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판박이?…AI 없이도 1년새 ‘빚투’ 50% 폭증한 이 나라 [나우, 어스]

인도 개인투자자 차입 규모, 1년 전보다 50%↑
저가주 중심 매수세…포모 심리도 투자 부추겨
“단순 증시 조정 넘어 훨씬 큰 충격 가능성”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인도 국기가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한국 증시가 과도한 레버리지(차입 투자)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꼽히는 가운데, 인도 증시도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빠르게 늘면서 비슷한 위험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31일(현지시간) ‘한국의 레버리지 함정이 인도에서 되풀이되고 있다’는 제하의 칼럼에서 “인도 증권사들이 개인투자자들에게 공격적으로 신용거래를 공급하면서 금융시장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인도국립증권거래소(NSE)에 따르면 마진금융(MTF)은 최근 1조3800억루피(약 140억달러)로 불어났다. MTF는 투자자가 주식을 살 때 전체 대금의 일부(증거금)만 내고, 나머지 부족한 금액은 증권사로부터 빌려서 주식을 매수하는 신용거래 서비스다.

인도의 MTF 규모 자체는 인도 증시 시가총액(약 5조달러)에 비하면 작은 수준이며, 한국의 신용융자 잔액 최고치와 비교해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의 차입 규모는 1년 전보다 50% 급증하면서 신용거래 잔액의 증가 속도가 심상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는 “신생 디지털 증권사들은 기존 증권사와 경쟁하며 고객 대상 신용공여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개인투자자와 고액자산가들은 사상 최대 규모로 자금을 빌려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레버리지 확대 속도가 점점 위험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용공여란 금융거래에서 타인에게 재산을 일시적으로 빌려줘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삼전’ 대신 저가주에 집중…더 위험한 인도 빚투


[AFP]


인도는 한국처럼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열풍으로 증시가 급등한 시장이 아니다. 오히려 올해 주요 주가지수는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부진한 성과를 낸 축에 속한다.

하지만 인도는 한국처럼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에 레버리지가 확대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은 레버리지 ETF 자체에 차입 구조가 내재해 있지만, 인도는 투자자들이 신용융자를 받아 ETF를 매수하고 있다 관측이다.

특히 신용거래 자금이 우량 대형주보다 이른바 ‘핀플루언서(금융+인플루언서)’들이 추천하는 저가주와 중소형주로 광범위하게 흘러들고 있다. 주식 매수와 담보 설정이 동시에 이뤄질 정도로 신용거래 절차가 간소화된 데다, 개인투자자들의 포모(FOMO·상승 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심리도 빚투를 부추긴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인도에서 귀금속 투자 열풍을 겨냥한 ETF 신용거래는 1년 새 15배 급증했고, 일부 주식형 ETF는 신용자금 비중이 펀드 규모의 30~5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스마트폰을 통한 비대면 주식 거래가 일상화되면서 신용거래 접근성이 크게 높아졌고, 증권사들도 고객 유치를 위해 이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며 “여기에 향후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9%를 웃도는 상황에서 연 6% 수준의 예금 금리로는 자산을 지키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차입 투자 수요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차입이 수천건의 소액 단기대출로 분산돼 있어 개별 증권사의 신용위험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반대매매가 본격화될 경우 시장 전체로 충격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가 나온다.

블룸버그는 “인도의 신용거래 확대는 기업 성장 기대 때문이 아니라 해외 투자자들이 외면하는 종목을 개인투자자들이 빚을 내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라며 “현재와 같은 신용거래 확대가 계속된다면 향후 신용융자 청산 과정은 단순한 증시 조정을 넘어 훨씬 큰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