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살인의 명백한 징조…‘스토킹 끝 살해’ 3년간 매년 16건 꼴로 벌어졌다 [세상&]

스토킹 살인·미수 지난 3년간 58건
범죄 전문가 “스토킹은 살인 전조”


지난 3월 17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남양주 스토킹 살해 사건’ 관련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아린 기자] 스토킹 전력이 확인된 피의자가 살인이나 살인미수를 저지른 사건이 최근 3년간 매년 평균 16건꼴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이 지난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통계가 시작된 2023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발생한 ‘스토킹 뒤 살인·살인미수 사건’은 총 58건이었다. 연도별로는 ▷2023년 18건 ▷2024년 13건 ▷2025년 19건으로 올해는 6월까지 8건이 일어났다. 이는 피의자에게 스토킹으로 신고당한 이력이 있거나 살인·살인미수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앞선 스토킹 행위가 확인된 사례를 합산한 수치다.

스토킹 살인·살인미수 사건의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이었다. 2023년에는 전체 18건 중 16건, 2024년에는 13건 중 12건, 2025년에는 19건 중 17건에서 피해자가 여성이었다. 올해도 6월까지 발생한 8건 가운데 7건의 피해자가 여성이었다. 경찰청은 피의자의 성별은 별도로 관리·제공하지 않고 있다.

경찰청이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23년부터 올해 6월까지 스토킹하다 살인·살인미수까지 저지른 피의자 현황. [이상식 의원실]


경찰청은 최근 관계성 범죄 대책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 관계성 범죄가 강력 범죄로 비화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유 직무대행은 “스토킹 범죄는 전건접수 즉일조사 원칙으로 신고 접수부터 피해자 보호, 가해자 격리까지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며 “스토킹이 살인을 비롯한 추가 강력범죄로 발전하지 못하게 차단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생활안전교통국 산하 범죄피해자보호계를 과 단위로 격상하고 여성청소년안전국 신설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스토킹 등 관계성 범죄에 대한 엄정 대응을 꾸준히 주문해 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경기 남양주에서 김훈(44)이 스토킹하던 20대 여성을 살해한 사건에 대해 “관계 당국의 대응이 더뎠고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쳤다”며 질책했다. 김훈은 피해자를 살해하기 약 10개월 전 접근금지 명령을 받고도 스토킹을 멈추지 않아 지난 1월 재차 신고됐다. 김훈은 경찰의 두 차례 소환 통보도 무시해 구속수사 선상에 올랐다. 그러나 경찰이 구속영장 신청을 미루는 사이 결국 참극이 벌어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최근 뉴스에서 스토킹 피해를 세 번이나 신고를 했는데도 관계 당국이 필요한 조치를 해주지 않아서 결국 살해당했다고 하는 황당한 일이 있었다”며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 달라”고 지시했다.

범죄 전문가들은 스토킹이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전조 징후라고 지적한다. 오랜 기간 성범죄 피해자를 전담해 온 신진희 국선변호사는 “스토킹은 대표적인 폭력·살인 징조”라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남양주 사건으로 전자장치 부착과 같은 잠정조치가 얼마나 부실한지 드러났다”며 “가해자에 대한 물리적 분리 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앞서 여성·인권단체들도 남양주 사건 관련 “반복적인 신고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살해되거나 살해 위험에 놓이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체포, 구속, 유치 등 적극적인 조치를 통해 피해자의 일상에서 가해자를 분리하라”고 했다.

이상식 의원은 “스토킹 후 살인사건은 피해자 보호 시스템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며 “기존 긴급응급조치·잠정조치가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행정 절차를 벗어나 실질적인 피해자 보호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