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수수료 7%…미·이스라엘 선박 통항금지 추진”…다시 요동치는 중동정세

이란 의회, 호르무즈 선박 선별통항 법안 검토
위반땐 화물가치 20% 벌금…브렌트유 4%↑
美 “국제수로 통항 막을 수 없어” 즉각 반발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이동 정보 [AF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등 중동정세가 또 한번 요동치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이란 협상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면서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의 공급 차질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6일(현지시간)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에 따르면 이란 의회(마즐리스) 국가안보위원회는 미국과 이스라엘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 초안을 검토 중이다.

초안에는 군수품과 민간 물품을 불문하고 미국과 이스라엘 관련 화물의 통과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른바 ‘저항의 축’에 반하는 활동에 가담한 선박과 화물도 통항 금지 대상에 포함됐다.

또 이스라엘 화물선과 관련 선박은 물론 이란에 피해를 입힌 국가와 개인의 선박에 대해서도 피해가 배상될 때까지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제한하도록 했다. 법을 위반할 경우 화물 가치의 최대 20%를 벌금으로 부과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파르스통신은 해당 법안이 현재 전문가 검토 단계에 있으며, 의회는 법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전했다. 법안에는 정부가 군과 협력해 항행 안내와 선박 교통 관리, 페르시아만 안보 유지, 해양환경 보호 등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미국은 즉각 반발했다. 미 정부 관계자는 CNBC에 “임시 항로는 승인이나 허가, 통행료 등 어떠한 장애도 없이 운영될 것”이라며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수로이며 어느 누구도 항로나 통항 권한을 통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법안 검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미·이란 간 합의가 조만간 이뤄질 수 있다고 언급한 직후 나왔다. 협상 진전 기대감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강경 법안이 추진되자 시장의 불안감이 다시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국제유가는 일제히 상승했다. ICE선물거래소에서 10월물 브렌트유 선물은 전장보다 3.8% 오른 배럴당 82.49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2.8% 상승한 배럴당 77.29달러에 마감했다.

BOK파이낸셜의 데니스 키슬러 수석부사장은 “원유 트레이더들은 미·이란 간 합의 가능성에 여전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협상이 지연될수록 유가는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 내 이란 영해


한편 이란과 오만은 호르무즈 해협의 새로운 통항 체계도 추진하고 있다.

이란 외무부 소식통에 따르면 일정 기간 선박은 이란 연안과 인접한 북측 항로를 통해 해협에 진입하고 오만 연안과 인접한 남측 항로를 통해 빠져나간 뒤, 이후에는 중앙 항로만 이용하게 된다.

파르스통신은 해협 진입 선박은 이란이 단독으로 관리하고 출항 선박은 이란과 오만이 공동 관리한다고 전했다. 통항료는 항행 지원 등 제공 서비스에 대한 비용으로 부과될 예정이며, 화물 가치의 일정 비율을 일률적으로 적용한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이란 측은 설명했다. 통항료는 제공되는 서비스 수준 등 여러 요소를 반영해 결정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과 오만의 합의안 초안을 입수해 “호르무즈 해협으로 진입하는 선박은 이란 측과 협의해 이란 쪽 항로를, 해협을 나가는 선박은 오만 측과 협의해 오만 수역 내 항로를 각각 이용한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페르시아만에 진입하는 선박에 대한 통제권을 얻지만, 통행료나 서비스 수수료를 부과할 수는 없다. 통행료나 수수료 징수는 제외됐으나, 이란이 보안 및 수색 구조 비용 충당 명목으로 받는 자발적인 지불금까지 막지는 못할 수도 있다고 소식통들은 덧붙였다.

다만 로이터통신이 인용한 이란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이란은 해협을 이용하는 선박 화물 가액의 5∼7% 수준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다. 또 오만은 약 3% 수준 수수료를 논의 중이나, 미국은 수수료 부과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