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소도 지쳤소”…폭염에 우유생산량 급감

8월 가축더위스트레스지수 역대 최고
“7월 하순부터 유량 줄어…타격 우려”
값싼 EU산 멸균우유 무관세 수입 공세
흰우유 소비↓, 업계 사업다각화 사활


서울 시내 한 슈퍼마켓의 우유 코너 모습. 강승연 기자


국내 낙농·유업계가 생산량 감소, 판매량 둔화의 ‘이중고’에 허덕하고 있다. 극한 폭염으로 원유 생산량이 줄어든 데다, 값싼 유럽산 멸균우유가 무관세로 수입되기 시작하면서 타격이 가중되고 있다.

6일 낙농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낮 기온이 40도까지 치솟는 폭염이 연일 이어지면서 원유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 국내 사육 젖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홀스타인은 더위에 약한 품종이다. 기온이 27도를 넘으면 우유 생산량이 21~23도일 때보다 8%, 24~26도일 때보다 4.2%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국립축산과학원에 따르면 8월 평균 가축더위스트레스지수(THI)는 87.2로, 통계가 제공된 2018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지난 4일 전남 지역에서는 THI가 역대 최고 수준인 93까지 치솟았다. 젖소는 THI 78 이상이면 ‘경고’, 89 이상이면 ‘위험’ 수준이다. THI는 위험 수준에 따라 양호-주의-경고-위험-심각 5단계로 구분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7월 상순까지는 유량이 크게 변화하지 않았지만, 하순부터 확 줄었다”며 “폭염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면 타격이 큰데, 지난주부터 더위가 계속돼 여파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입산 멸균우유와 경쟁도 만만치 않다. 올 1월부터 미국산 멸균우유가 무관세로 들어온 데 이어 지난달 유럽(EU)산에도 무관세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현재 믈레코비타, 리솔라, 올덴버거 등 다양한 유럽산 브랜드들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편의점 채널에서도 멸균우유 취급이 늘어나는 추세다. 2024년 수입 멸균우유를 도입한 GS25에서는 취급 품목이 5종으로 늘어났다. 주력 상품인 폴란드산 믈레코비타 우유는 올해 일평균 판매량이 첫해보다 59.2% 급증했다. CU도 멸균우유 운영 상품이 지난해 6종에서 올해 8종으로 확대됐다. 지난달 멸균우유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74.1% 뛰었다.

멸균우유는 가격 경쟁력이 강점이다. 1ℓ에 1000~2000원대다. 3000원대에 판매되는 국내산 냉장우유보다 싸다. 가성비를 원하는 소비자나 개인 카페 등 사업장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멸균우유 수입은 지난해 5만톤을 넘어섰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27.3% 증가한 2만4735톤이 들어왔다. 업계는 올해 수입량이 6만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환율·고유가로 인한 사료비·유류비 부담 증가, 저출생에 따른 흰 우유 소비 감소세도 낙농가와 유업계를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22.9㎏으로 전년 대비 9.5% 감소했다. 1980년대 후반 이후 최저 수준이다.

낙농업계는 유·아동을 넘어 고령층으로 소비층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흰 우유만으로는 수익 방어가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우유는 저지 우유를 활용한 프리미엄 디저트 사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고품질 원유인 A2 우유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은 대체 음료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두유·아몬드음료 등 대체 식물성 음료를 출시한 남양유업은 지난해 관련 매출이 전년 대비 10%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폭염에 따른 생산량 감소, 멸균우유와 경쟁이 고착화되고 있다”며 “흰 우유 소비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을 통해 생존 전략을 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