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성공땐 삼전·하이닉스와 격차 미미
12인치 공장 추가…생산능력 공격 확대
‘집적회로 배치설계 보호조례’ 25년만 개정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CXMT)가 베이징에 두번째 반도체 공장을 추진하고 차세대 저전력 D램인 LPDDR6 양산에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CXMT가 인공지능(AI) 수요를 발판으로 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동시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비슷한 시기에 LPDDR6 양산에 성공할 경우 한국 메모리 업체들을 향한 추격전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집적회로 배치설계 보호 조례’도 25년만에 개정하며 메모리 굴기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3일 중국 차이나데일리는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CXMT의 첫 LPDDR6가 연구개발(R&D) 검증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R&D 검증을 성공적으로 끝내면 CXMT는 LPDDR6 양산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된다.
CXMT의 LPDDR6는 설계 규격상 데이터 전송 속도가 12.8Gbps(초당 기가비트)를 구현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템온칩(SoC)과 결합했을 때의 기본 동작 속도는 1만667Mbps에 이른다.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제품(14.4Gbps)보다는 성능이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제품 개발·양산 속도는 한국 메모리 기업을 위협할만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단일 칩 용량은 16Gb(기가비트)가 적용됐으며, 1295개의 솔더볼을 적용한 패키지온패키지(PoP) 방식으로 설계됐다. 전작보다 속도는 66% 빨라지고 전력 소비는 30%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전력 효율성과 신뢰성, 가용성, 유지보수성 등도 CXMT의 기존 LPDDR5X 제품보다 개선된 셈이다.
CXMT의 LPDDR6 양산 임박이 사실로 확인되면 해당 업체는 LPDDR6로의 세대 전환을 주도하는 초기 경쟁 업체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계 해외 금융·테크 분석 플랫폼 빅고파이낸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D램 ‘빅3’도 아직 LPDDR6를 양산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업체가 비슷한 시기에 시장에 진입할 경우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경쟁 구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매체는 “그동안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술은 한국보다 범용 D램에서 약 3년, HBM에서는 약 4년 뒤처진 것으로 평가됐지만 CXMT가 한국 기업들과 비슷한 시기에 LPDDR6 양산에 성공하면 해당 제품에서의 기술 격차는 사실상 미미해질 수 있다”며 “첨단 공정 적용 경험과 수율 등에서는 여전히 차이가 있지만 AI 확산으로 2030년 이후까지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경우 중국 업체가 시장 경험과 경쟁력을 빠르게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LPDDR6를 개발 완료하고 하반기 양산할 계획이다. 전작인 LPDDR5X만 하더라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22년 양산에 성공한 반면 CXMT는 지난해 말에서야 양산에 들어가는 등 격차가 3년 이상 벌어졌는데, 불과 한 세대 만에 격차를 따라잡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메모리) 생산에 집중하며 기존 LPDDR 시장에 구조적인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했고, 이 공백이 CXMT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CXMT가 LPDDR6를 개발하는 것이 미국의 반도체 규제를 우회하기 위한 중국의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빅고파이낸스는 “미국의 수출 통제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중국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이 지연되자,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LPDDR를 앞세워 AI 메모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이와 동시에 CXMT는 LDPPR6 개발에 더해 베이징 동남부 이좡 지역에 12인치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를 위해 베이징경제기술개발구와 자금 조달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로이터는 “해당 설비 증설 계획이 실현되면 CXMT의 월 생산 능력은 현재의 두 배 수준인 60만장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월 약 65만~70만 웨이퍼 생산 능력을 갖춘 삼성전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현재 CXMT는 허페이를 비롯한 3곳의 공장에서 각각 월 10만장 규모의 메모리 반도체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로이터는 CXMT가 본사가 있는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와 상하이에도 신규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다른 지방정부와도 투자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김영철·박지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