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키즈’ 초선 지지 속 밀어붙이기…9월 임시국회 최대 쟁점 부상
내각 개편·당직 인사 앞두고 리더십 시험대…재선 포석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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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5일(현지시간) 도쿄 총리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2월 중의원(하원) 총선 압승으로 확보한 강한 국정 장악력을 앞세워 논란이 큰 식료품 소비세 감세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집권 자민당 내부 반발과 참의원(상원)의 의석 구도 등을 고려하면 국회 통과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식료품 소비세율 한시 인하를 둘러싼 여론의 우려와 자민당 내부의 균열 조짐을 당·내각 인사를 통해 수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감세안은 향후 일본 정국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6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다카이치 내각은 전날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내년 4월부터 2년간 식료품 소비세율을 현행 8%에서 1%로 한시 인하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식료품 소비세율이 인하되면 국민 1인당 연간 3만6000엔(약 32만5000원)의 세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식료품 소비세율 1%에 해당하는 세수는 중·저소득층에 현금으로 지급해 이들 계층의 실질적인 소비세 부담을 0%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요미우리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마이니치신문 등 주요 언론은 소비세를 사회보장 재원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오랜 기간 공을 들여온 자민당의 역사와 배치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닛케이는 “이처럼 무리한 의사결정 과정은 향후 정권 운영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가을 열린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만 해도 재정 건전성을 중시하는 아소 다로 현 자민당 부총재의 지원을 얻기 위해 감세론을 자제했으나 2월 중의원 총선에서 압승한 뒤 식료품 소비세 감면을 강하게 추진했다.
재원 조달 방안이 명확하지 않은 감세가 가뜩이나 심각한 엔화 약세나 금리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했다.
식료품 소비세율 한시 인하 방안을 마련한 오노데라 이쓰노리 자민당 세제조사회장이 다카이치 총리에게 직접 당 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을 설득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그럴 필요 없다”고 일축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카이치 총리의 독단적이라는 지적을 받는 통치 스타일이 식료품 소비세 감면 국면에서도 드러난 셈인데, 배경에는 그의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의원 배지를 달게 된 소위 ‘다카이치 키즈’ 초선 의원들의 찬동이 뒷배가 됐다고 마이니치가 해설했다.
5일 각의 결정을 앞두고 식료품 소비세 한시적 인하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자민당 총무회에서는 미야자와 요이치 전 세제조사회장 등 감세안에 부정적인 중진 의원들이 불참하면서, 안건은 참석자 전원 일치로 의결됐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정권 출범 이후 최저로 집계되고는 있지만, 아직 다카이치 총리가 대항마 없는 ‘1강 독주체제’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감세안에 반대했다가 향후 당직 인사나 내각 진출에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한 당내 인식이 확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산케이신문은 전통적으로 감세안에 반대 입장인 일본 재무성 내 반발에 대해서도 총리 관저로부터 ‘반대 인사에게 인사 불이익이 갈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냄으로써 억제한 것으로 보인다고도 전했다.
산케이는 “세금 부담이 크다고 느끼는 국민 불만도 있어 지금의 재무성에는 과거 정권까지 움직였던 ‘최강 부처’의 위상은 찾아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카이치 총리는 식료품 소비세율 한시 인하안을 오는 9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킬 계획이지만, 참의원(상원)에서 자민당·일본유신회 연립 여당 의석수가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금까지의 ‘밀어붙이기’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또 향후 지지율 변동 추이에 따라 아직 잠자코 있던 당·내각 내 감세 반대론자들이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도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다음 달로 전망되는 내각 개편과 자민당 주요 당직 인사가 정권 운영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게 됐다며 “다카이치 총리가 정책적 일치를 우선시하는 진용을 갖출지, 아니면 당의 결속을 도모하는 ‘거당 체제’를 지향할지 어려운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인사가 다카이치 총리에게는 내년 9월 총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재선의 포석을 놓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정계에서는 지난 총재 선거에서 경쟁했던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 하야시 요시마사 총무상,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고바야시 다카유키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이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재무상 출신으로 재정 건전성을 중시하고 아소 부총재의 측근으로 꼽히는 스즈키 슌이치 자민당 간사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아울러 다카이치 정권 출범에 힘을 보탠 뒤 영향력을 확대해온 우익 성향의 일본유신회가 연립 강화와 내각 참여를 노리고 있는 점도 향후 다카이치 정권 운영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