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2031년까지 메모리 최강…엔비디아 HBM 독주도 흔들”

욜그룹 “韓, 공격적 투자로 경쟁력 유지”
엔비디아 HBM 점유율 66→58% 전망
월가 “SK하이닉스 저평가” ADR 8% ↑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 광고. [블룸버그]


한국이 최소 2031년까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최강국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장악했던 엔비디아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영향력도 빅테크의 자체 AI칩 확산으로 점차 약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월가에서는 SK하이닉스를 두고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최대 수혜주”라며 잇달아 매수 의견을 내놓고 있다.

프랑스 시장조사업체 욜그룹의 조지핀 라우 분석가는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서 열린 메모리 전문 행사 ‘FMS 2026’에서 “한국은 2031년까지 메모리 시장의 선도적 위치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향후 5년간 웨이퍼 생산능력을 두 배로 확대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메모리 수요 지형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로 크게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메모리 소비 비중은 2021년 37%에서 지난해 52%로 15%포인트 상승한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35%에서 29%로 6%포인트 감소했다. 미·중 양국이 차지하는 메모리 소비 비중은 72%에서 81%로 확대됐다.

라우 분석가는 AI 산업도 학습 중심의 ‘AI 1.0’에서 추론 중심의 ‘AI 2.0’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AI 2.0 시대에는 AI 모델을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는 추론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메모리 업체들의 대응 속도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약 18개월이 걸리던 신제품 개발 기간을 12개월 수준으로 단축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으며,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민첩성이 시장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AI 서버용 HBM 시장을 주도해온 엔비디아의 영향력도 다소 약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에이브릴 우 수석연구부사장은 “엔비디아의 HBM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66%에서 올해 58%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구글의 텐서처리장치(TPU)를 비롯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이 엔비디아 GPU 대신 주문형반도체(ASIC) 도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AI 반도체 시장이 엔비디아 중심에서 빅테크 자체 칩 중심으로 다변화되면서 HBM 수요는 늘어나더라도 특정 고객 의존도는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기술 추격도 이어지고 있다. 욜그룹은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D램을 분석한 결과 현재 기술력이 글로벌 선두 업체들이 2019년 상용화한 1z(10나노급 3세대) 공정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중국의 기술력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음에도 첨단 HBM과 차세대 D램 분야에서는 여전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업체들과 상당한 기술 격차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은 월가의 평가와도 맞닿아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를 비롯해 최소 10개 증권사가 최근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에 대한 기업분석을 시작하거나 신규 보고서를 내고 ‘매수’ 또는 ‘비중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디지털 금융정보 플랫폼 마켓비트 집계 기준으로는 강력매수 2곳, 매수 8곳, 보유 1곳으로 평균 목표주가는 245.50달러에 달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첫 보고서에서 미국 빅테크의 견조한 AI 투자와 HBM 시장 선도 지위를 바탕으로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핵심 수혜주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2027~2028년에도 평균판매가격(ASP)이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며 3분기부터 연환산 30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UBS도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28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현재 주가에는 구조적으로 높아진 메모리 수익성과 강화된 잉여현금흐름(FCF), 확대된 주주환원 정책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가장 높은 목표주가는 바클레이스가 제시한 330달러다. 로젠블랫증권도 320달러, 캔터피츠제럴드는 300달러, 윌리엄블레어는 260달러, 스티펠은 240달러를 목표주가로 제시하며 일제히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특히 캔터피츠제럴드는 D램과 낸드 모두 수요 증가가 2029회계연도 이후까지 공급을 웃돌 가능성이 높다며 장기 공급계약 확대가 구조적으로 높은 수익성과 실적 가시성을 뒷받침할 것으로 분석했다.

월가의 잇따른 낙관론에 힘입어 SK하이닉스 ADR은 이날 뉴욕증시에서 8.17% 급등한 154.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간외 거래에서는 153.85달러로 소폭 조정됐다.

업계에서는 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은 일부 변화하더라도 AI 시대 핵심 부품인 HBM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 중심의 생태계는 다변화되겠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HBM 기술력을 확보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서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