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콩 발효기술로 저당 연유·식물성 크림 개발
“원물 아닌 기술로 승부” 글로벌 푸드테크 기업 도전
2028년 매출 200억원 목표
![]() |
| 윤서연 대표 [소이프트바이옴 제공] |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식품회사도 이제는 미디어 기업이 돼야 합니다.”
윤서연(39) 소이프트바이옴 대표는 저당연유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TV 광고도, 대규모 마케팅도 하지 않았다. 대신 저당 식단과 홈카페, 베이킹 레시피를 담은 숏폼 콘텐츠를 꾸준히 올렸다. 사람들은 영상을 저장하고 레시피를 따라 했다. 자연스럽게 “이 연유는 어디서 살 수 있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제품보다 콘텐츠가 먼저 팔린 것이다. 윤 대표는 “요즘 소비자는 제품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산다”며 “그래서 ‘저당 식문화’부터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탄생한 브랜드가 국산콩 발효기술을 적용한 저당연유 ‘JA:YU(자유)’다. 첫 판매는 사전예약으로 시작했다. 첫 달 매출은 400만원이었다. 두 번째 달에는 800만원으로 두 배가 됐다. 지금은 신세계와 올리브영 등 주요 유통채널에 입점했고 매달 20~30%씩 성장하며 올해 상반기에만 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8억원, 올해 목표는 20억원이다.
윤 대표는 “기존에 없던 제품이라 리뷰를 확인하는 것조차 두려웠다”며 “직접 제품으로 베이킹을 하고 사진까지 보내주신 고객을 보면서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식문화를 바꾸는 일이라는 확신을 얻었다”고 회상했다.
윤 대표는 농업과는 인연이 없던 인물이었다. 간호학을 전공한 뒤 한국존슨앤드존슨과 네오팜에서 약 10년간 의료·헬스케어와 화장품 분야를 경험했다. 임상부터 제품 개발, 마케팅, 사업화까지 전 과정을 두루 익혔고 최연소 승진을 거듭하며 연봉 8000만원을 받는 안정적인 직장인이었다.
![]() |
| 국산콩으로 만든 템페. [소이프트바이옴 제공] |
![]() |
| 국산콩과 병아리콩으로 만든 키토유 템페 제품. 인도네시아 전통 발효식품 템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식물성 단백질 식품이다. [소이프트바이옴 제공] |
여러 산업을 경험할수록 그의 시선은 병원이 아니라 식탁으로 향했다. 좋은 화장품과 의약품도 중요하지만 건강의 출발점은 결국 매일 먹는 음식이라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다.
윤 대표는 “건강은 결국 먹는 것에서 시작된다”며 “매일 먹는 식품이 바뀌지 않으면 진정한 건강도 완성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2022년 푸드테크 스타트업 소이프트바이옴 창업으로 이어졌다. 윤 대표는 농산물을 단순히 재배하는 대상이 아니라 기술을 더해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산업의 출발점으로 봤다. 목표는 국산 농산물에 발효기술과 브랜딩을 접목해 부가가치를 만드는 것이었다.
윤 대표는 “우리 농산물은 대부분 원물이나 단순 가공품으로 판매되지만 제약과 화장품 산업에서는 하나의 소재가 연구개발(R&D)과 브랜딩을 거쳐 완전히 다른 가치로 재탄생하는 모습을 수없이 봤다”며 “그 기술을 농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가 선택한 원료는 국산콩이었다.
소이프트바이옴은 국산콩으로 인도네시아 전통 발효식품인 템페를 만들고,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발효 단백질을 식품 원료로 활용하는 독자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가장 먼저 적용한 제품이 저당연유 ‘JA:YU’다.
기존 연유는 설탕 함량이 높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소이프트바이옴은 발효 단백질과 자체 식물성 크림 기술을 활용해 당은 낮추고 풍미는 살린 제품을 선보였다. 이후 같은 기술은 식물성 크림과 소스, ‘키토유’ 브랜드의 템페칩까지 확대됐다.
![]() |
| 템페 제조 과정에서 생성되는 발효 단백질을 활용한 크림 생산 모습. 자체 발효·유화 기술을 기반으로 식품과 화장품 분야로 확장 가능한 플랫폼 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소이프트바이옴 제공] |
윤 대표는 “우리가 만드는 것은 연유 하나가 아니라 발효기술”이라며 “하나의 플랫폼 기술로 다양한 식품은 물론 앞으로 화장품 소재까지 확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창업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가장 큰 시행착오는 실온 보관이 가능한 저당연유를 출시했던 경험이었다. 유통망 확대와 해외 진출을 위해 상온 제품을 서둘러 출시했지만 실제 유통 과정에서 일부 제품이 팽창하는 문제가 발생해 전량 회수하고 원인 분석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그는 그때 식품이 제약이나 화장품보다 더 까다로운 산업일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시험 결과를 한 번 통과했다고 끝이 아니었다. 생산량과 포장 상태, 살균 공정의 균일성, 보관과 유통 환경까지 반복적으로 검증해야 비로소 소비자에게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웠다.
윤 대표는 “당시에는 시장의 관심이 높을 때 빨리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며 “하지만 식품은 빠른 출시보다 충분한 검증이 우선이라는 점을 뼈저리게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원료와 배합은 물론 살균과 충진, 포장, 보관까지 모든 공정을 단계별로 검증한 뒤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지원은 성장의 디딤돌이 됐다. 발효 단백질 원료 기술을 개발하면서 첫 투자 유치에 성공했고, 팁스(TIPS) 연구개발 지원을 통해 원천기술도 고도화했다. 국가식품클러스터 공유공장은 초기 생산설비 부담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덕분에 설비 투자 부담을 줄이고 연구개발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소이프트바이옴은 올해 ‘자유’ 브랜드의 미국 아마존 입점과 글로벌 디지털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해외 박람회와 글로벌 B2B 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템페 발효 단백질 원료 기술을 화장품 소재로 확대해 식품과 화장품을 연결하는 ‘푸드 투 뷰티(Food to Beauty)’ 플랫폼을 구축하고, 2028년 매출 2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윤 대표는 후배 농업 분야 창업자들에게도 조언을 전했다.
그는 “창업을 준비하다 보면 내가 만들고 싶은 기술이나 제품에 집중하기 쉽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먼저 찾는 것”이라며 “남들이 이미 만드는 제품을 조금 더 잘 만드는 것보다 아직 없는 시장을 발견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농업도 이제는 단순히 원물을 생산하는 산업이 아니라 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산업이 돼야 한다”며 “기술과 브랜드를 더하면 국산 농산물도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건강은 결국 먹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믿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국산 농산물의 가치를 기술로 높여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푸드테크 기업을 만드는 것이 제 꿈”이라고 말했다.
![]() |
| JA:YU 브랜드 전 라인업. 저당연유를 시작으로 크림 기반 제품까지 제품군을 확대했다. [소이프트바이옴 제공] |
![]() |
| 억대 연봉 mz 농부의 비결 이미지컷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