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케이 키우기 게임 중”…15곡에 욱여넣은 ‘인간 강영현’의 낭만과 옹졸함 [인터뷰]

2년 10개월 만에 솔로 컴백한 데이식스 영케이


2년 10개월 만에 솔로 컴백한 데이식스 영케이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음악은 애증, 생존하기 위해 하다가 푹 빠졌어요.”

데이식스 영케이가 2년 10개월 만에 솔로 가수로 돌아왔다. “언제 또 나올 수 있을지 없을지 몰라 ‘뒤는 없다’ 생각”하고 “모든 걸 걸었다”고 한다. 음반엔 무대 위 아티스트 영케이가 감춰뒀던 ‘인간 강영현’을 담았다.

영케이는 음반 발매에 맞춰 기자들과 만나 “앞만 바라보며 최선을 다했다”며 웃었다.

최근 발매한 영케이의 정규 2집 ‘영기스트(YOUNGEST)’는 무려 “15곡을 채워넣은 뚱뚱한 앨범”이다. 4~5개월간 이어지는 데이식스 투어 스케줄 속에서 비행기가 웅웅대는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24시간을 쪼개가며 쓴 곡들이다.

음악 산업이 효율성과 숏폼을 지향하는 시대, 싱글이나 몇 곡 정도로 추리자는 회사의 거센 만류에도 불구하고 무려 10여 곡을 쳐낸 끝에 15곡을 앨범에 욱여넣었다.

“그래도 15라는 숫자 이쁘지 않나요?”

장난스레 미소를 지어 보이는 영케이의 얼굴엔 유쾌함과 창작자로서의 묵직한 고집이 묻어났다.

정제된 영케이 vs 옹졸한 강영현… ‘셧 더 도어’에 담긴 내면


새 앨범에서 영케이는 작사, 작곡에 노래는 기본, 제작과 마케팅 전반을 진두지휘하는 사령탑에 도전했다. 단톡방을 수없이 만들어 크리에이티브팀, 마케팅팀, 공연기획팀과 회의를 거쳤고, 릴스와 챌린지 포맷까지 직접 기획하며 발로 뛰어 무대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서바이벌 심사위원 등을 하면서 나도 언젠가 후배들을 키워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있어요. 하지만 일단은 제 코가 석자인 것 같아요. 영케이부터 프로듀싱하고 영케이부터 잘 키워내야 그게 가능한 거라서, 지금은 ‘영케이 키우기 게임’을 하고 있어요.”

‘프로의 세계’에서 지식과 마케팅의 한계도 느꼈지만, 소통 능력과 비주얼 디렉팅에 있어 스스로의 성장을 체감한 귀중한 시간이었다.

2년 10개월 만에 솔로 컴백한 데이식스 영케이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바쁜 일정을 쪼개가며 굳이 15곡을 욱여넣은 앨범을 만든 것은 “가장 강영현스러운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영케이가 데이식스의 영케이로 살아온 시간은 11년. 이번엔 “영케이가 아닌 강영현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싶었다”는 그는 “앨범엔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이 담겼다”고 했다.

타이틀곡 ‘셧 더 도어(Shut The Door)’는 그간 감춰뒀던 내면의 ‘강영현’을 가장 진솔하게 털어놓은 곡이다. 세상을 피해 방문을 닫고 들어간 닫힌 공간에서 오히려 해방감을 느끼는 이 곡은 “역설적인 곡”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일기 쓰듯 단숨에 써 내려간 곡이다. 가사 속에는 실제 그가 인간관계에서 겪었던 상처도 내려 앉았다.

‘또 시작이야 또 날 못 잡아먹어서 / 아주 안달 나 있어 대체 왜’, ‘믿었던 친구들은 또 내 뒷담이나 하고 / 진심은 통한다는데 대체 왜’라고 적힌 가사, ‘계속되는 배신, 오르내리는 가십’과 같은 가사엔 미처 몰랐던 영케이의 사연이 숨어있다.

“믿었던 친구들이 뒷담화하다가 걸렸어요. 너무 상처를 받았죠. 하지만 또 친구들이다 보니까 곡으로 가사를 써 내려가며 스스로 위안을 받은 다음에 가사를 들려줬어요. 그랬더니 울면서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다시 잘 지내는 중이에요.”

