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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북부에 있는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아리랑’ 앨범 유럽 투어 공연을 하는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음악을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하지 말라!”
미국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를 향해 ‘거부권’을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선언이 전 세계 음악 현장을 묶는 ‘문화적 연대 운동’으로 확산 중이다.
30일 가요계에 따르면 방탄소년단(BTS)이 제69회 그래미 어워즈 출품(Submission) 포기를 선언하자, 이들의 결단을 응원하는 ‘아미(ARMY)’의 기습적인 음원 스트리밍 총공세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의 수록곡 ‘에일리언스(Aliens)’가 전 세계 78개국 아이튠즈 ‘톱 송’ 차트 1위에 오르는 기현상이 연출됐다.
역주행의 중심에 선 ‘에일리언스’는 BTS가 글로벌 팝 시장에서 한국인으로 겪은 정체성적 번민과 포부를 ‘이방인(Aliens)’에 빗대어 노래한 트랙이다.
특히 가사 속 ”우리만의 기준을 만들며 나아가겠다“, ”눈만 또 허벌나게 큰 너희가 말하길“ 등의 노랫말은 K-팝을 ‘아시안 팝’이라는 하위 카테고리에 분리 수용하려는 그래미의 시혜적 배타성을 정면으로 직격하는 메시지로 재해석되고 있다.
움직임은 팬덤의 팬심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 현지 음악 산업 내 유력 크리에이터들의 직접적인 지지 표명으로 이어지고 있다. BTS의 ‘에일리언스’와 ‘2.0’을 함께 작업한 미국 유명 힙합 프로듀서 마이크 윌 메이드잇(Mike WiLL Made-It)은 자신의 SNS에 “BTS 에일리언스(ALIENS)”라는 문구와 함께 이번 보이콧을 공개 지지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연출한 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 감독 및 에픽하이 타블로 등 국내외 문화계 인사들 역시 지지의 뜻을 보태고 있다.
그래미를 주최하는 레코딩 아카데미의 하비 메이슨 주니어 CEO가 “BTS의 결정에 슬프지만 존중한다. ‘아시안 팝’ 부문은 격리가 아니라 조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루 만에 해명 성명을 냈다.
그래미는 그러나 팝 음악사에서 수많은 거장 아티스트들로부터 ‘인종적·장르적 카르텔’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외면받기도 했다.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은 2017년 “그래미의 시상 시스템은 유색인종 아티스트들과 젊은 크리에이터들의 현실을 대변하지 못한다”며 앨범 ‘블로드(Blonde)’의 출품을 거부했다. 드레이크(Drake)는 힙합 장르를 단지 ‘라디오용 흥행 음악’으로 치부하는 그래미의 이중성을 비판하며 2022년 후보 지명을 스스로 철회했다. 제인 말릭(Zayn Malik)은 “악수를 하고 선물을 보내지 않으면 그래미 후보에 오를 수 없다”며 주최 측의 부패성을 직접 폭로했다.
더 위켄드(The Weeknd)는 2020년 최고 히트곡 ‘블라인드 라이츠(Blinding Lights)를 내고도 본상 후보에서 배제되자 출품 전면 거부를 선언했다.
BTS의 이번 결단은 이처럼 서구 음악계 내부에서 누적되어 온 ‘그래미의 보수성과 인종적 유리천장’에 대한 비판 계보를 비서구권 아티스트로서 가장 선명하게 이어받은 상황이다.
메이슨 CEO는 그러나 “팝이나 재즈, 컨트리뮤직 등 장르 카테고리에 음악을 출품한다고 해서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와 같은 본상(General Field) 부문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아티스트는 두 부문을 얼마든지 동시에 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래미는 지역이나 언어에 상관없이 회원 구성과 시상의 범위를 넓히고 글로벌 음악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나갈 것”이라고 했다.
방탄소년단은 2020년 시상자로 그래미에 출품한 이후,, 3년 연속 후보(2021~2023)로 올랐다.

