. [신화]


루마니아 정부는 최근 도나우강을 냉각수로 사용하는 자국의 유일한 가동 원전인 체르나보다 원전을 사상 처음으로 멈춘 데 이어 해군을 투입해 강바닥 수중 발파 작업을 실시했다. 이즈보아렐레 마을 인근 암반을 폭파해 원전 냉각시설로 더 많은 물이 흘러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도나우강 수위 하락은 루마니아에만 그치지 않았다. 헝가리 전력의 약 40%를 공급하는 팍시(Paks) 원전도 냉각수 부족으로 운영 차질 우려가 커졌고, 세르비아는 수력발전량을 줄였다. 정부들은 가정과 기업에 전력 사용 절감을 요청하고 있다.

유럽 경제의 ‘대동맥’으로 불리는 라인강도 심각한 상황이다. 라인강은 스위스 알프스에서 발원해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 등 6개국을 거쳐 북해로 이어지는 유럽 최대 산업·물류 수로다. 매년 약 3억톤(t)의 화물을 운송하며 로테르담항과 독일의 주요 산업단지를 연결한다. BASF와 메르세데스-벤츠, 바이엘, 티센크루프 등 독일 대표 제조기업들도 라인강을 중심으로 생산기지를 구축했다.

그러나 독일 남부와 스위스로 향하는 선박의 핵심 통과 지점인 카우프의 수위는 지난 4~5일 24㎝까지 떨어졌다. 1880년 공식 관측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이번 주 후반에는 수위가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라인강의 기준 항행 수위는 78㎝다. 이보다 낮아도 운항은 가능하지만 선박이 화물을 평소보다 훨씬 적게 실어야 해 운송 효율이 크게 떨어지고 운임과 저수위 할증료가 급등한다. 실제 일부 화물선은 적재량의 3분의 2 이상을 줄인 채 운항하고 있으며, 화물을 철도와 트럭으로 옮기는 작업도 이어지고 있다.

카르스텐 브르제스키 ING 글로벌 거시경제 리서치 책임자는 “라인강은 독일 경제의 가장 중요한 심장 가운데 하나”라며 “이 수로가 막히면 공급망과 제조업 전반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계자원연구소(WRI)의 리즈 사코치아 물안보 책임자는 “라인강과 도나우강은 무역과 산업, 에너지 생산을 떠받치는 핵심 기반”이라며 “수위가 낮아지면 영향은 수로를 넘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헝가리와 루마니아, 프랑스의 원전은 냉각수 부족으로 발전량을 줄였고 세르비아의 수력발전도 차질을 빚고 있다”며 “정전 위험이 커지고 전력 수입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나우강에서는 농산물 운송이 지연되고 유람선 운항도 차질을 빚는 등 물 부족이 무역과 공급망, 지역경제까지 연쇄적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6일(현지시간) 역대급 폭염에 의한 가뭄으로 라인강의 수위가 낮아졌다. [EPA]


경제적 피해도 현실화하고 있다.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남유럽 인구의 약 30%는 물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만성적인 물 부족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독일 킬세계경제연구소(IfW)의 슈테판 쿠츠 교수는 라인강 저수위 영향으로 독일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0.2%포인트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수위가 단기간에 회복될 가능성이 낮아 앞으로 한 달 이상 운송 능력 저하가 이어질 것”이라며 “3분기 경제 손실은 10억~20억유로(약 1조6000억원~3조3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