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미국 엔화 개입, 뜻밖의 역효과”…시장에 달러 더 풀었다

연준 FIMA 레포 활용해 엔화 방어…유동성 공급 효과
“금리 인상 시점에 사실상 QE”…WSJ “긴축과 정반대”

엔화 지폐가 일본 국기 위에 놓여있는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이 엔화 가치 부양을 위해 일본과 공동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면서 의도치 않게 시장에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통화 긴축이 필요한 시점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대차대조표를 확대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과 함께 엔화 방어를 위해 연준의 해외·국제통화당국(FIMA)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 기구를 활용한 외환시장 개입이 시장에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이번 개입은 양적완화(QE)와 유사하게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확대하고 수십억달러의 유동성을 경제에 공급하는 효과를 낸다”며 “자금 조달 방식도 전례가 없는 데다 이미 과열된 미국 경제에 추가 유동성을 공급하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미국과 일본은 지난달 31일부터 엔화 가치 부양을 위해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이는 공동 외환시장 개입을 실시했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지난 3일 일본이 시장 개입 과정에서 연준의 FIMA 레포 기구를 활용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이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현재 600억달러 규모인 FIMA 레포 한도를 확대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고 언급하며 제도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FIMA 레포는 연준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글로벌 달러 부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긴급 유동성 공급 장치다. 외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연준에 담보로 맡기면 연준이 달러를 빌려주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일본의 미국 국채 매도를 막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보고 있다.

일본이 엔화 방어를 위해 보유한 미국 국채를 직접 매각할 경우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할 수 있어, 연준이 미국 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공급하는 방식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WSJ는 이러한 방식이 현재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와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시점에서 이번 조치는 연준이 해야 할 일과 정확히 반대되는 것”이라며 “대차대조표 확대 역시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양적긴축(QT) 기조와도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워시 의장은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도 팬데믹 당시 과도하게 확대된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다시 축소해야 한다며 양적긴축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

다만 WSJ는 일본의 엔화 방어 자체에는 일정 부분 타당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엔화 가치가 급격히 반등할 경우 저금리 엔화를 빌려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대거 청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신문은 “문제는 개입 자체보다 방식”이라며 “미 재무부가 미국 국채 시장의 숨겨진 취약성을 우려하는 것은 아닌지, 연준이 긴축을 해야 할 시점에 다시 완화 정책으로 끌려가는 것은 아닌지 시장의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