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급여 전환 뒤 환자 급감, 운영 중단까지
치료 연속성·고용 불안 놓고 현장 우려 확산
지난달 30일 오후 2시께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의 한 정형외과 도수치료실은 6월까지 환자로 붐비는 곳이었지만 이날 적막할 만큼 한산했다. 이날 예정된 도수치료는 단 2건으로, 27일에도 병원을 방문한 환자 약 150명 가운데 도수치료를 받은 환자는 1명뿐이었다.
물리치료팀장 김모 씨는 “7월 들어 매출이 70~80% 줄었다”며 “한두 달 더 지켜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도수치료실을 없애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도수치료는 7월 1일부터 회당 4만3850원, 본인부담률 95%의 관리급여로 전환됐다. 의료기관마다 달랐던 가격을 통일하고 과잉 진료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치료는 주 2회, 연간 15회까지 인정되며 수술이나 골절 등으로 관절 움직임이 뚜렷하게 제한된 환자는 의사 판단에 따라 최대 24회까지 받을 수 있다. 기본 물리치료 등을 먼저 시행하고 치료 효과도 기록해야 한다.
▶횟수 제한에 막힌 환자들=해당 정형외과에서 도수치료 15회 가운데 8회차를 받고 있던 50대 여성 A씨는 오십견으로 처음에는 팔을 어깨높이까지밖에 들지 못했지만 현재는 상당 부분 회복했다. 다만 팔을 완전히 올리거나 뒷짐을 지는 동작은 여전히 어렵다. A씨는 “도수치료는 한두 번 받는다고 바로 좋아지는 게 아니라 조금씩 가동범위를 넓혀가는 치료”라며 “80%만 회복된 상태에서 15회가 끝나면 남은 불편을 계속 안고 살아야 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고관절과 다리 통증으로 도수치료를 받아온 송희진(76) 씨도 횟수 제한에 불편을 호소했다. 송씨는 “70세가 넘으니 자고 나면 여기저기 통증이 생겨 자주 근육을 풀어줘야 한다”며 “고령층은 통증이 반복되는데 정해진 횟수만 받고 치료를 끝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치료시간이 줄었다는 불만도 환자들 사이에서 터져 나온다. 목과 어깨 통증으로 이곳에서 도수치료를 받아온 60대 남성은 “예전에는 목뿐 아니라 어깨·골반까지 살피며 통증 원인을 들었지만 지금은 아픈 부위만 풀고 끝나는 느낌”이라며 “운동 및 관리법을 듣는 시간도 줄었다”고 했다.
▶1시간 치료가 30분으로…“건수 늘려 겨우 유지”=도수치료 가격이 고정되며 의원급 병원들은 치료실을 운영할수록 손해가 날 수 있다고 호소한다. 동대문구 물리치료사 김모 씨는 “치료실 운영비를 빼면 치료사 월급조차 나오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 일대에서는 도수치료 중단 사례도 잇따랐다. 동대문구 신설동 365동대문도수치료센터는 이달 1일부터 도수치료를 중단하고 기존 치료사들을 체외충격파 등 다른 업무에 배치했다. 종로구의 한 재활 의학 병원도 하루 2~3건 정도 진행하던 도수치료를 같은 날 중단했다.
도수치료를 유지하는 병원들은 치료 시간을 줄여 건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버티고 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정형외과는 치료사 3명이 하루 15~20건을 진행하지만, 기존 1시간이던 치료시간은 한 부위 중심의 30분 안팎으로 줄었다.
또한 업계에서는 낮은 단가가 숙련 치료사의 이탈과 치료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숭인동 정형외과 물리치료사 B씨는 “경력 2년 차가 하든 5년 차가 하든 병원이 받는 금액은 같다”며 “병원이 숙련된 치료사와 좋은 장비에 투자할 여력이 줄면 결국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물리치료사 김씨도 횟수 제한과 과잉 진료 규제에는 공감하면서도 단가를 일률적으로 낮춘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액 도수치료나 다른 시술을 끼워 파는 일부 병원의 남용은 막아야 한다”면서도 “의원급 병원까지 같이 묶기보다 가격 상한을 두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규제 불가피하지만 시장 방치 책임도”=이 같은 현장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제도 필요성을 강조하는 전문가 시각도 함께 제기된다. 허성민 전국물리치료사임상연대 대표는 제도 시행 직후에는 병원들이 상황을 지켜보겠지만, 환자 감소가 이어지면 약 3개월 뒤부터 치료실을 폐쇄하는 병원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허 대표는 “기존 평균 8만~10만원대였던 수가가 4만원대로 낮아진 데다 선행 물리치료 기준까지 생겨 환자 유입이 줄 수밖에 없다”며 “적자가 누적되면 병원은 치료실을 닫거나 인력을 줄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재훈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도수치료 시장이 장기간 유지되며 투자와 생계 기반이 형성된 만큼 관리급여 전환은 불가피하지만, 정부가 시장을 방치해 왜곡을 키운 책임도 있다”고 말했다. 정주원·이우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