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우즈벡 정부 운영 제도, 적용 여부 조사 중”
K-조선 공급망·수출 경쟁력 타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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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 [HD현대 제공]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윤석열 정부 시절 시작된 ‘조선업 맞춤형 외국인력 양성 시범사업’이 강제노동(인신매매) 논란에 휩싸였다. 이 사업으로 입국한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이 회사를 옮기거나 일을 그만두면 우즈벡 정부에 매달 2000달러(약 280만원)의 벌금을 내도록 한 각서를 작성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이 사업을 통해 울산지역 조선업체에 배치된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는 모두 385명이다. 이들은 회사 동의 없이 근무지를 옮기거나 근무를 중단하면 우즈베키스탄 정부에 매달 미화 2000달러를 납부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했다.
문제는 이 각서가 사실상 노동자의 이직을 막는 장치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회사를 옮길 때마다 매달 2000달러를 내야 한다면 현실적으로 사업장을 변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법조계는 이런 약정이 우리 노동관계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5조는 일정한 사유가 있으면 외국인 노동자도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29조 제4호는 이를 방해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7조도 협박이나 경제적 압박 등으로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반해 일을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에 준하는 조사를 요구했다. 그는 노동자들의 체류자격과 각서 작성 경위는 물론, 국내 사용자와 원청·협력업체, 울산시가 각서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지, 실제 벌금을 근거로 사업장 변경을 막은 사례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변호사는 “노동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거액의 벌금은 사업장 변경을 막기 위한 경제적 압박”이라며 “외국 정부가 벌금을 부과했다는 이유만으로 노동부가 관여할 수 없다고 하면 국내 사용자는 송출기관이나 외국 정부를 통해 사업장 변경을 우회적으로 막을 수 있게 되고, 결국 외국인고용법과 근로기준법이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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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3월 고용노동부가 울산시와 협력해 ‘조선업 맞춤형 외국인력’을 현지 양성한다며 배포한 보도자료 [고용노동부 제공] |
노동부는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이탈 등을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운영한 제도”라며 “해당 내용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현재 사실관계를 확인·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울산시 역시 우즈벡 정부가 이들을 상대로 벌금 2000달러의 각서를 쓰게 한 사실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지난해 3월 노동부와 울산시가 조선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공동으로 시작했다.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 3개월간 직업훈련을 실시한 뒤 고용허가제(E-9)를 통해 울산 조선업체에 취업시키는 방식이다. 울산시와 HD현대중공업은 현지에 ‘울산 글로벌 인력양성센터’를 설치해 당초 280명 규모였던 사업을 385명까지 확대했다.
인신매매 방지 주무부처인 성평등가족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미 노동부와 법무부, 울산시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상태다. 성평등가족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와 우즈베키스탄 모두 국제노동기구(ILO) 강제노동 관련 협약 가입국인 만큼 이런 계약이 있었다면 국제협약 취지에 맞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이번 논란이 단순한 노동인권 문제를 넘어 국내 조선산업의 통상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강제노동과 관련된 제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전남 신안 염전 강제노동 사건 이후 미국이 국내 천일염에 통관보류명령(WRO)을 내린 사례도 있다.
최 변호사는 “강제노동 논란은 특정 사업장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체의 신뢰 문제로 번질 수 있다”며 “조선업에서도 같은 문제가 확인될 경우 국내 조선산업의 수출 경쟁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