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 리스크 때마다 에너지 수급난 반복
英, 친환경 설비로 바꾸면 보조금·세액공제
대만, 고효율 가전 보조금…韓은 한시적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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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 전쟁 장기화로 인해 유가가 크게 오른 가운데 유류비 부담이 심해진 화물차주들의 자발적 운행 중단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인천의 한 주차장에 화물 트레일러들이 가득 주차된 모습. 인천=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가 발생할 때마다 겪는 에너지 수급난을 해소하기 위해 석유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구조를 서둘러 재편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해외처럼 기업의 탈탄소 설비전환 비용을 지원하고 에너지 고효율 가전 구매 시 보조금 지원을 강화해 석유 수요를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6일 김진수 한양대학교 자원환경공학과 교수에게 의뢰한 ‘해외 에너지 위기 대응정책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보고서에서 ▷탈탄소 설비 전환 세제지원 강화 ▷에너지 고효율 제품 구매 지원 ▷에너지 다소비 산업 경쟁력 강화 등 3대 과제를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은 그린수소, 합성연료 등 저탄소 연료생산을 위한 설비 전환 시 비용의 45~100%를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이를 통해 국가 차원에서 석유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도 전기화학적 촉매 공정으로 인공 합성한 ‘E-나프타’나 친환경 나프타인 ‘Bio-나프타’ 생산설비 전환 시 현행 신성장·원천기술 수준의 세액공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럽은 석유화학 설비 전환 지원요건을 충족하면 세액공제를 적용하지만 우리나라는 조세특례제한법에 열거된 특정 설비만 지원한다. 석유화학 원료 전환 설비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김 교수는 에너지 고효율 가전 구매 시 보조금을 지급하고, 대중교통·상용차의 전동화를 지원해 장기적으로 석유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유가 상승 시 국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만의 경우 국제유가 상승분의 60~75%를 국영기업(대만중유공사)이 부담해 유가를 조절한다. 또한 에너지 고효율 가전 구매 시 1대당 3000대만달러(약 14만원)를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시내버스를 전기버스로 전환해 민간의 석유 수요 감축을 유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으뜸효율 가전제품 환급’ 사업이 있지만 예산이 소진되면 조기 종료해 한시적 지원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대만은 2029년까지 시행 예정이다.
보고서는 석유화학이나 철강처럼 에너지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석유화학, 철강, 시멘트 등의 에너지 집약 산업을 대상으로 전력망 이용료 환급, 신재생 에너지 부담금 면제 등의 지원정책을 도입했다.
우리나라도 에너지 다소비 기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2023∼2027년 연평균 1% 이상 에너지 효율을 개선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지원정책도 장기 저리융자 제공 정도에 그친다.
김 교수는 한국도 영국처럼 상설 지원정책을 벤치마킹해 에너지 위기에도 버틸 수 있는 산업구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권혁민 한경협 성장전략실장은 “에너지 수급 위기는 반복적 양상을 보여온 만큼 앞으로도 유사한 충격이 발생할 때마다 국내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설비 전환 지원 등의 중장기적 대응을 통해 석유 의존적인 산업구조의 점진적 재편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