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막으려 미국 260억달러·일본 125조원 쏟아부었다

미국, 현물 대신 선물환 260억달러 추정
일본, 이틀간 5.3+8.4조엔 매입 ‘최대’
일본 엔화 [로이터]

미국과 일본 정부가 급락하는 엔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공동개입을 공식 확인한 가운데, 양국이 이틀간 엔화 매입에 쏟아부은 자금 각각 미국 260억달러(37조448억원), 일본 13조7800억엔(124조6000억원)에 이른다는 보도가 나왔다. 엔화가 달러당 164엔에 근접하며 1986년 이후 약 40년 만의 약세를 기록하자, 양국이 1998년 이후 28년 만에 손을 잡고 공동 개입에 나선 것이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일본 엔화 가치 급락을 막기 위해 최대 260억달러규모의 엔화를 매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미국 정부가 엔화 매수에 사용한 규모는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미국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 규모를 토대로 대략적인 추정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엔달러 환율 추이


미국의 외환보유 자산은 재무부 환율안정기금(ESF)과 연방준비제도 공개시장계정으로 나뉘는데, 두 계정 모두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운용하며 각각 약 191억달러 규모의 외환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뉴욕 연은이 두 계정의 유로화를 모두 팔아 엔화를 샀다고 가정하면 최대 263억달러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미국이 달러가 아닌 유로화를 팔아 엔화를 산 것은 이례적 조치다. 자국 통화 신뢰도는 유지하면서 엔화 가치만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미 정부의 실제 거래는 현물환이 아니라 선물환 방식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뉴욕 연은이 1개월가량의 결제일을 두고 유로화를 매도하고 엔화를 매수하는 선물환 계약을 체결했을 수 있다.

일본 엔화와 미국 달러 지폐. 일본과 미국은 최근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이례적으로 엔화 매수 공동 개입에 나섰다. [로이터]


거래 규모를 좌우하는 변수도 보유 외환량이 아니라 거래 상대방이 감당할 신용위험 수준이 된다. 실제 거래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통해 이뤄졌고, 미 재무부는 개입에 앞서 월가 주요 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 관계자들과도 사전 접촉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이 공동 개입에 나섰다는 상징성은 크지만 매수 규모는 일본보다 훨씬 적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달 30일 약 8조4500억엔(76조8500억원)을 투입해 엔화를 매수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어 31일에는 약 5조3300억엔(약 48조4800억원)을 추가 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합하면 총 13조7800억엔(124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입액이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이 지난 3일 미국·일본의 공동 외환시장 개입과 관련해 일본 도쿄 재무성에 도착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


블룸버그는 일본은행이 공개한 당좌예금 계정과 단기금융중개회사들의 자금 흐름 전망치를 비교해 이 같은 규모를 추산했으며, 정확한 액수는 향후 일본 재무성 공식 통계로 확정될 전망이다.

이번 개입은 엔화가 달러당 164엔에 근접하며 1986년 이후 약 40년 만의 약세를 보인 데 따른 대응이다. 양국의 개입 직후 엔화 가치는 빠르게 올랐다. 개입 전 달러당 164엔에 육박했던 엔/달러 환율은 지난 3일에 한때 155엔대까지 급락했다. 이후 4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157.60엔에 거래됐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이날 앞서 일본 정부가 지난달 31일 외환시장에 개입한 사실을 공식 확인하며 “미국 동부시간으로 지난달 31일 미국 재무부와 협력해 엔화 매수 시장 개입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최근 외환시장에서 나타난 엔화의 과도한 변동과 무질서한 움직임을 바로잡기 위한 대응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추가적인 공조 개입도 주저하지 않겠다”며 엔화 약세가 재차 심화할 경우 시장에 다시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과 일본 정부가 15년 만에 공조해 엔저(엔화 가치 하락) 대응에 나선 가운데, 지난 31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미국 연방정부 각료회의 현장에서 촬영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메모지에 ‘일본 엔(JPY) 50억~100억달러 매입’이라고 적혀있다. 이에 로이터는 미 재무부가 외환시장 개입에 참여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로이터]


같은 날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일본 측과의 공동 대응 의지를 재확인했다. 베선트 장관은 일본 재무상·일본은행 관계자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필요할 경우 추가 공동 개입에도 나설 뜻을 밝혔다.

미국의 실제 개입 규모는 이달 말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금보유법에 따라 재무장관은 매달 말 기준으로 30일 이내에 ESF의 상세 재무현황을 상·하원 은행위원회에 제출해야 하며,보고서에는 체결되거나 갱신된 모든 거래 계약과 향후 발생 예정인 부채 내역까지 기록된다.

이에 따라 시장은 오는 30일 공개될 자료를 통해 미국이 이번 엔화 방어를 위해 실제 얼마를 투입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