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같은 옷 입고 이런 데를 와?”…아찔한 ‘란제리 패션’ 유행에 갑론을박

5월 27일 서울 청계천 열린 패션쇼. 참고 이미지 [연합]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올여름 브라톱과 레이스 등 언더웨어 요소를 일상복에 접목한 ‘란제리 코어’(Lingerie Core)가 핵심 트렌드로 급부상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에서 브라톱과 속옷이 보이는 스커트 등 ‘노출 패션’(Naked Dressing)이 확산하면서 결혼식과 비즈니스 컨퍼런스 등 곳곳에서 어색한 상황이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주 소살리토에서 열린 한 하와이풍 결혼식에서는 한 하객이 피부색 끈팬티 형태의 비키니 하의와 톱만 입고 등장해 현장을 당황케 했다.

행사대행업체를 운영하는 니키타 칸데리아는 “한 하객이 피부색 끈팬티 형태의 비키니 하의와 반두톱만 입고 나타났다”고 전했다. 그는 해당 하객에게 복장 규정에 맞는 옷을 입지 않으면 퇴장해야 한다고 안내한 뒤 길 건너편 상점으로 데려가 덧입을 옷을 구매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무 콘퍼런스에서는 기조연설자가 브라렛과 검은색 시스루 스커트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발표 내용보다 복장이 더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당 컨퍼런스에 참석했던 기업가는 “강연 내용보다 의상에 대한 소문이 도배됐다”며 “어디에 시선을 둬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란제리 코어 패션 [게티이미지]


논란 속에서도 패션 업계는 ‘란제리 코어’ 트렌드를 매출 확대에 적극 활용하는 분위기다. 자라는 공식 홈페이지에 란제리 드레스만 모아놓은 전용 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라장스는 브래지어와 팬티가 비쳐 보이는 레이스 드레스를 선보였고, 마이클 코어스는 삼각형 모양의 브라렛에 바지를 함께 매치한 스타일을 내놨다. 아메리칸이글 계열 브랜드 에어리는 시스루 레이스 캐미솔과 브라를 조합한 ‘쇼 오프’ 컬렉션을 출시했다.

빅토리아시크릿은 올봄 셔츠 없이 단독으로 착용할 수 있는 ‘스트랩리스 브라’를 선보여 인기 몰이 중이다. 빅토리아시크릿과 핑크를 이끄는 힐러리 슈퍼 최고경영자(CEO)는 “속옷을 겉옷으로 활용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옷차림이 갈수록 가벼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반응은 엇갈린다. 일부 여성은 신체 노출을 해방감과 자기결정권의 표현으로 받아들이지만, 여성의 몸을 다시 대상화하는 방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의 스타일리스트 브룩 라우닉은 “비키니를 일상복처럼 입는 모습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WSJ은 “향후 관련 시장은 시스루 의류뿐 아니라 노출을 조절하는 보조 속옷과 행사별 복장 안내 서비스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개인의 자기표현과 공동 행사에서 요구되는 예절의 기준이 충돌하면서 직장과 결혼식 등에서는 복장 규정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