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 2% 급락에 ‘美·日 합동 작전’

닛케이 “日당국은 엔 매입, 美는 레이트 체크”
한국도 당국 개입에 환율 급락 후 소폭 상승


31일 일본 매체에 따르면 뉴욕 외환시장에서 전날 달러당 엔화 환율이 급락한 것은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엔 매입·달러 매도에 나섰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이날 오전 일본 엔화와 미국 달러 환율이 표시된 일본의 한 증권사 전자 게시판 앞에서 사람들이 서 있는 모습. [AP]


일본과 미국 정부가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동시에 개입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양국 정부가 동시에 시장에 관여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지난 30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 환율이 급락(엔화 가치 상승)해 장 중 한때 달러당 157.80엔 수준까지 내려간 원인이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의 엔 매입·달러 매도에 있다고 31일 보도했다.

엔화 환율은 30일 오후 10시30분 이후부터 달러당 162.80엔 수준에서 약 50분 만에 2% 넘게 하락했다. 이후 엔/달러 환율은 31일 오전 6시 기준 159.54엔 수준으로 다시 상승했다.

닛케이는 일본 정부가 엔 매입·달러 매도에 나선 것과 동시에 미국은 시장 개입 전 단계인 ‘레이트 체크(rate check)’를 했다고 전했다. 레이트 체크는 당국이 외환시장 개입 전에 주요 은행 등을 상대로 외환 거래 상황 등을 문의하는 것을 뜻한다. 시장에서는 통상 레이트 체크를 실제 외환시장 개입의 전조로 받아들인다.

닛케이는 “미국 재무부 지시로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레이트 체크를 여러 은행에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미일 당국이 동시에 시장에 관여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해설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지난 29일 금리 동결 이후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흐름을 활용해 미·일 재정당국이 외환시장 개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도 분석했다.

미 당국이 엔화에 대한 레이트 체크를 한 것은 올해만 두 번째다. 지난 1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의 주도로 엔화에 대한 미 당국의 레이트 체크가 이뤄진 바 있다.

닛케이는 베선트 장관이 당시 총선 전 정치 공백으로 인한 일본 금융시장의 불안이 미국과 유럽의 금리 상승 등으로 파급될 것을 경계해 레이트 체크를 했다고 전했다.

한편, 원/달러 환율은 한국과 일본 외환당국의 공조성 시장 개입으로 간밤 1410원대 후반까지 급락했다가 31일 현재 1430원대로 낙폭을 일부 되돌리고 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전 10시 10분 현재 전 거래일 서울장 종가(1437.40원) 대비 1.85원 내린 1435.55원에 거래되고 있다. 앞서 원/달러 환율은 엔화 강세 영향으로 이날 오전 6시 뉴욕장에서 141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10월 20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날 밤 일본 정부의 대규모 엔화 매수·달러 매도 개입과 한국 외환당국의 시장 안정화 조치가 비슷한 시점에 이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민경원·임환열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엔화 매수세에 엔화 가치가 급등한 점이 원화 강세에도 우호적으로 작용했다”며 “위험선호 심리가 회복된 가운데 반도체와 기술주를 중심으로 국내 증시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외국인 자금 유입에 따른 원화 강세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내 증시는 급등세를 보였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는 각각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간밤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상승한 영향으로 코스피도 장중 15% 넘게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김영철·유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