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은 상승…한우 공급 감소 변수
사료비도 올라 추석 물가도 우려
“여기는 그냥 죽을 맛입니다.”
지난 4일 오후 2시께 찾은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시장’. 최고 온도가 38도까지 오른 이날, 폭염과의 사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상인들은 무더위에 연신 부채질을 했다. 작은 탁상용 선풍기에 의존해 더위를 견디기도 했다. 고기를 손질하는 상인들은 민소매 등 얇은 옷을 입고, 목에 얼음 주머니를 둘렀다. 진열된 고기에는 얼린 페트병이 올려졌다. 내장이 담긴 플라스틱 통에도 얼음이 담겼다.
시장은 무더위와 휴가철이 겹치며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한산했다. 외국인 관광객 1~2명만이 시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상인들은 휴대전화를 보거나 대화를 나누며 손님을 기다렸다. 마장동에서 15년 장사한 전모(83) 씨는 “장사가 너무 안된다”며 “오늘은 3시까지만 하고 들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인근 상인 김모씨도 “더워서 고기를 먹는 사람이 줄었다”며 “그나마 찾는 손님들도 모두 포장 손님뿐”이라고 전했다.
납품 업체도 고민은 같았다. 식당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폭염까지 겹치면서 고기 주문이 크게 줄었다. 한 도매업체 관계자는 “식당에서 주문이 들어와야 고기를 손질해 납품하는데 주문 자체가 줄어 한숨만 나온다”며 “3개월째 주문이 들어오지 않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고기 판매량이 줄면서 얼음집도 타격을 입었다. 2000년대 초부터 얼음집을 운영하고 있는 조주일(67) 씨는 “매년 10%씩 매출이 줄고 있다”며 “이 시간대면 절반 이상이 팔렸어야 하는데 아직 그대로 쌓여 있다”며 냉동고를 열었다. 얼음 창고에는 얼음 포대 90개 이상이 쌓여있었다. 축산물 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이달 소고기 안심 평균 가격은 100g당 1만4673원으로 전년 동월(1만2853원) 대비 14.2% 올랐다. 지난달 1만5000원대를 기록한 뒤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등심도 100g당 1만221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7.1% 상승했다.
생산비 부담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수입산 사료에 의존하는 국내 축산업 특성상 국제 곡물 가격과 환율 변동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2분기 사료용 곡물 수입단가지수는 135.4로 전년 동기보다 4.0% 상승했다.
닭고기와 계란 가격은 AI(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영향으로 여전한 상승세다. 이달 닭고기 평균 가격은 100g당 6195원으로 전년 동월(6104원) 대비 1.5% 올랐다. 계란 한 판(30개) 가격도 7360원으로 전년 동월(7088원) 대비 3.8% 상승했다.
한우의 공급 감소가 예상되는 앞으로가 더 문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농업관측센터는 9월 한우 사육 마릿수가 321만3000마리로 전년보다 3.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한우 도축 마릿수도 86만2000마리로 전년보다 9.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돼지 도축 마릿수 역시 전년(1871만마리) 대비 0.6% 감소한 1846만마리로 예측됐다.
계속되는 폭염도 가격 상승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고온에 취약한 돼지와 닭은 생산성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3일 오전 9시 기준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은 총 49만3497마리에 달한다. 돼지가 3만3759마리, 닭과 오리 등 가금류가 45만9738마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폭염이 장기화되면 가축의 증체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며 “추석이 9월 말인 만큼 직전 3주가 축산물 성수기로 꼽히는데, 폭염이 얼마나 길어지냐에 따라 공급과 가격이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연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