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엔캐리 청산·국채금리 급등 차단이 핵심”
일본 미국채 매도 막고 대미 투자도 지원…달러 약세 전략과도 맞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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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미국트럼프 대통령. [AP]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이 28년 만에 일본과 손잡고 엔화 방어를 위한 공동 외환시장 개입에 나선 배경에는 미국 국채 금리 급등을 막고 일본의 대미 투자 계획을 지키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셈법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엔화 약세를 방치할 경우 미국 금융시장 불안은 물론 일본이 약속한 대규모 대미 투자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일본 통화의 약세는 더 이상 도쿄만의 문제가 아니라 워싱턴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미국이 이례적으로 엔화 방어에 나선 배경을 분석했다.
앞서 미국과 일본은 지난달 31일 엔화 매수·달러 매도 방식의 공동 외환시장 개입을 실시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이를 공식 확인하며 필요하면 추가 공동 개입에도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이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공동 개입한 것은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28년 만이다.
WSJ는 가장 큰 이유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위험을 꼽았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미국 국채나 주식 등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엔화 약세가 이어질수록 투자 수익이 커지지만, 일본이 금리를 올리거나 엔화가 급격히 강세로 돌아설 경우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자금을 회수하는 ‘엔 캐리 청산’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미국 국채와 주식이 대량 매도되면서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실제로 2024년 8월 일본은행(BOJ)이 금리를 인상하자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확산되며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하루 만에 12% 폭락했다. 미국 S&P500지수도 3% 급락했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사흘 동안 20bp(1bp=0.01%포인트) 급등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컨설팅업체 이스트아시아이콘의 폴 케이비 대표는 WSJ에 “미국은 엔화의 급격한 변동이 세계 금융 안정을 해칠 가능성을 우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을 막아야 할 정치적 이유도 컸다.
미국에서는 국채 금리가 오르면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도 함께 상승한다. 이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달 말 연 5.28%까지 오르며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이 외환시장 개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 국채를 대량 매도할 가능성을 차단한 것도 중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일본은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국채 보유국 가운데 하나다. 일본이 엔화 방어를 위해 미국 국채를 대거 매각할 경우 이미 높은 미국 국채 금리가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듯 가타야마 재무상은 일본이 향후 외환시장 개입에 필요한 달러를 마련할 때 미국 국채를 매각하는 대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담보 대출 제도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WSJ는 일본 기업들의 대미 투자도 이번 공동 개입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와의 무역협상에서 5500억달러(약 79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그러나 엔화 가치가 지나치게 낮아지면 일본 기업들의 달러 기준 투자 부담이 커져 투자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달러 약세를 선호해온 점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고 제조업을 미국으로 되돌리기 위해 달러 가치가 지나치게 강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WSJ는 일본이 최근 외환시장 개입에 약 500억달러(약 71조원)를 투입한 것으로 추산했다. 미일 공동 개입 이후 달러·엔 환율은 장중 달러당 156엔대로 내려오며 약 40년 만의 엔저 흐름도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