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덮친 ‘히트플레이션’…추석 과일값 빨간불

7~8월 역대급 폭염으로 생육 불안정
배, 작년보다 56%↑…9월 더 오를듯
사과·감귤도 불안…태풍 ‘돌핀’ 변수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종합시장 매장에 사과가 진열되어 있다. [헤럴드 DB]


한반도를 덮친 역대급 폭염이 국내산 과일 가격을 흔들고 있다. 짧은 장마와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40도까지 치솟은 무더위가 과일 생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다. 사과·배 등 추석을 앞두고 수요가 급증하는 과일을 중심으로 추가적인 가격 상승이 우려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과일 가격은 품목별로 다른 추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배(신고·15㎏) 소비자 평균가격은 10만2250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6만5503원) 대비 약 56.1% 올랐다. 전월(10만6123원)과 비교하면 3.6%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원인으로는 지난해 수확기였던 10~11월 잦은 비가 꼽힌다. 수확 시기가 늦어진 데다 과실 내 수분이 늘면서 저장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유통되는 저장배 중 상품성이 있는 물량도 많지 않아 상대적으로 높은 시세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지난해 배 저장량 감소로 올해 7월 이후 출하량이 평년 동기(5000톤)에 못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사과와 귤 가격은 내렸다. 사과(후지·10㎏)는 같은 날 기준 8만5400원으로 전년 동기(9만162원) 대비 5.3% 떨어졌다. 지난해 생산돼 저장됐던 물량과 여름에 수확되는 아오리(쓰가루) 출하량이 늘면서 시세가 하락했다. 제주농산물수급관리센터에 따르면 하우스감귤(온주·3㎏)의 1일 기준 평균 도매가격은 1만5000원으로 전년 동기(2만500원) 대비 26.8% 내렸다. 문제는 폭염의 직접적인 영향이 반영되는 하반기다. 업계는 주요 과일 가격이 오는 9월을 전후해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달 초까지 주요 산지마다 이상고온으로 과육 생장이 늦어지는 현상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급증하는 사과·배 등 차례상 품목 수요도 가격 상승 요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7월 장마 이후 폭염이 지속되면서 사과 생육 불안정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충청·경북 일부 산지에서는 탄저병 등 병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폭염이 이어지면 배 생장이 늦어질 수밖에 없어 지난해보다 높은 시세가 형성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감귤은 하우스 농가가 감소한 데다 최근 열대야로 생장이 늦어지면서 생산물량 감소에 따른 가격 상승세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남쪽 먼바다에서 북상 중인 13호 태풍 ‘돌핀’도 변수다. 태풍이 중국 쪽으로 방향을 틀면 덥고 습한 열대 바람이 유입돼 폭염이 강해질 수 있다. 태풍이 그대로 북상할 경우 기온은 낮아지겠지만, 위력이 강해 2002년 ‘루사’나 2003년 ‘매미’급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태풍이 향후 생육과 출하량에 미칠 영향을 지속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