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위기, 인류의 오랜 선택에 축적된 결과
“자연은 바꿀 수 있는 것”…지구적 위기 초래
“인간은 지구 생명체 중 하나…함께 번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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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지역에 폭염중대경보 발효가 예고된 4일 오전 서울 여의대로에 폭염으로 인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온도계가 41도를 가르키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지난 2일 경남 양산에선 수은주가 42.5℃까지 올랐다. 우리나라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한반도 남쪽을 강타하던 폭염이 이젠 중부지역까지 확대되면서 서울의 최고 온도 역시 40℃에 근접했다. 올여름 이상고온 현상은 비단 한반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오스트리아 41.2℃, 슬로바키아 41.4℃, 폴란드 38℃ 등 중부 유럽의 많은 나라가 올해 최고 기온을 경신했고, 47℃를 찍은 미국 서부는 길어진 폭염에 따른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후위기 현상이 인류의 탐욕에 따른 무분별한 개발의 결과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소수의 지배계급이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자 전쟁과 탐험 등을 통해 농경지를 넓히고, 화석연료 사용은 늘리며, 세계 무역을 확대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연을 변형시켜 왔다. 그 결과 지구의 시스템은 인류가 파괴한 자연을 복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환경사학자 수닐 암리스 미 예일대 석좌교수는 저서 ‘번영의 대가, 인간 문명의 그늘’에서 “지구의 위기는 에너지에 굶주린 경제 체계가, 때로 인간이 누리는 자유를 확장하려는 해방적 의도로 살아 있는 자연을, 생명을 잃은 상품으로 변모시킨 결과”라고 일갈한다.
저자는 “인간의 결핍이야말로 모든 것을 변화시켜 온 주범”이라는 소설가 서맨사 하비의 말을 인용하며, 더 큰 번영과 자유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갔던 인류의 오랜 선택이 축적된 결과로써 오늘날의 위기를 분석한다. 특히 저자는 인류 문명이 맞이한 역사적인 변곡점으로, ▷13세기 몽골제국의 확장 ▷15세기 대항해시대 ▷19세기 산업혁명 및 세계대전 등 세 가지를 꼽는다.
저자는 인류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번영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자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시기를 몽골제국이 위세를 떨치던 13세기부터라고 주장한다. 쿠빌라이 칸은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며 사람뿐 아니라 작물과 동물, 병원균 등 특정 생태계를 대륙에서 대륙으로 이동시키며 서로 단절됐던 자연환경과 문명을 하나로 연결했다. 동서양 간 교류의 급증은 경제적 풍요로 이어졌고, 이는 인구 증가로 귀결됐다. 실제로 900~1200년 중국 인구는 6000만명에서 1억4000만명으로 배 이상 늘었고, 같은 기간 유럽은 2500만명에서 7000만명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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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 |
갑자기 늘어난 인구와 가축, 경작지 개간으로 줄어든 숲 등은 처음으로 지구의 복원 시스템에 문제를 일으켰다. 실제로 번영의 시기가 갓 지난 14세기엔 폭우와 폭설, 지진 등의 기후 변화가 찾아왔다. 또 중앙아시아 스텝의 야생 설치류에 서식하는 예르시니아 페스티스(페스트를 감염시키는 박테리아)의 변이는 전 유럽을 강타했다. 당시 페스트로 유라시아 대륙에서 사망한 사람은 최소 7500만명, 최대 2억명으로 추정된다. 무분별한 개발과 이후의 경제적 풍요, 기후 위기 및 신종 전염병 확산 등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흐름은 어쩐지 기시감이 있다.
한바탕 위기를 겪었던 인류는 이를 반성의 기회로 삼지 않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15세기 유럽인들은 금, 은, 후추 등을 위해 신대륙으로 향했고, 그곳에 유럽의 말과 소 같은 가축, 밀과 사탕수수 등 작물, 천연두와 홍역, 장티푸스 등 대륙의 전염병을 신대륙으로 옮겼다. 이에 아메리카 원주민의 90%가 전염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저자는 “신대륙 발견과 개척의 과정은 인간이 본격적으로 자연을 대륙에서 대륙으로 이동시키고 재배치하기 시작한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분석한다. 즉 자연은 인간을 위협하는 변수가 아니라 인간이 이용할 수 있는 존재라는, 자연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19세기에 겪었던 산업혁명 및 세계대전은 인류에게 또 다른 인식 변화를 가져온 사례다. 산업혁명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함량을 빠른 속도로 높일 수 있는 화석연료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했고, 도시와 철도 등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더 빠른 속도로 숲과 초원이 사라지게 했다. 인류를 기근에서 구한 질소 비료는 하천과 바다 생태계를 파괴했으며, 대량생산과 대량 소비로 인간은 자연이 회복하는 속도를 추월해 자원을 소비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19~20세기 초반 일본의 석탄 생산량은 20배 급증했고, 미얀마의 논 면적은 8억평에서 73억평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비율은 30%나 상승했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중인 1944~1945년에 일어난 화재로 대기 중에 5억kg 이상의 매연이 방출되기도 했다. 저자는 “이론상으로는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 복사 에너지의 양을 줄이기에 충분한 양”이라며 “2차 세계대전이 지구 기후에 미친 영향을 명확하게 입증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지만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 즉 지구라는 행성 차원에서 위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인류는 3번의 전환점을 거치며 세계를 연결했고, 자연의 한계를 넘어섰으며, 마침내 지구라는 행성 자체를 변화시킨 셈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비관적인 현실만을 이야기하진 않는다. 그가 800년에 걸친 인류의 역사를 되짚은 것도 잘잘못을 가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인류가 나아갈 방향을 묻기 위해서다. 저자는 에콰도르 개정 헌법, 게임과 K-팝 업계의 친환경 움직임 등을 언급하며 “세계 곳곳의 지역사회에서 ‘생태적 슬픔’이 등장하고 있다. 세계가 없으면 ‘우리’도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이 점차 늘어나는 것”이라며 “우리가 해야 할 투쟁은 스스로 생명체라는 깨달음을 마음에 새기고 지구상에서의 인간 번영이라는 새로운 이상에 통합하는 것이다. 그때야 우리는 자유를 되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번영의 대가, 인간 문명의 그늘/수닐 암리스 지음·추선영 옮김/이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