상처입은 마음들을 꺼내놓고 영케이의 일기 같은 이 곡이 “타이틀곡이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그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특수하다 보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쉬운데, 그 지친 마음을 담았다”며 “강영현은 영케이보다 부족하고 나쁜 마음을 먹을 때도 있다. 영케이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정제되고 완성형에 가까운 버전이라면, 강영현은 조금 더 옹졸할 수도 있고 상처도 받으며 불만도 가질 수 있는 사람이다. 조금 더 인간적이고 완성되지 않은 모습을 보여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2년 10개월 만에 솔로 컴백한 데이식스 영케이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음악은 애증의 관계… 생존을 위해 하다가 오래 꿈꾸게 됐다”


“밖에선 쾌남처럼 웃어넘기지만 사실 외로움도 많이 타고 연약하며 상처도 많이 받은 사람이에요.”

영케이는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에게 최근 예능 프로그램 놀라운 토요일 출연과 수시로 감행한 파격적인 분장은 신선한 멘탈적 분기점이 됐다.

그는 “놀라운 토요일‘은 제게 두려움을 없애는 등 긍정적 에너지를 줬다”며 “제가 무엇을 해도, 아무리 까불어도 마이데이 분들이 응원해 주신다는 걸 알게 됐다. 전에는 어디 나가서 춤추라고 하면 부끄러움이 먼저 나왔다면, 이젠 ’어떻게 하면 더 웃길 수 있지?‘라는 생각부터 든다”며 웃었다. 심지어 “요즘은 노래 한 소절을 멋드러지게 부르는 것보다 한 마디라도 더 웃겨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게 너무나도 기쁘다”고 했다.

그의 유연함은 홀로 서는 솔로 무대의 해방감으로 이어진다. 팀이 아닌 홀로 무대를 채워야 하는 부담감 속에서도 그는 “솔로 활동의 가장 좋은 점은 두 손이 자유롭다는 것”이라며 “스탠드 마이크에 묶여 있던 제가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앨범 수록곡들의 음악적 색채도 한층 다채롭다. 선우정아와 앉아 기타를 치다 건반 페달 소리로 킥을 대신하고 당일 작업한 가이드 녹음본을 그대로 음반에 실었다. 영케이가 “낭만 덩어리”라고 부르는 곡이다. 힙합 프로듀서 그루비룸과 10년 만에 재회해 만든 DJ-밴드 콜라보 트랙은 “공연 마지막 순간 아쉬움 하나 남기지 않고 모두가 뛰어놀 수 있게 생각하고 만든 곡”이라 했다.

2년 10개월 만에 솔로 컴백한 데이식스 영케이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수많은 히트곡을 탄생시킨 K-팝 대표 작사가이자 보컬리스트이지만, 영케이에게 음악은 복잡다단하고 미묘하다. 그는 “음악은 애증의 관계였다”고 말한다.

“어릴 때는 음악을 그저 즐길 수 있는 존재로 여겼지 가수를 꿈꾸지는 않았어요. JYP 연습생 생활을 거치면서 ‘이 직업과 내 성향이 딱 맞아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음악이 업이 되는 순간 즐거움은 낮아지는데 난 주변 뮤지션들처럼 음악을 사랑하지 않는가?’라는 회의감도 많이 들었어요.”

영케이를 붙잡고 끌어당긴 것은 ‘생존 욕구’였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 정도 실력이 쌓였고, 가면 갈수록 더 재미가 붙었다”며 “지금은 최대한 오래 무대에 서서 내가 노래를 만들고 부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지점까지 왔다”고 돌아본다.

데이식스라는 밴드는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세상에 나왔다. 멤버들의 군 복무 기간 역주행을 통해 재조명됐고, 발매 후 3년이 지나서야 앨범이 큰 사랑을 받았다. 멤버들이 전원 제대한 2023년 이후부터 현재까진 역주행 기세가 이어지고 있다. 내달 14~16일엔 영케이 혼자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를 채울 만큼 성장했다. 지금도 그는 성적이나 숫자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음악을 지속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대한민국엔 노래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렇기에 이걸 업으로 삼을 수 있음에 다행이고 감사하며, 계속해서 더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앨범 전곡을 다 들은 멤버 원필이가 명반이라고 외쳐줬어요. 앨범을 접한 팬들과 대중에게서 ‘와 쩐다’라는 솔직한 반응이 나온다면 내 인생에 참 의미 있는 한 페이지를 찍었다고 만족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