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실적은 그대로 인데, 수급이 꼬였다”…PB 5인의 폭락장 생존법 [머니뭐니]

[5대 은행 PB 주식 급등락 시장 긴급진단]
7월 코스피 28.9% 급락…외환위기 이후 최대 낙폭
PB “기업이익 훼손 아냐, 수급이 꼬인 것”
하반기 최대 변수 미 금리 인상 여부·중동 정세
“성장주·가치주, 원화·달러 나눠 담아야”


코스피가 전날보다 1,001.89포인트(17.91%) 오른 6,595.45로 장을 마감하며 역대 최대 상승률과 상승폭을 기록한 31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습.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폭락 그리고 급등”

7월 국내 증시를 설명하는 한 줄이다. 코스피는 한 달 동안 28.9% 하락하며 1990년 이후 가장 큰 월간 낙폭을 기록했다. 6월 19일 고점 대비로는 33.5% 빠졌고 시가총액은 2456조원 넘게 증발했다. 그러나 31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001.89포인트(17.91%) 오른 6595.45에 마감하며 역대 최대 상승 폭을 새로 썼다.

방향을 잃은 이 국면에서 고액 자산가의 자금을 직접 굴리는 프라이빗뱅커(PB)들은 어떤 진단을 내리고 있을까.

헤럴드경제가 국내 주요 은행 5곳(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PB들에게 긴급 진단을 요청했다. 원인 진단은 “기업 이익은 훼손되지 않았고 무너진 것은 수급”으로 모였다. 다만 무엇을 사야 하는지를 두고는 의견이 갈렸다.

▶“실적은 그대로인데 수급이 꼬였다” = 박태형 우리TCE시그니처센터 지점장은 급등락 장세의 원인으로 5월 27일 상장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지목했다. 그는 “기업 실적에 대한 변화는 전혀 없었고 오히려 장기 실적 전망 상향치는 더 증가했다”며 “개인들이 레버리지에 들어가면서 신용 청산이 이뤄졌고, 매도가 매도를 부르는 상황이 30일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조한조 농협은행 WM사업부 시장분석전문위원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 이후 해당 종목의 시가총액 영향이 극대화됐다”며 실적이 아니라 변동성 때문에 자금이 이탈했다고 진단했다.

민세진 신한프리미어 서울파이낸스센터 팀장은 기관과 외국인의 집중 매도와 인공지능(AI) 반도체 고점 논란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SK하이닉스도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기대치를 하향하는 실적을 보이면서 차익 실현 우려가 나왔다”며 “레버리지 ETF나 신용거래 같은 거래 행태, 금리 인상 불안과 이란 이슈까지 얽히면서 펀더멘털 훼손이 많지 않았음에도 공포감이 극대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경 하나은행 Club1한남PB센터 부장은 쏠림 자체를 원인으로 봤다. 그는 “상반기 삼성전자·SK하이닉스·SK스퀘어 3개 종목의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이 55%였다”며 “코스피가 한 달 동안 30% 하락하는 사이 반도체는 40% 하락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발 재료가 겹쳤다. 박 부장은 “7월 22일 알파벳 2분기 실적에서 상장 이후 첫 마이너스 순현금흐름이 나왔고,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 확대에 따른 현금흐름 악화 우려가 커졌다”며 “반도체 제조 핵심 장비인 DUV의 중국 자체 양산 소식도 섹터 하락을 유발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PB들은 31일부터 시행된 규제를 변곡점으로 봤다. 금융위원회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ETN의 기본예탁금을 1000만원에서 현금 3000만원으로 올리는 조치를 당초 8월 5일에서 이날로 앞당겨 시행했다.

