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달러 쏟아졌다”…환율 한달새 125원 ‘뚝’ 1400원도 깨지나

원화 절상률 8.81%…2009년 이후 최고
개인 달러 환전액 74%↑·달러예금 58억불 급증
“하반기 1380원” 전망 속 4분기 반등론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로비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개별종목 거래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지난달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 자금과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서 원화 가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뛰었다.

원화 약세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달러 수급 불균형이 완화된 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미 금리차까지 줄어들면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원·달러 환율의 오후 3시30분 주간거래 종가는 1424.0원으로 집계됐다. 6월 말(1549.4원)보다 125.4원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 변동성이 극심했던 2009년 3월(150.5원 하락) 이후 월간 기준 최대 하락폭이다.

7월 한 달간 달러 대비 원화 절상률도 8.81%로 2009년 3월(10.88%) 이후 가장 높았다.

환율은 지난달 1일 장중 1559.2원까지 치솟으며 1560원 선을 위협했다. 그러나 이틀 뒤 30원 넘게 급락하며 1500원대 초반으로 내려온 뒤 방향을 완전히 틀었다. 이후 5거래일을 제외하고 꾸준히 하락하며 1400원대에 안착했다.

지난달 마지막 주인 27∼31일에는 42.6원 떨어졌다. 2022년 11월 7∼11일(100.8원 하락) 이후 약 3년8개월 만에 가장 큰 주간 하락폭이다.

지난달 30일에는 장중 1418.0원까지 내려가 지난해 10월 20일 이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31일 오후 3시30분 주간거래 종가는 1424.0원이었지만 야간거래에서 하락분을 일부 반납해 1435.5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7월 말 뉴욕시장 종가 기준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6월 말보다 7.95% 상승했다. 비교 대상인 주요 20개 통화 가운데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일본 엔화도 지난달 30일 일본과 미국 정부의 시장 개입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초강세로 돌아서 한 달 새 3.15% 상승했다. 그러나 상승폭은 원화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스웨덴 크로나(1.91%)와 영국 파운드(1.63%), 호주 달러(1.45%), 캐나다 달러(1.27%), 유로화(0.94%) 등도 원화보다 상승폭이 작았다.

사진은 서울 중구의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보이고 있는 모습. 윤창빈 기자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리밸런싱에 따른 달러 수요가 감소한 점도 환율 하락을 거들었다. 지난달 30일 밤에는 원·달러 환율이 엔·달러 환율과 함께 가파르게 하락하며 1420원 아래로 내려갔다. 외신과 시장 관계자들은 한·미·일 외환당국의 동반 개입 가능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환율이 빠르게 떨어지자 달러를 저가에 사들이려는 개인의 환전 수요도 급증했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개인 고객이 원화를 달러로 환전한 금액은 총 2억8500만달러로 집계됐다. 6월(1억6400만달러)보다 약 74% 늘어난 것으로, 서학개미의 해외주식 투자가 활발했던 올해 1월(5억600만달러) 이후 최대 규모다.

5대 은행의 7월 말 달러예금 잔액은 총 708억3300만달러로 전월보다 57억8900만달러 증가했다. 지난해 12월(68억6000만달러 증가) 이후 가장 큰 월간 증가폭이다. 잔액 기준으로도 2022년 12월 말(744억1600만달러) 이후 3년7개월 만에 최대다. 환율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본 자금이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의 1400원 하회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수급 불균형에 따른 원화 저평가가 해소되면서 당사가 추정하는 적정 환율인 1410∼1420원까지 내려왔다”며 “한국 경제의 양호한 펀더멘털을 고려하면 환율의 추세적인 하락도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하반기 중 1400원을 밑돌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1400원 부근에서는 저가 매수 수요가 유입되면서 상당한 공방이 펼쳐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환열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이 하락 추세에 접어든 가운데 한은의 금리 인상에 따른 한·미 금리차 축소도 계속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하반기 저점을 1380원 선으로 예상하지만 향후 한·미 통화정책과 달러 수급에 따라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과 서학개미의 해외투자 재확대 등으로 환율이 다시 반등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서재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증시에서 대형 기업공개(IPO)가 예정돼 있고 연준의 금리 인상 전망이 다시 힘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며 “환율이 3분기 1400원 아래로 내려갔다가 4분기에는 다시 반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