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가액 산정 방식 대한 질의 이어져
해외 거래소와 개인 지갑 거치면 납세자 소명 부담
![]() |
| [123rf] |
[헤럴드경제=경예은 기자] 내년 디지털자산 과세 시행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채굴과 스테이킹, 탈중앙화금융(디파이) 등 복잡한 거래의 취득가액 산정 기준은 여전히 불분명한 상황이다. 과세 당국이 이르면 10월 고시안을 마련할 예정인 가운데 국세청이 국세공무원 대상 교육을 열고 현장 대응 역량 강화에 나섰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제주 국세공무원교육원에서 국세공무원을 대상으로 3주간 디지털자산 교육을 진행했다. 첫 일주일은 온라인, 이후 2주는 실습을 포함한 오프라인 과정으로 구성됐다. 교육에는 디지털자산 수탁과 보안, 세무회계, 블록체인 분석 분야 관계자를 비롯해 학계 전문가, 국세청 조사국 등이 참여헀다.
교육 기간에는 디지털자산 취득가액을 어떻게 산정할지를 두고 질의가 집중된 것으로 전해졌다. 직접 채굴한 비트코인을 매도하지 않고 보유하다가 스테이블코인으로 교환한 경우를 비롯해 스테이킹 보상과 에어드롭, 디파이 거래에서 발생한 수익이 어떤 시점에 얼마의 가치로 취득한 것으로 볼지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디지털자산 과세 체계에서 과세 대상은 디지털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발생한 소득이다. 디지털자산 간 스왑(교환)도 양도에 포함될 전망이다. 채굴한 비트코인을 원화로 현금화하지 않고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꾸더라도 교환 시점에 과세 대상 거래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큰 틀의 계산 방식은 이미 마련됐다. 디지털자산 양도나 대여로 받은 대가에서 실제 취득가액과 수수료 등 부대비용을 뺀 뒤 연 250만원을 공제하고 20%의 세율을 적용한다. 내년 1월1일 이전부터 보유한 디지털자산의 경우 실제 취득가액과 2026년 12월31일 당시 시가 가운데 큰 금액을 취득가액으로 인정한다. 디지털자산 간 교환으로 발생한 소득은 교환가치의 기준이 되는 기축자산의 가격에 코인 간 교환비율을 적용해 계산하도록 기본 원칙이 마련돼 있다.
관건은 중앙화 거래소(CEX) 매매를 벗어난 경우다. 직접 채굴하거나 스테이킹, 에어드롭 등으로 받은 디지털자산은 매입 가격 자체가 없다.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코인을 개인 간 거래하거나 탈중앙화거래소(DEX)에서 수차례 교환한 경우에는 객관적인 시가와 취득 시점을 특정하기도 어렵다.
한 업계 전문가는 “디지털자산을 거래소에서 직접 매수했다면 매입 가격과 수수료를 토대로 취득가액을 계산할 수 있지만 채굴이나 스테이킹으로 받은 자산은 기준이 복잡해진다”며 “취득 시점과 당시 시가 등을 어디까지 인정할지 구체적인 지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세 과정에서 어느 범위의 디지털자산까지 포착하고 평가할지도 쟁점이다. 상장되지 않았거나 유동성이 부족한 코인은 소수 거래만으로 가격이 크게 움직여 객관적인 시가를 산정하기 어렵다. 신뢰할 만한 시장가격이 없는 디지털자산의 취득가액을 어떤 기준으로 정할지 세부 지침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실제 취득가액을 확인하기 어려운 디지털자산은 양도가액의 50%를 필요경비로 인정할 수 있다. 다만 어떤 경우를 ‘취득가액 확인이 곤란한 경우’로 볼지와 최대 50% 범위에서 어느 정도를 인정할지는 구체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다른 업계 전문가는 “과세의 출발점은 납세자가 해당 자산을 언제, 얼마에 취득했는지 확인하는 것”이라며 “스테이킹을 보상의 경우도 대여소득으로 볼 수 있는지 관련 해석이 고시안에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거래소와 개인 지갑을 거친 거래 내역을 얼마나 정확하게 확보할 수 있을지도 과제로 꼽힌다.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 거래소로 디지털자산을 옮긴 뒤 거래를 거쳐 다시 국내로 들여오면 국내 거래소가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입출고 시점과 수량 등에 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해외 거래소에서 늘어난 디지털자산이 매매로 얻은 수익인지, 스테이킹 보상인지, 다른 사람에게 증여받은 것인지는 해외 거래 내역이 없으면 구분하기 어렵다. 거래소와 과세당국 간 자료 연계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납세자가 자금의 출처와 취득가액을 직접 입증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개인 지갑 간 이동의 성격을 가려내는 과정도 까다롭다. 소유자가 같은 지갑 사이의 단순 이전은 양도로 보기 어렵지만 블록체인에는 지갑 주소만 표시되기 때문에 과세당국이 두 지갑의 실제 소유자가 같은 사람인지 확인하기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지갑 이동과 자산 처분을 구분하기 위한 입증 책임이 납세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세청은 집행기관인 만큼 과세 범위와 평가 원칙은 재정경제부 차원에서 먼저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당국은 내년 과세를 앞두고 가이드라인 형식의 고시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오는 10월 혹은 늦어도 연내 관련 기준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전문가들은 코인 스왑과 과세 코인 종류 범위 등에 대한 정립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 디지털자산 과세는 내년 1일 시행되나 최초 신고는 2028년 5월 이뤄진다. 과세당국이 체계를 보완할 시간은 남아 있지만 납세자는 내년 1월부터 모든 거래 내역을 보관해야 하는 만큼 세부 기준을 시행 전에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내년 1월부터 거래 데이터가 쌓이니 첫 신고 전까지 과세 체계를 보완할 시간은 있다”면서도 “취득원가 산정을 비롯해 해결해야 할 사안이 많고 결국 납세자가 소명해야 하는 문제로 귀결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