박 지점장은 “8월부터는 변동성이 잦아들면서 주식이 본질가치로 수렴해 가는 과정을 찾지 않겠느냐”고 했고, 박 부장도 “어제 반대매매가 거의 막바지까지 갔다. 떨려 나갈 것들은 대부분 정리됐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의 방향을 예측하는 것 자체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꼭대기에서 산 사람도 문제지만 더 떨어질까 봐 저점에서 나온 사람들이 더 문제”라며 “더 떨어질 것 같아 나오라고 했는데 오늘처럼 올라가 버리고, 지금 들어가라고 했는데 다음 주에 더 빠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최대 변수는 미국 금리…“9월 인상은 어렵다” =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29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다섯 차례 연속 동결했지만 12명의 위원 가운데 3명이 0.25%포인트 인상 의견을 냈다. 금리선물시장은 9월 인상 가능성을 50%대 중반으로 반영하고 있다.

박 지점장은 미국 장기금리 상승을 부담으로 꼽았다. 그는 “장기금리가 오르면 성장 기업의 미래 이익을 현재가치로 환산할 때 할인율이 높아진다”며 “이익 전망에 변화가 없어도 가치가 떨어지고, 그러면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 주가에도 부담을 준다”고 말했다.

실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23일 장중 4.71%까지 올라 18개월 만의 최고치를, 30년물은 5.2%를 넘어서며 19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서는 12월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정 부센터장은 “11월 3일 중간선거가 있는데 9월에는 금리 인상을 못 한다”며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이미 국채 금리가 상당히 반영돼 있기 때문에 굳이 올릴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민 팀장도 “소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낮아졌으며 GDP 속보치도 전망을 하회했다”며 “올리더라도 연말인 12월 정도”라고 봤다.

9월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박 부장이었다. 그는 “중동 정세 전개에 달려 있다”며 “유가와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 9월 인상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지점장도 “미국과 이란 문제가 호르무즈 해협 장기 봉쇄로 이어지면 유가가 급등하고, 미국 물가를 다시 밀어 올려 금리 인상 압박으로 되돌아온다”며 중동을 두 번째 변수로 꼽았다.

일반 투자자가 볼 만한 지표로는 국채 금리가 제시됐다. 박 부장은 “주식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은 10년물 국채 금리”라며 “100% 맞는 것은 아니지만 국채 금리가 올랐을 때 지수와의 상관관계를 보면 방향성은 어느 정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 팀장은 “반도체 중심 수출에 선행하는 경기선행지수의 둔화 여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1400원대 초로 내려온 환율, 달러 담을 때인가 = 7월 원화 강세도 자산관리의 변수로 떠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6월 말 주간거래 종가 1549.4원에서 31일 1424.0원으로 내려왔다. 7월 원화 절상률은 주요 20개국(G20) 통화 가운데 가장 컸다.

원/달러 환율 하락 배경으로는 SK하이닉스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으로 조달한 265억달러(약 40조원)의 환전 수요와 한미 금리차 축소가 꼽혔다. 한국은행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3년 6개월 만에 인상했다.

박 부장은 “달러 공급 물량이 대부분 소화되는 것이 8월까지”라며 “그 이후로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수·매도에 따라 환율이 움직일 것”으로 봤다.

대응은 갈렸다. 박 지점장은 “자산가에게 팔라고 조언하지는 않는다”며 “달러 포지션이 적정 이하라면 오히려 환율이 떨어질 때 담아가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 팀장도 “환율이 너무 높아 환전하지 못했던 분들이 원화가 강세로 가면 오히려 달러를 더 매수하려 한다”며 “1400원 밑으로 내려가면 환전하려는 대기 수요가 굉장히 높다”고 전했다.

반면 정 부센터장은 1400원대도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봤다. 그는 “과거 1150~1200원 사이가 환율의 범위였는데 지금은 그걸 넘어서 있다”며 “1550원에 비하면 싸지만 1420~1430원이라는 환율은 여전히 비싼 축에 속한다. 통화 분산을 위해 지금이라도 환전해서 달러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부장은 달러 보유 여부에 따라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달러 비중이 아예 없는 분들은 조금 담아보는 게 좋다”며 “가장 좋은 것은 적립식으로 모아 나가되 환율이 내려갔을 때 일부는 한 번에 잡는 방식”이라고 권했다.

