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AI 특수에 차세대 낸드로 격돌

낸드플래시, D램 못지 않은 수익성
삼성 2분기 낸드 영업이익 23조원
SK하이닉스·키옥시아도 10조원대
AI 수요 대규모 증설보다 성능 향상


AI 인프라에 최적화된 삼성전자 PCIe 6.0 기반 기업용 SSD(eSSD) ‘PM1763’. [삼성전자 제공]



그동안 D램 호황에 가려졌던 낸드플래시 메모리가 올 2분기 높은 수익성을 과시한 가운데 국내외 제조사들은 여전히 증설엔 소극적이어서 업황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각 업체들은 인공지능(AI) 수요를 겨냥해 차세대 고성능·고용량 제품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있어 낸드 시장은 생산능력(capa) 싸움보다 기술 대결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모습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키옥시아는 지난달 31일 진행된 2026 회계연도 1분기(4~6월) 콘퍼런스 콜에서 “(증설보다) 기술 우위 강화가 우선이다. 성능 개선과 전력소비 절감, 품질 등에 투자를 집중하겠다”며 설비투자(capex)엔 여전히 신중한 기조를 보였다.

키옥시아가 계획한 2026 회계연도 설비투자액은 약 4500억엔(약 4조원)이다. AI 낸드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향후 3년간 연평균 약 4700억엔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낸드를 주력으로 하는 키옥시아는 내년 이후에도 수급난이 계속될 것이라며 낸드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을 전망했다. 아울러 2028년 출하량의 50%를 장기공급계약(LTA)으로 확보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키옥시아의 낸드 시장 점유율은 13.9%다. 삼성전자(31.6%), SK하이닉스(17.6%)에 이어 3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분기 낸드 영업이익은 각각 20조원, 10조원을 훌쩍 넘기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키옥시아 역시 같은 기간 1조3083억엔(약 11조9000억원)을 벌었다. 영업이익률은 74%에 달해 낸드 시장의 호황을 입증했다.

이들 낸드 3사의 성장은 출하량 증가보다는 평균판매가격(ASP) 상승에서 비롯됐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메모리로 부상한 고성능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eSSD) 수급난이 낸드 가격의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증가와 맞물려 폭증하는 데이터를 저장할 고용량 eSSD 수요가 급증했지만 3사는 대규모 증설을 자제하며 공급량을 조절하고 있다. 지난 2023년 낸드 공급과잉이 촉발한 재고 탓에 조 단위 적자를 봤던 과거의 경험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대신 기술 향상 및 공정 개선에 집중하며 낸드 가격 결정의 주도권을 쥐고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업계 1위 삼성전자는 다음달 10세대 V낸드(V10) 양산에 돌입한다. V10은 업계 최초로 셀을 400단 이상 수직으로 쌓아 올린 제품이다. 최초로 하이브리드 본딩과 셀을 세 번에 걸쳐 쌓는 3스택을 적용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9세대 V낸드와 4나노 기반 신규 컨트롤러를 탑재한 PCIe 6.0 eSSD ‘PM1763’ 양산을 시작했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베라 루빈’의 메인 스토리지로 사용돼 낸드 실적 성장을 이끌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를 포함해 4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샌타클래라에서 열리는 FMS 2026에서 AI 인프라를 겨냥한 주요 낸드 제품들을 전시한다.

SK하이닉스는 연말까지 321단 낸드 생산량을 국내 생산능력의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아울러 미국 샌디스크와 협력해 고대역폭 플래시(HBF) 표준을 정립하며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이은 차세대 AI 메모리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키옥시아는 지난달 10세대 3D 낸드 샘플을 출하했다. 고객사 인증을 거쳐 내년 중반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10세대 낸드 기반 PCIe 6.0 eSSD를 FMS 2026에서 전시한다. 김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