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다이아반지 선물했더니 관세 면제?…리스트 뜯어보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위해 디자인된 앤트워프(AWDC)의 다이아몬드 반지 [A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로운 글로벌 관세를 발표한 지난 1일(현지시간) 유럽 다이아몬드 업계는 다시 한 번 관세 대상에서 제외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면제 조치는 지난해 유럽연합(EU)과의 협상에 이어 글로벌 다이아 거래 중심지인 벨기에 앤트워프 다이아 업계가 수개월 동안 벌인 로비 활동의 결과였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0일 보도했다. 이는 공고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특별 제작된 이색 선물이 전달된 직후라는 점에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을 듣고 있다. [AP]


몇 주 전 세계 다이아몬드의 절반가량을 취급하는 ‘앤트워프 월드 다이아몬드 센터(AWDC)’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해 특별 제작한 반지를 공개했다. 18K 금으로 만든 이 반지에는 다이아몬드 321개와 사파이어, 에메랄드, 루비 수십 개가 박혀 있다.

브뤼셀에서 열린 미 건국 250주년 기념행사에서 미국의 벨기에 대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위해 제작된 앤트워프의 반지를 보이고 있다. [AP]


반지 양쪽에는 커다란 다이아몬드 ‘T’가 장식됐고, 슈퍼맨 로고처럼 다이아몬드로 둘러싸인 숫자 ‘45’와 ‘47’이 새겨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45·47대 대통령 임기를 의미한다. 반지 안쪽에는 ‘앤트워프에서 도널드 존 트럼프를 위해 제작됨(Crafted in Antwerp for Donald John Trump)’이라는 문구도 새겨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뤼셀에서 열린 미 건국 250주년 기념행사 영상 메시지를 통해 “앤트워프의 친구들이 보내준 멋진 ‘프리덤 250’ 반지에 특별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표된 새로운 관세는 미국이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 금지법을 충분히 시행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80여개국을 대상으로 한다. 세율은 10~12.5% 수준이다. 다만 이번 관세는 이전보다 예외 품목이 훨씬 많아졌다. 석유와 천연가스, 구리, 반도체 제조장비, 화학제품, 다이아몬드 등이 모두 제외됐다.

현재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받은 반지 선물이 다이아 업계의 관세 면제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는 없지만, 새 면제 목록을 정한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다이아몬드 면제가 지난해 EU와 체결한 무역합의를 이행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행정부는 합의를 계속 이행하고 있을 뿐”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를 움직히는 유일한 특별 이익은 미국 국민의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면제 목록에는 지난해 대법원이 무효화했던 기존 관세 예외도 상당수 다시 포함됐다. 멕시코·캐나다·중미 자유무역협정 대상 품목과 쇠고기, 커피, 바나나, 토마토 등이 대표적이다. 또 반도체 제조장비와 데이터센터 장비처럼 미국 전략산업 육성에 필요한 품목도 면제 대상에 들었다.

무역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의 가장 큰 모순으로 강제노동 논란이 큰 품목들이 대거 면제됐다는 점을 꼽았다. 미 노동부는 매년 강제노동 및 아동노동으로 생산되는 품목을 발표하고 있는데, 섬유·커피·금·코코아·브라질너트·광물 등이 모두 포함된다. 하지만 해당 품목 상당수는 이번 관세 대상에서 제외됐다.

파프리카 [123RF]


대표적인 사례가 파프리카다. 유통되는 파프리카 상당수가 실제로는 중국 신장 지역에서 생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은 강제노동 우려로 신장산 제품 수입을 금지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 파프리카 제조업체인 중국 청광바이오텍은 2023년 강제노동 기업 명단에도 오른 바 있다.

다이아몬드 역시 미 행정부의 강제노동 감시 대상 품목 가운데 하나다. 인권단체들은 일부 문제 있는 다이아몬드가 여전히 유통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된 다이아몬드는 아직 벨기에 주재 미국대사 관저에 보관 중이다. 백악관은 반지를 전달받으면 국립문서보관소로 이관하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원할 경우 직접 구입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