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고점론 비웃는 ‘역대급 경상수지’…한은 성장률 전망에 쏠린 눈

매달 신기록, 상반기 흑자 1910억달러
성장률 3% 기대, 27일 금통위 진단 주목
비IT도 선전, 기준금리 인상 여부 관심
해외IB 올해 韓 성장 전망치 3.2%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수출 호조와 철강 등 비IT 품목의 선전이 맞물리면서 경상수지가 두 달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등 국내외 기관들이 연간 경상수지 흑자를 연이어 높이는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오는 27일 금융통화위원회가 발표할 올해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과 기준금리 결정에 쏠리고 있다.

김영환 한은 금융통계1국장은 6일 오전 열린 ‘2026년 6월 국제수지(잠정)’ 설명회에서 “6월에는 상품수출이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서면서 경상수지가 2개월 연속 역대 1위 기록을 경신했다”며 “거액의 배당 지급이 있었던 4월을 제외하면 2월부터 매달 사상 최대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1910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한은의 기존 상반기 전망치인 1515억달러보다 395억1000만달러(26.1%) 많다. 지난해 연간 누적 흑자 1230억5000만달러도 이미 1.5배가량 넘어섰다.

수출 증가세는 반도체가 주도했지만 비IT 품목도 힘을 보탰다. 6월 IT 품목과 비IT 품목의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각각 160.4%, 18.6% 증가했다.

박성곤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반도체의 수출 증가 폭이 워낙 커 비IT 품목의 성장세가 가려지는 측면이 있지만, 비IT 품목의 흐름도 나쁘지 않다”며 “반도체가 수출을 주도하는 가운데 다른 품목도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철강은 최근 미국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면서 관세 영향에도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7월에도 호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다. 김영환 국장은 “7월 통관무역은 전월 대비 줄었지만, 반도체 수출 호조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상품수지 중심으로 동월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62.8% 늘어난 988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월간 1000억달러 수출액을 사상 처음 넘겼던 6월보다는 줄었지만, 역대 2위를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반도체 수출은 178.8% 증가한 410억1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절반 수준을 차지했다.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전망치를 웃돌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2500억달러로 전망했다. 김 국장은 “앞서 올해 경상수지 2500억달러로 전망했고, 상반기에 1515억달러, 하반기에 985억달러 각각 전망했다”며 “상반기만 해도 1910억달러 흑자기 때문에 그것(전망치)보다는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상수지가 연이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한국 경제 성장경로의 상방 압력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2분기 실질 GDP(국내총생산·속보치)는 전기 대비 0.6% 성장하며 한은 전망치(0.2%)보다 세 배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실질 GDI(국내총소득)는 3.6% 증가하며 실질 GDP 성장률(0.6%)을 6배가량 웃돌았다. 실질 GDI란 실질 GDP에서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무역손익을 더한 지표다. 수출입 가격 변화에 따라 국민이 체감하는 실질 구매력을 가늠할 수 있다. 전년 대비 증가율 기준 성장률은 15.6%로, 1988년 1분기(16.4%) 이후 38년여 만에 가장 큰 증가율을 기록했다.

국내외 기관에서는 연간 3%대 경제성장률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7월 말 주요 IB 8곳이 제시한 올해 한국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3.2%로 한 달 전보다 0.2%포인트 올랐다. IB들은 4월(2.4%)부터 넉 달 연속 성장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올해 한국 GDP 성장률을 기존 전망치보다 0.6%포인트 높인 3.4%로 제시했다.

재정경제부는 올해 3% 성장률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고, 한은도 ‘2분기 GDP 속보치 설명회’에서 “3·4분기에 전기 대비 성장률이 평균적으로 -0.1%가 나오면 연간 3% 성장률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오는 27일 한은 금통위가 제시할 수정 경제전망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은은 지난 5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지난 2월 전망(2%)보다 0.6%포인트 높인 2.6%로 제시했다. 이번 금통위에서 3%대 전망치가 나오는 것은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가운데 소수점 첫째자리를 얼마나 높은 수준으로 제시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같은 날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높일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2분기 GDP가 깜짝 실적을 가둔 데 이어 7월 소비자물가에서도 기조적 물가 흐름 지표인 근원물가가 더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직전 통방 회의에서도 상당수의 금통위원들은 “이번 인상으로 물가목표를 달성하기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등 추가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내비쳤다.

김벼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