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해역서 가스운반선 2척 드론 피격
수에즈 운하·수메드 송유관까지 위협 확산
호르무즈·홍해 이어 ‘마지막 우회로’ 불안
“홍해 사수” 사우디, 14국과 방위연합 결성
다국적군 소식에 유가 1% 하락 ‘안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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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아브카이크에 있는 석유 시설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예멘 후티 반군은 사우디의 주요 원유 공급 시설을 겨냥한 공습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 |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인한 ‘물류 병목’ 우려가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 해협(홍해)에 이어 수에즈 운하까지 번지고 있다. 이집트 해역에서 가스운반선 2척이 드론 공격을 받으면서 중동 에너지 수송의 마지막 안전 통로로 여겨졌던 수에즈 운하와 수메드(SUMED) 송유관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29일(현지시간) 지중해 다미에타 항구에서 발생한 액화천연가스(LNG) 관련 선박 화재가 드론 공격에 의한 것이라고 30일 공식 발표했다. 후티 반군은 이번 공격의 배후가 본인들이 아니라고 발표했고, 이란의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로이터 통신은 아직 수에즈 운하를 직접 겨냥한 위협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시장은 이번 공격을 단순한 개별 사건이 아니라 홍해를 거쳐 지중해로 이어지는 에너지 수송망 전반에 대한 경고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 이란과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통항이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수에즈 운하까지 위험에 노출될 경우 글로벌 원유 공급망은 또 한 번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수에즈 운하와 수메드 송유관은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사우디 원유의 핵심 수출 통로가 됐다. 전쟁 이전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량의 약 20%가 통과했던 호르무즈 해협은 유조선 운항이 크게 줄었고, 사우디는 동부 유전에서 생산한 원유를 홍해 연안 얀부항으로 돌려,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는 항로 이용을 늘렸다.
그러나 후티 반군이 20일 사우디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하며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한 사우디 원유 수출을 막겠다고 위협하자 이 항로 이용도 급감했다. 이후 사우디는 원유를 실은 선박을 홍해를 따라 북쪽으로 보낸 뒤, 수에즈 운하와 수메드 송유관을 이용해 수출하는 방안을 빠르게 늘렸다.
시장조사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수메드 송유관을 통한 원유 선적량은 4월 1952만배럴에서 7월 2879만배럴로 약 47% 증가했다. 선박 위치정보업체 마린트래픽 집계에서도 수에즈 운하 북단 포트사이드 인근 대기 선박은 이번 주 초 약 20척에서 30척 안팎으로 늘었다.
에너지 분석업체 보텍사의 조지 모리스 애널리스트는 “홍해에서 원유를 실은 뒤 북쪽으로 향하는 유조선이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며 후티의 위협이 항로 변경을 촉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서치사인 MST 마키 에너지리서치의 사울 카보닉 총괄은 “홍해를 거쳐 지중해로 이어지는 항로마저 위험해질 경우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하루 최대 500만배럴 규모의 원유 공급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격이 당장 수에즈 운하의 통항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이날 국제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홍해 항로 보호를 위한 다국적 해상 방위 연합 창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상승폭을 반납하고 하락 마감했다.
사우디는 이날 홍해에서 국제 선박과 에너지 수송로를 보호하기 위해 14개국이 참여하는 ‘다국적 해상 방위 연합’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연합에는 사우디를 비롯해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등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과 파키스탄, 튀르키예, 이집트, 요르단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사우디 국방부는 “연합은 순수한 방어 목적이며 합동 군사작전과 정보 공유를 통해 해상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해 안전 운항을 위해 다국적군이 나선다는 소식에 국제유가는 안정세를 되찾았다.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9월물은 전장보다 1.4% 내린 배럴당 86.88달러에,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 9월물은 1.0% 하락한 배럴당 83.5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시장에서는 운하 인근 공격이 반복될 경우 전쟁 위험 보험료 상승과 선사들의 운항 기피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 해협에 이어 수에즈 운하까지 흔들릴 경우 중동 에너지 공급망의 마지막 우회로마저 불안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지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