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열리나 했더니…“결국 이란 손 들어줄 수도”

이란·오만, 호르무즈 통항 방식 사실상 합의 접근
서비스 수수료 절반씩 나누고 항로는 이란이 관리
NYT “국제사회, 이란 통제권 인정하는 대가 치를 수도”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의 운항 현황이 표시된 선박 추적 사이트 화면을 바라보는 모습.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해상 물류와 원유 수송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를 둘러싼 이란과 오만의 협상이 구체적인 합의 단계에 근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항 선박에 서비스 수수료를 부과하고, 항로 관리권은 사실상 이란이 행사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미국이 결국 이란의 해협 통제권을 인정하는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협상 내용을 잘 아는 이란 당국자 2명을 인용해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 방식을 두고 막판 조율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협에 진입하는 선박은 이란이 통제하는 수역을 따라 운항하고, 해협을 빠져나갈 때는 오만이 관리하는 수역에 가까운 항로를 이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환경 보호와 보안, 인력 배치 등에 필요한 비용 명목으로 서비스 수수료를 부과하고 이를 양국이 절반씩 나눠 갖는 방안도 협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이날 이란과 오만이 새로운 통항 항로가 담긴 지도를 교환했다고 확인했다. 그는 기존처럼 남북으로 분리된 통항분리제도(TSS)가 아니라 양방향 통행이 가능한 단일 항로를 오만과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이전까지 국제적으로 합의된 통항분리제도에 따라 대부분 오만 영해를 지나는 항로를 이용했다. 하지만 이번 협상안이 현실화하면 이란이 실질적인 항로 운영과 통항 관리 권한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미국은 전쟁 이전처럼 자유로운 항행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란은 해협에 대한 주권적 통제를 협상의 핵심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전쟁 초기에는 통행료 부과가 주요 요구사항으로 거론됐지만 최근에는 선박의 통항 자체를 이란이 허가하는 방식으로 협상 초점이 이동했다는 평가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강력한 지렛대 역할을 했고, 이를 확보하기 위해 상당한 군사적 비용을 치른 만큼 이란이 통제권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도 호르무즈 해협을 4일까지 완전히 개방하는 방안을 이란과 논의하고 있으며 통행료 부과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 협상은 중재국인 오만과 이란이 주도하고 있어 미국이 결과적으로 합의를 수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미국은 이를 ‘이란과 오만 간 합의’로 규정할 경우 직접 이란의 통제권을 인정했다는 정치적 부담을 일부 덜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이란이 ‘통행료(toll)’ 대신 ‘서비스 수수료(service fee)’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형식적인 절충 가능성도 거론된다.

NYT는 이 같은 합의가 성사될 경우 국제사회가 사실상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인정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 프로그램 제거를 명분으로 군사행동에 나섔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전략적 카드를 더욱 확실히 쥐게 됐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방식의 합의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오만 측 해역에도 이란이 설치한 기뢰가 남아 있어 결국 안전한 항행을 위해서는 이란의 협조가 필수적이며, 미국 입장에서는 이란에 굴복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란 역시 해협을 다시 개방하더라도 미국이 추가 군사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알리 바에즈 국제위기그룹(ICG) 중동프로그램 부국장은 NYT에 “이란의 해협 통제권을 인정하는 어떤 해법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지만, 이를 군사적으로 제거할 현실적인 방법도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이길 수 없는 전쟁과 받아들이기 불쾌한 평화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