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저호의 마지막 안전장치와 금융위원회의 고민 [크립토인사이트]

차상진 법무법인 비컴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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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차상진 법무법인 비컴 대표변호사


1986년 1월28일, 우주왕복선 챌린저호는 발사 73초 만에 공중분해됐다. 당시 챌린저호에는 미국 최초의 ‘우주교사’ 크리스타 매콜리프가 탑승해 있었고, 전국의 학교와 시민들이 우주수업 생중계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여러 차례 연기된 발사는 나사(NASA)의 대중적 신뢰와 미래를 상징하는 행사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발사 전날 고체로켓 제작사 모턴 티오콜의 기술진은 혹한에서 고무로 제작된 오링(O-ring)이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할 가능성을 들어 발사 연기를 권고했다. 그럼에도 일정과 조직적 부담이 기술적 경고보다 앞섰고, 발사는 승인됐다.

NASA의 판단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오링은 과거에도 문제가 있었으나 그동안은 사고가 없었다. 그리고 NASA는 점차 이를 감수할 수 있는 위험으로 받아들였다. 이에 대하여 조사위원회의 리처드 파인만은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홍보보다 현실이 우선돼야 한다. 자연은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챌린저호의 교훈은 모든 불확실성이 사라질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목적의 중요성과 국민적 기대가 아무리 크더라도, 위험을 가장 가까이에서 다루는 전문가가 마지막 안전장치를 붙들고 있다면 그 경고를 충분히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위험이 경미하다는 판단은 대체로 아직 사고가 없었다는 사실에서 나온다. 그 판단이 쌓이는 동안 안전장치는 조용히 해체된다.

최근 가상자산사업자 대주주 적격성 규제를 둘러싼 논쟁에서도 챌린저호의 교훈은 가볍지 않다. 올해 초까지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사업자의 대주주 적격성을 강화해 왔다. 그러나 얼마전 규제합리화위원회는 경미한 법 위반을 대주주 결격사유에서 제외하도록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모법에는 그러한 예외도, 이를 시행령에 위임하는 근거도 없다. 법률에 근거 없이 시행령을 통한 규제완화는 법치주의와 상충된다. 대법원은 시행령이 모법의 위임 범위를 넘어 새로운 내용을 정할 수 없다는 위임입법의 한계를 확인해 왔고,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본질적 사항은 국회가 법률로 정하여야 한다는 법률유보·의회유보 원칙을 강조해 왔다.

시기적으로도 현재 상황은 과연 가상자산사업자의 대주주 자격 완화가 입법을 기다리지 못할만큼 긴급성이 존재하는지 고민하게 한다.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른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수리가 이루어진 마지막 신청건은 2024년 6월에 이루어졌다. 법률에 근거 없이 시행령으로 규제를 완화할 만한 긴급성이 없다. 반면 국내 주요 가상자산거래소를 인수한다고 발표한 기업은 지난해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를 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고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만약 시행령 입법이 이루어진다면 해당 기업은 벌금형과 무관하게 가상자산거래소를 인수할 수도 있다. 특히나 해당 가상자산거래소의 임원은 규제합리화위원회의 위원이다. 물론 해당 임원은 이번 의결에서 회피를 하였다. 다만 이와 같은 상황에서 시행령 개정이 이루어진다면 규제강화와 완화 중 무엇이 합리적인지와 무관하게 특정 기업을 배려한 규제완화라는 오해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챌린저호의 교훈은 결정을 무한정 미루라는 것이 아니다. 속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수록 마지막 안전장치가 무엇인지 다시 확인하라는 데 있었다.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홍보보다 현실이 우선해야 하듯, 금융제도가 성공하려면 법률이 속도보다 우선해야 한다. 금융위원회가 지금 붙잡고 있는 안전장치는 규제 그 자체가 아니라 법치주의다. 잘못된 의사결정의 비용은 종종 그 결정에 관여하지 못한 시장과 이용자에게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