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에 몰래 숨긴 거북이 스트레스로 폐사…멸종위기종 밀수 MZ 일당 잡혔다 [세상&]

멸종위기 동물 밀수입 일당 5명 기소
‘초짜’ 조직원 범행의 수상한 전문성
이를 의심한 검찰 보완수사 통해 검거
수백만원 비단뱀, 멸종위급 동물 밀수
파충류 커뮤니티서 은어 쓰며 택배 거래


일당이 밀수해 온 알비노 그물무늬비단뱀. 검찰이 압수한 후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에서 지내고 있다. 해당 개체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정한 멸종위기 동물이다. 암시장에서 거래 가격은 수백만원으로 알려졌다. 이영기 기자


[헤럴드경제(서천)=이영기 기자] 멸종위기 동물 200마리를 속옷 등에 숨겨 들여온 불법 밀수·유통 일당 5명이 검찰의 수사를 거쳐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조직적으로 소통하며 태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에서 야생동물을 밀수해 들어와 국내에 유통했다. 이 과정에서 가혹한 환경에 야생동물을 방치해 폐사하기도 했다.

김동원 서울동부지방검찰청 형사제2부(환경전담) 검사는 6일 충남 서천군 국립생태원에서 열린 검거 브리핑에서 “국제적 멸종위기종 전문 밀수·유통 조직을 적발해 관세법·야생생물법 위반으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특히 일당의 총책 20대 A씨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과거 파충류와 관련된 일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30대 조직원으로 구성된 일당은 지난 2023년 11월께부터 2024년 6월께까지 14회에 걸쳐 외래생물종 200마리를 밀수입했다. 이 가운데 국제 멸종위기종 54마리를 19회에 걸쳐 양도해 이득을 챙겼다.

일당이 밀수한 양쯔강악어. 양쯔강악어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정한 멸종위기 최고등급인 ‘멸종위급’으로 지정된 동물이다. 검찰이 압수한 후 국립생태원에 있다. 이영기 기자


특히 이들이 밀수한 알비노 그물무늬비단뱀은 마리당 수백만원에도 거래되는 희귀종이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정한 멸종위기 최고등급인 ‘멸종위급’ 양쯔강악어도 밀수입됐다.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압수한 동물 95마리는 현재 국립생태원에서 보관 중이다. 향후 본국으로 돌려보내거나, 수요 조사를 통해 국내 동물원으로 보내진다. 이도 여의치 않으면 기약 없이 이곳에 머물게 된다.

일당이 밀수한 멕시코도룡뇽. 검찰이 압수한 후 국립생태원에서 보관 중이다. 이영기 기자


이들은 인터넷 파충류 전문 카페에서 밀수품을 지칭하는 ‘피규어’, ‘인형’ 등 은어를 사용하며 희귀동물들을 광고했다. 향후 적발 시 변명을 하기 위한 은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일당은 온라인 거래 방식을 통해 거래가 성사되면 살아있는 동물을 포장해 고속버스 택배를 이용해 전국 각지에 배송했다.

지난 5월께 대구 서대구고속버스터미널의 한 시외버스 화물칸에서 약 10m의 비단뱀이 발견됐던 소란도 이들의 소행이었다.

이들은 총책 A씨를 중심으로 인도네시아·베트남·태국 등의 판매책으로부터 야생생물을 구매했다. 일당은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현지 판매책과 사전 협의, 현지 방문 및 접선, 총책과 실시간 연락을 주고받으며 야생 동물을 선별해 밀수했다.

A씨가 체계를 꾸린 후 조직원들이 현지로 날아가 직접 동물을 확인하고, 밀수하는 식으로 범행이 이어졌다. 조직원들은 A씨의 눈과 귀가 됐다. 검찰이 공개한 문자 내역을 보면 현지에 방문한 조직원은 사진과 함께 “블랙스롯모니터(도마뱀 종류) 57만5000원”, “파이톤 15만원” 등 A씨에게 동물명과 가격, 사진 등을 보냈다.

이를 확인한 A씨는 “다음”, “걸러” 또는 “ㄱㄱ”라고 말하며 개체를 선별해 구매를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테이프로 입이 묶인 채 밀수된 바다악어. [서울동부지방검찰청]


A씨는 조직원들이 밀수 과정에서 세관에 적발되지 않도록 노하우도 전수했다. A씨는 밀수를 위해 악어를 포장 중이던 한 조직원에게 “눈을 키친타올로 가리고 테이프로 감아”라고 지시했다.

이에 조직원이 “악어가 소리를 낸다”고 하자 A씨는 “(철제과자통 안에) 키친타올 넣어라. 그럼 방음된다. 키친타올 넣고 캐리어에 넣고, 옷들 넣으면 안 들린다”고 말하며 가학적 행위를 하게끔 했다.

일당이 국내로 밀수한 후 검찰이 압수한 돼지코거북.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이들은 이처럼 동물의 입을 결박하고, 특히 어린 개체는 압박 포장한 후 철제통이나 플라스틱 상자에 넣어서 화물로 보냈다. 돼지코거북 등 외부 환경에 민감한 동물은 속옷에 넣어 기내에 반입하는 기상천외한 행각도 벌였다. 이 과정에서 48마리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폐사했다.

일당의 조직적 움직임은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지난 2025년 7월께 한강유역환경청은 인천국제공항세관에서 적발된 조직원 B씨를 야생생물 밀수 혐의로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B씨의 야생생물 밀수 범행이 현지를 처음 방문한 이의 단독 범행으로 보기에는 전문적인 점을 의심했다. 검찰은 B씨의 배후에 공범이 있을 것으로 보고 보완수사를 착수했다.

먼저 검찰은 B씨의 항공권 비용을 대납한 내역을 살펴봤다. 동종전력이 있는 C씨가 대납한 사실을 확인한 후 C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추가 조직원들의 현지 동행 사실 및 공범 관계 증거 등을 확보했다.

지난 5월 서대구고속버스터미널에서 발견돼 화제가 됐던 그물무늬비단뱀. 이영기 기자


A씨는 조직원들에게 ‘스승’, ‘보스’ 등 호칭을 부르도록 하며 철저한 상하관계도 구축했다. 조직원들이 밀수를 위해 입국할 때는 공항에서 대기했다. 공범이 적발되면 몰래 도주하기 위해 상황 보고를 지시했다. A씨는 조직원에게 “짐 받으면 1, 걸리면 2를 보내”라고 지시한 사실도 공개됐다. 도주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또 A씨는 조직원들에게 야생생물 부주의 보관, 폐사의 책임을 묻기도 했다. 또 조직원에 대한 수사 무마 대가 등 각종 명목으로 돈을 갈취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앞으로도 국제적 멸종위기종 및 생태계 위해 우려가 있는 야생생물의 밀수와 불법 유통 및 사육 행위에 대해 환경청 및 국립생태원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