확정금리 상품에 대해서는 “1년짜리 정기예금 특판 금리가 3.5% 정도인데 달러 보험은 3년짜리가 4%대, 5년짜리가 5%대”라며 “전쟁 이슈 때문에 갑자기 올라간 금리는 상황이 마무리되면 다시 내려갈 수 있어 고금리 상품 가입도 추천한다”고 말했다.

▶“몰빵은 위험”…성장주 55%, 가치주 30%, 현금 10~20% = 투자 전략에서 다섯 사람이 가장 강하게 공감한 대목은 분산이었다. 다만 분산 대상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박 지점장은 “특정 섹터나 종목이 너무 좋다고 해서 몰빵 투자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업 이익이 증가하고 이익이 확실한데 주가는 많이 빠진 기업들이 널려 있다. 조선, 방산, 증권, 전력 인프라 관련 기업들의 실적은 좋은데 주가는 반토막”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도 “금리 영향을 받는 금융과 헬스케어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것이 수익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했다.

변동성에 대응할 섹터로는 금융주를 주목받았다. 민 팀장은 “이번 폭락장에서 거의 유일하게 살아남은 것이 금융주”라며 “반도체 섹터와 상관관계가 굉장히 낮고 실적 안정성이 확보돼 있으며 배당도 높은 편이라 개인적으로는 20~30% 정도는 가져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부장은 비중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성장주를 55~60%, 은행주·배당주 같은 가치주를 30% 정도로 가져가고 현금성 자산을 10~20% 정도는 꼭 갖고 있자”며 “조정이 한 번 왔을 때 들어갈 수 있게끔 현금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사이클과 상관관계가 낮은 업종으로는 화장품을 꼽았다.

정 부센터장은 종목보다 시간 분산에 무게를 뒀다. “분산이라는 것은 종목 분산도 있지만 이제는 시간 분산도 해야 할 개념”이라며 “1년짜리 정기예금이 3.5% 정도라면 그 3배인 10% 정도로 목표 수익률을 정하고 들어가자. 무조건 기다리지 말고 목표에 닿으면 실현한 뒤 다시 분할해서 들어가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내 투자 비중 확대는 ‘글쎄’”…미국으로 눈을 돌리라는 조언도 = 국내 증시를 보는 시각도 갈렸다. 정 부센터장은 “제 고객들에게 국내는 아직 권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코스피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50~55%를 차지하는데 반도체 업황은 좋지만 레버리지 같은 국내 요인 때문에 변동성이 너무 크다”며 “미국 주식은 주주의 힘이 강해 자사주를 사서 소각하는 식으로 주가를 방어하는 정책을 많이 편다”고 말했다. 다만 “가급적 환헤지가 되는 ETF나 인덱스펀드를 추천한다”며 환위험을 줄이라고 조언했다.

박 부장의 진단은 그 중간에 있었다. 그는 “AI 산업의 핵심이 반도체이기 때문에 반도체를 하나도 안 담는 것도 포트폴리오상 리스크”라며 “국내 지수 중심의 반도체 업종 투자에서 발을 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신규 자금은 미국으로 돌릴 것을 권했다. 그는 “지금 보유한 반도체는 그대로 들고 가되, 앞으로 적금처럼 새로 투자할 돈은 미국 쪽으로 방향을 돌려보자는 것”이라며 “전 고점까지 갈 것 같지는 않지만 9~10월이면 지금보다는 올라가 있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였다.

PB들은 7월 폭락이 기업 이익의 훼손보다 수급과 심리에서 비롯됐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대응 전략은 달랐지만 “변동성이 클수록 한 종목, 한 섹터, 한 통화, 한 시잔에 몰아넣지 말자”는 조언에는 이견이 없었다.

<인터뷰에 참여해주신 분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
민세진 신한프리미어 서울파이낸스센터 팀장
박은경 하나은행 Club1한남PB센터 부장
박태형 우리TCE시그니처센터 지점장
조한조 농협은행 WM사업부 시장분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