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7월’ ETF<891개> 78% 하락…순자산 80조 증발

반도체 투매로 ETF 시장 초토화
10% 이상 폭락한 ETF만 531개
순자산총액 한달새 512→434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규제 후
전체 거래 급감 등 시장 위축 뚜렷


6일 코스피 지수는 외국인 매도세에 장중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하는 등 낙폭을 확대하며 6200선까지 밀렸다. 코스닥도 800선이 무너지고 장중 770선까지 내려앉았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중 7월에 하락한 상품이 78%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급격히 덩치를 키우며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였던 ETF 순자산 규모도 한달 새 약 80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최근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도 규제 강화 이후 거래량도 급감하는 등 ETF 시장 전반이 위축세를 보이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ETF체크 등에 따르면, 국내 상장 ETF 중 7월 1일 대비 31일 기준으로 주가가 하락한 종목은 891개로 전체의 78.3%를 차지했다. 상승 종목은 244개에 그쳤다. 특히 하락 종목 가운데 531개는 한 달 동안 10% 이상 급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락 종목의 절반 이상이 폭락 수준의 손실을 기록한 셈이다. 이는 중동 전쟁이 발발했던 지난 3월과 맞먹는 수준이다. 당시 하락 종목 수는 838개로 전체의 78.5%를 차지한 바 있다.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ETF 순자산총액도 큰 폭으로 줄었다. 7월 말 기준 ETF 순자산총액은 434조4000억원으로, 전월 말(512조4000억원) 대비 77조9000억원 급감했다. 특히 지난달 30일에는 한때 398조원까지 밀리며 순자산총액 400조원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ETF 시장이 이처럼 흔들린 배경에는 코스피·코스닥 지수 자체의 대폭락이 있다. 코스피는 6월 30일 8476.48에서 7월 31일 6595.45로 마감해 한 달 새 22.19% 급락했다. 코스닥 지수도 같은 기간 916.18에서 719.76으로 21.44% 폭락했다.


급락의 진앙은 반도체였다. 중국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CXMT)의 상장 흥행 등 소식이 전해지며 중국 반도체 굴기에 대한 경계감이 커졌고, 엔비디아·AMD·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주가 뉴욕 증시에서 먼저 급락했다.

그 여파로 국내 증시 시가총액 비중이 가장 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두 자릿수로 밀리면서 지수 전체를 끌어내렸다. 지난달 삼성전자는 21.41%, SK하이닉스는 35.17% 하락했다.

외국인 대규모 순매도도 결정타였다. 외국인은 지난달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17조9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으며, 특히 지난달 28일 하루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9664억원을 팔아치우면서 코스피가 10.84% 급락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ETF 시장 전반의 활력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지난 5일 전체 ETF 거래대금은 약 15조9000억원으로, 7월 일평균 거래대금 약 33조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레버리지 상품 규제 강화도 영향을 미쳤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인버스 포함) 16종의 거래대금은 지난 5일 9198억원으로 집계되며 상장 이후 처음으로 1조원을 밑돌았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31일부터 기본예탁금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이는 등 투자요건을 강화한 지 4거래일 만이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6종목이 코스닥 수급을 흡수하면서 거래대금 감소와 부진이 심화됐었다”며 “이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 감소로 코스닥도 과매도 포지션의 반전을 기대해 볼 만한 구간”이라고 진단했다.

홍태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